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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시민단체에 칼날…바로잡기인가, 진보단체 줄세우기인가

사건/사고

    尹정부, 시민단체에 칼날…바로잡기인가, 진보단체 줄세우기인가

    대통령실,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급증에 전 부처 감사 진행
    시민단체 "감사 통해 시민단체 줄 세우려 해…길들이기"
    "예산 투명하게 관리돼야 하지만, 대통령실이 나설 문제인가"
    전문가들 "정치적 의도…시민사회 위축할 우려 있어"
    "혈세 잘못 사용되는 경우도, 회계 전문가 없는 것도 문제"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가 전국 시민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을 들여다본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고보조금이 연평균 약 4000억 원 정도 늘었지만,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적발한 문제사업은 153건(환수금액 34억 원, 평균 2000만 원)에 불과했다며 회계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처가 적발하지 못한 문제가 국정감사나 언론 등을 통해 밝혀지면서 전수조사와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혈세 부정사용 바로잡기'라는 시각과 '시민단체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수조사 대상이 된 시민단체 등 민간단체들은 회계 투명성 강화란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단체 길들이기'란 비판적 시각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사 계획 배경엔 보수 지지층을 더욱 공고하게 하려는 대통령실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른바 '눈먼 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던 국고보조금. 정부의 이번 감사를 두고 민간단체 '길들이기', 진보 시민단체 '때리기'란 시각과 혈세 부정 사용 '바로잡기', '갈라치기'란 시각이 엇갈린다.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다. 지난해 3월부터 서울시의 지원금을 받아 온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측은 "국고보조금이 시민의 소중한 혈세이기 때문에 소중하게 사용돼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시민단체를 줄 세우거나 압박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단체의 역할이 정부의 입맛을 위해 활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체는 다음 달 4일 정부의 감사 결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측은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 정확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갔다고 하고 바로 혈세 낭비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 보조금이 얼마가 나갔고, 어디에 얼마가 쓰였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 설명 없이 마냥 혈세 낭비라고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조사 주체가 대통령실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측은 "국고보조금이라는 것이 국가 예산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그것을 대통령실이 나서서 할 사안인가"라고 반문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실제 (민간단체엔) 기업재단도 있고 종교 법인, 사회복지법인, 국제 구호단체 등 다양한 단체가 있는데 뭉뚱그려 시민단체를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감사원, 국세청,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에 더 중요한 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위 이후 이 부분만을 문제 삼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7년(2016~2022)간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총 31조 4000억 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3조 5600억 원이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4조 원, 2021년 5조 원을 넘었다. 올해는 5조45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 수치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각종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비영리민간단체가 모두 포함된 액수다. 지난 정부에서 연평균 4000억 원 정도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의 민간단체 감사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정책을 타깃으로 해 감사하고 조치를 취하는 건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며 "시민사회를 위축시키면 국가나 기업이 유발하는 문제를 사회에 방치하는 꼴이다. 시민사회의 입을 막고 두 손을 묶는 정책으로 또 다른 갈등이나 분쟁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 혈세를 시민단체가 잘못 쓰는지 전수조사하겠다는 명분에 반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 때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많이 냈다. 윤석열 정부는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해 결국은 문재인 정부의 우호적인 단체라고 판단하고 이들을 옥죄기 위해 '전수조사'라는 명분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보수세력을 집결시키고 이를 통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고 하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사회학자는 "NGO(비정부기구)는 투명성과 개혁성 등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 문제가 된다. 소위 국민의 세금으로 걷어진 돈들이 보조금이나 지원 사업으로 가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NGO 대개가 다 영세하다 보니까 회계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전부 다 묶어 NGO를 도둑놈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며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광우병 파동 시위에 참여한 단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정부 지원을 안 해준 전례가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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