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주니엘을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만났다. 황진환 기자노래하고 무대에 서는 것이 '일'인데,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아예 할 수 없게 됐다. 뜻밖의 건강 문제도 겹쳤다. '이제 좀 힘내서 해봐야지!' 하고 마음먹을 때마다 시련과 불행이 겹치는 듯했다. '내가 하고 싶다고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이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걸어온 '음악'이란 길을 중단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말한 것처럼 주니엘은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가능성과 재능을 알아봐 준 주변인과 짧지 않은 공백기에도 묵묵히 기다려준 팬들 덕분에 그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비록 부침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도 성장은 일어났다. 번아웃(지쳐서 완전히 소진됐다는 의미) 시기를 지난 지금은 오히려 곡 쓰는 시간도 짧아졌다. 한때 괴로웠던 음악은 다시 '재미있는 것'이 됐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여성 솔로 싱어송라이터 주니엘을 만났다. 주니엘은 지난달 '우리 둘만 아는 세상', 이달 '디어'(Dear.)를 연달아 발매하고 서울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10주년 기념 콘서트 '주니버서리'(Junniversary)라는 단독 콘서트를 여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주니버서리'는 약 5년 만에 주니엘과 팬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거기다 10주년 기념 공연이어서 주니엘은 "그냥 전부 다 한 것 같다"라고 할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 가수 주니엘의 10년을 돌아보는 방식과 내용이었냐고 묻자 "처음에는 그런 그림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라며 웃었다. 대신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도록 힘썼다.
주니엘은 지난 3일 서울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10주년 단독 콘서트 '주니버서리'를 열었다. K타이거즈 엔터테인먼트 제공공연 중 VCR(중간 영상)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존에는 밴드셋 공연을 하느라 이를 MR(녹음용 반주)로 대체하고 무대 위에 오브제도 준비해뒀다. "아이돌 같은 느낌으로" 의상도 여러 벌 입었다. 캐럴 무대도 있었다. 과거 같은 소속사에 있으면서 절친하게 지낸 걸그룹 AOA 출신 초아와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를 불렀다.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주니엘은 "대표님과 의견 주고받으면서 준비를 많이 했지만 미흡하고 아쉬운 점도 많았다. 예를 들어 VCR 영상은 이번에 처음 준비하는 거다 보니 제작하는 데 정확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 더 여유를 두고 했다면 더 좋은 영상이 나왔을 것 같고 음악도 조금 더 준비할 수 있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평소 긴장하지 않는 편이라는 주니엘은 "이번에도 처음에만 조금 긴장했다. 무대 들어가기 직전에 대기실에서 팬분들이 입장하는 걸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객석을) 채우니까 그때부터는 살짝 긴장이 되더라. 두 번째 무대까진 (긴장을) 조금 했던 것 같은데 세 번째 무대 때 실제로 맥주 마시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때 좀 긴장이 풀리더라"라고 웃었다. 그 무대는 '혼술'이었다.
구름아래소극장은 약 200석 규모의 소극장이다. 주니엘의 10주년을 기념하고 싶어 하는 팬들은 치열한 티케팅 끝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정작 주니엘은 당시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100석은 나갈까?'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제가 활동을 너무 오래 쉬었고 노래도 너무 오랜만에 내는 거다 보니까 저를 많이 잊으셨거나 (각자) 현생을 살러 가셨을 거라 생각해서 100장 팔리면 다행이고 그것도 안 팔리겠다 해서 객석 수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주니엘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황진환 기자소속사 대표는 더 큰 공연장에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공연의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이라 대관이 가능한 곳이 구름아래소극장이었고, 주니엘은 '표가 남더라도 열심히 준비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는 "30초 만에 매진이 되었다고 해서 그때 약간 좋으면서도 확 부담도 됐다. 되게 이상한 감정이 들더라. 많이 기다려주신 걸 알아서 고맙고 기쁘고 죄송했다"라고 말했다.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주니엘은 '오히려 좋아'라는 반응이었다. 그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가까워서 팬분들 표정도 너무 잘 보였다. 제가 오랜만에 보는 팬이 있었는데 (공연장에서 봐서) 너무 반가운 거다. 정말 좋았다"라고 밝혔다.
팬들이 준비한 슬로건 이벤트와 선물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주니엘은 "예전엔 감정 과잉 이런 게 있었는데 최근에 엄청 무덤덤한 성격으로 바뀌어서 눈물이 별로 없다. (콘서트 때도) 안 울었다. 울고 싶었는데 안 나오더라. 팬분들이 10주년이라고 케이크와 슬로건 준비해 주셨는데… 마음으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더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음에서는 난리 났다. 오열하고"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다음 공연 규모를 더 키워도 되겠다 싶은 자신감을 얻었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 키워야 한다"라고 즉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못 가서 너무 아쉽다'라는 팬들의 소셜미디어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숱하게 받았다고.
