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친윤 핵심 의원들의 만찬 사실을 신호탄으로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논의에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당내에서는 친윤계를 중심으로 현 비대위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내년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고, 당심 반영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해 '윤심'을 업은 후보의 안정적 당선을 모색하는 방향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30일 CBS노컷뉴스에 "전당대회 시점과 관련해서는 '2말3초'로 정해지고, 당대표 선출도 당원투표 9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1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로 꼽히는 한 의원도 "비대위 임기에 맞춰 전당대회를 빠르게 치러야 하고, 당원투표 비중을 90%로 올리는 방법이 선호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규는 당대표 선출에 당원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 30%를 반영하는데, 당원투표 비중을 더 늘린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자체에 신뢰도가 떨어지고, 전 당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전당대회인 만큼 당원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게 당심 반영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부터 특정 후보군에 쏠리는 불공정한 여론조사가 다수 존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릇된 여론이 형성됐었다"며 "실제 당심을 반영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면, 괴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비대위는 당 안정화 작업이 우선이라는 기조 하에 룰 변경을 포함, 전당대회 자체에 대한 논의를 삼가왔지만 친윤 핵심의원들과 별도의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뒤 기류가 변했다. 전당대회 로드맵이 본격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친윤 그룹 내에서 빠르게 형성된 공감대는 첫째 친윤 후보 교통정리를 할 것, 둘째 정리된 해당 후보가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퇴장하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 대통령과의 '코드 일치'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친윤계 입장에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안철수 의원은 각각 당대표 고려 대상이 되기 어렵다. 당원투표 비중을 늘리자는 주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기 이들 주자의 당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게 당 안팎의 인식이다.
자천타천 친윤 당권 후보군인 김기현·권성동·윤상현 의원 등은 아직까지는 여론조사 상 저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말3초'라는 전당대회 시점 상 권영세 통일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차출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고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경우 출마여부가 불확실하다. 친윤 후보 교통정리에 앞서, 일단은 반윤 혹은 비윤 후보의 공간을 없애는 것이 당심 비중을 늘리는 전대 룰 변경인 셈이다.
문제는 '당심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이 같은 작업들이 '윤심만 좇는 국민의힘 주류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중도층 이반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당직자는 "정치는 민심을 바라보고 가야 된다고 보는데, 당심을 더 크게 반영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도 "이제는 특정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와도 당원들이 해당 후보를 찍지 않는다"라며 "당심 반영 비율을 높이면 친윤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고 보는 내부 논의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시기와 규칙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지도부 입장에서도 앞서가는 논의에 불편한 기색이 느껴진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전당대회 시점을 고민해보자는 수준이지, 전당대회준비위원회 등 당대표 선출을 위한 어떤 절차도 가동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규칙을 만들고 선관위를 꾸리는 등 과정마다 논란이 벌어질텐데, 이미 모두 정해진 것처럼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또다른 지도부가 당내에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