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홍역을 치르는 동안, 민주당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이정근 리스트' 논란이 급부상하면서 비(非)이재명계 인사들까지 수사선상에 오르자 민주당 전체가 긴장한 상태다.
野 수사 본격화에 민주당 '노웅래도 지킨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웅래 의원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에 대해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박찬대 의원은 "피의자의 방어권도 허락하지 않는 일방적인 언론플레이에 기초한 수사"라며 "(노 의원 사안도) 민주당 탄압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당이)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 의원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0억 원대 금품을 건넸다고 지목된 사업가 A씨로부터 뇌물·불법 정치자금 6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금 뭉치 3억 원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국민정서에 어긋난다'며 노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 의혹을 포함한 검찰의 수사 전선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노 의원을 향한 수사에도 공식 대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총장 공소장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이정근 리스트'에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물론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전직 장관 등까지 이름이 올라있다. 당 내에서는 리스트에 등장하는 모든 야권 인사들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실제로 검찰은 23일 이 전 부총장의 취업 과정에 노 전 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CJ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 사무실과 관련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만 문제라고들 생각하는데, 이정근 리스트가 민주당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여야 협상서 수사가 압박될까 우려도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검찰 수사가 당 전체로 번질 처지에 놓였지만 이재명 대표 역시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최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이 대표 최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이 대표 턱밑까지 온 상태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당의 한 지도부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응할 예정"이라면서 "최근 검찰이 국회의장의 자료 임의제출 요구도 무시한 채 국회 본청을 압수수색했다"면서 "이것만 봐도 이 대표에 대한 기소는 100%라고 보고, 구속영장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견제하는 이른바 친(親)문재인계 의원들 역시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검찰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욱 당시 국방부장관이 구속돼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현재 관계자들의 소환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사건의 종착지를 문 전 대통령으로 보고 있는 만큼, 친문계 의원들도 일단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이 대표의 수사리스크를 비호해야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 확대가 12월 예산정국과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의 한 의원은 "12월이면 검찰의 민주당 관련 수사가 한창 무르익을 시기일 텐데, 때마침 예산안 처리와 국정조사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돼 자칫 민주당 의원들이 여당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위축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