주니엘의 팬들은 콘서트 때 '주니엘만의 행복을 하나 둘씩 더 만들어줄게'라는 슬로건을 준비했다. K타이거즈 엔터테인먼트 제공사실 주니엘이 다시 곡을 내고 무대에 올라 팬들을 만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건강 문제와 코로나 등의 이유로 자신감을 잃었을 때가 있었다. '다시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작년에 찾아왔다. 작곡가 이도형을 만나면서였다. '나는 곡 쓰는 건 못 하겠다' '내 곡은 좋지 않고 팔리지 않는다'라는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의뢰받고 '이게 진짜 좋은가?' 긴가민가하며 쓴 곡이 바로 선우정아가 부른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 OST '나랑 걷자'였다. 그때부터 활력을 좀 찾았다.
요즘은 곡 쓰는 데 걸리는 시간도 예전보다 짧아졌다고. 주니엘은 "번아웃 왔을 때는 (곡을) 쓰려고 해도 써지지가 않고 생각이 너무 복잡해가지고 정리도 안 되고 의욕이 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중간에 음악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좋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음악을 다시 시작하고 나니 의욕이 넘친다.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쌓인 곡도 좀 되고. 곡 쓰는 게 좋다. 어제도 한 곡 썼다. 그렇게 재미있게 음악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고마운 사람으로 이도형 작곡가와 현재 소속사 K타이거즈 엔터테인먼트 안창범 대표를 들었다. 주니엘은 "두 분이 없었으면 음악을 그만뒀을 것 같다. 두 분이 있어서 음악 포기하지 않고 다시 했던 것 같다. 저한테는 정말 귀인들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평생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소속사와 인연을 맺은 것도, 안 대표가 누구보다 주니엘의 음악을 잘 알고 애정과 열정을 보여준 덕분이다. 주니엘은 "제 음악을 너무 좋아해 주신 분이다. 제 음악의 역사를 줄줄 읊으셔서 '뭐지?' 싶었는데 음악과 무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이 잘 맞고, 다른 게 있어도 제 의견을 먼저 존중해 주셨다. 이런 분이라면 다시 노래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밝혔다.
주니엘은 이날 인터뷰에서 첫 번째 정규앨범 발매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황진환 기자이어 "처음에는 대표님이 사기꾼인 줄 알았다. 왜 이렇게 잘 알고 있고 내게 뭘 계속해 주려고 하시지? 싶어서 오히려 처음에는 피했다. '이건 믿을 수 없다! 세상에 이런 대표님은 존재할 수 없다!' 하면서 거리를 뒀다.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나중에 말하기도 했다. 지내고 보니 그냥 좋은 분이더라"라며 웃음을 보였다.
여성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서 '10주년'을 맞은 데에는 이처럼 주변의 도움과 본인의 의지, 팬들의 응원이 있었다. 주니엘은 "제가 포기하려고만 하면 뭐가 잘 풀려서 또 하게 되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돈이 떨어지면 곧 생기고. 그냥 어이없이 생길 때도 있다. 이런 게 가수를 계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지 않을까"라며 '가수로서의 본인 장점'에 관해 "운이 좋은 것도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뭐 했다고 벌써 10년이 흘렀을까 했는데 신기하긴 해요, 제 팬분들 보면요. 진짜 저보다 더 애기였는데 성인이 되어서 직장인의 모습이 된 걸 보면 약간 뿌듯한 느낌도 들고요. 저는 스무 살 때 그대로인데 시간만 흐른 느낌이랄까요. 배운 게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많이 배웠고, 더 애틋한 마음도 생기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죠. 중간중간 힘들었어도 잘해야지, 더 잘해야지 했어요."음악적으로 성장한 부분에 관해 들려달라고 하자, 주니엘은 "예전에는 제가 가진 걸 무작정 다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약간 두서가 없었다면 요즘에는 조금 절제하는 법도 알게 되고 많이 다듬어진 느낌이 든다. 곡을 쓸 때마다 느껴진다. 옛날에는 다 때려 박았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가수 주니엘. 황진환 기자
자기 목소리를 더 잘 알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이다. 주니엘은 "편안한 음색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저도 조금 나이가 들면서 호흡을 섞어서 노래하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쇳소리 같은 것도 생기더라. 그런 게 섹시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라며 웃었다.
10주년을 맞은 주니엘. 그동안 다양한 싱글과 미니앨범을 냈지만 아직 정규앨범은 없다. 정규앨범 계획이 있을까. 그는 "항상 생각하지만 좀 어렵다. 정규는 곡이 많다 보니까 흐름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봐야 하고, 전체적으로 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어야 하고 개별 곡에도 메시지를 담아야 해서 저도 조금 어렵다. 그래도 10년차 가수가 됐으니 저도 정규앨범은 하나 있어야겠다 싶은데, 내년에 (발매) 될지는 몰라도 계획해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묵묵히 기다려준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주니엘은 "팬분들한테는 사실 계속 미안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라면서 "아직까지도 저를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좋은 음악 하겠습니다' '노래 많이 내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거짓말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코로나도 있었고 이것저것 사정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노래도 많이 내고 공연도 많이 하고 팬분들이랑 만날 기회를 만들 테니 한 번만 더 믿어달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