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1일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23 요넥스 트레이드쇼에 참석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넥스'천재 소녀'가 바야흐로 배드민턴 여왕으로 등극하려 한다. 열심히만 뛰었지만 이제 완급을 할 줄 아는 명인의 경지를 넘본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간판 안세영(21·삼성생명)은 최근 국제 대회에서 잇따라 강적들을 누르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특히 천적이자 세계 랭킹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꺾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 캐롤리나 마린(스페인)도 여유 있게 눌렀다.
안세영은 지난달 22일(한국 시각) 2023 인도오픈 배드민턴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야마구치를 2 대 1(15-21 21-16 21-12)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29일 2023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배드민턴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마린을 2 대 1(18-21 21-18 21-13)로 제압했다.
비록 준우승했지만 안세영은 2023 말레이시아오픈에서는 4강에서 또 다른 천적 천위페이(중국)을 2 대 1(21-12 19-21 21-9)로 제압했다. 당시 결승에서 야마구치에 졌지만 인도오픈에서 화끈하게 설욕했다. 세계 랭킹도 4위에서 2위까지 끌어올렸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안세영은 1일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23 요넥스 트레이드쇼에 참석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최근 상승세에 대해 "나 자신에게 맞는 배드민턴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세영은 "그동안은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부분을 다 하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뭔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제는 나에게 맞고 좋은 부분을 찾아 나만의 플레이를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의 배드민턴을 찾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에 대한 부담을 덜었더니 오히려 좋아졌다는 것이다. 안세영은 "공격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나는 공격에만 집중하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면서 "다만 기회가 왔을 때는 그 순간에 끝내는 게 내 스타일의 경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회가 오도록 상대방이 흔들릴 타이밍이나 때리지 못할 순간들을 잘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이 2023 인도오픈 배드민턴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야마구치를 상대로 샷을 날리는 모습. AFP=연합뉴스슈퍼 스타 이용대(35·요넥스) 등 다수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지도했던 국가대표 지도자의 대부 대한배드민턴협회 김중수 부회장도 안세영의 성장을 인정했다. 김 부회장은 "원래 안세영은 어릴 때 공격력이 좋았는데 자라면서 수비형으로 바뀌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끝내지 못해 지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는 언제 버티고 언제 공격해야 할지 알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선택과 집중, 완급 조절을 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들을 통해 체력과 근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면서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운동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복식 동메달을 따낸 전설 이용대도 안세영에 대한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용대는 "최근 안세영의 경기를 봤는데 2021 도쿄올림픽 이후 정말 많이 성장을 했다"면서 "어린 나이지만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게 빛을 발휘하지 않나 싶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이용대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역전하더라"면서 "여자 단식에서 방수현 선배를 잇고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수현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는데 한국 남녀 배드민턴에서 유일한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천적들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용대는 "안세영이 완벽해지고 있는데 큰 대회에서 야마구치나 천위페이 등 강적들에 대한 전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세영은 천위페이에 2승 8패, 야마구치에 6승 11패로 뒤져 있다.
안세영은 올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대해 "선수들에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은 큰 대회라 동기 부여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의지를 다졌다. 중학교 시절부터 천재 소녀로 불리며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안세영. 과연 상승세를 이어 배드민턴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