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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저쪽'에서의 전쟁, 미국의 손익 계산

    편집자 주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벌써 만 1년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1주일이면 끝난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전쟁은 해를 넘겼고 현재로선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이번 전쟁은 국제정치와 안보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으면서 대만 등지에서도 유사한 패권 다툼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과 식량 위기로 세계 경제마저도 휘청거렸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전쟁의 원인과 의미, 향후 국제질서 재편 전망 등을 짚어 보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러-우크라 전쟁 1년 기획⑤]
    상처뿐인 영광, 미국의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비판적 고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미국은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걸친 여러 나라들과 전례 없는 군사적·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미국은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걸친 여러 나라들과 전례 없는 군사적·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美무능, 中묵인, 푸틴이 지른 우크라전 1년…전세계 고통 가중
    ②우크라이나 전쟁 후 펼쳐질 '新 국제질서'의 모습은?
    ③전쟁이 쏘아올린 에너지난·식량 위기, 세계 경제를 흔들다
    ④우-러 전쟁 1년에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강화…우리 부담 커졌다
    ⑤'저쪽'에서의 전쟁, 미국의 손익계산
    (계속)

    전쟁 손익계산서


    78년 만에 유럽에서 일어난 대규모 전쟁으로 러시아의 군사강국 가면이 벗겨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470억 달러(61조 원)를 투자한 대가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요새 미국의 군수 공장은 주야로 풀가동되고 있다.
     
    유럽의 공장은 러시아 가스 대신 미국 가스로 돌아가고 있다.
     
    에너지 비용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유럽 제품의 자리는 미국 제품이 밀어내고 있다.
     
    골치 아팠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신규 회원(핀란드, 스웨덴) 가입문제도 해결됐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올해 1월호에서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러시아는 이익이 고갈된데 반해 미국은 상당한 전쟁 이익을 축적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극적인 입지 강화'를 이뤘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스티븐 워트하임 퀸시 연구소 부국장조차 "바이든이 러시아에 능숙하게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나온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51%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국은 성공했는가?


    미국은 이 전쟁에서 피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군인 10만 명이 사망했다.(영국 국방부 집계)
     
    민간인 사망자는 최대 4만 명, 어린이도 500명이 숨졌다고 한다.
     
    미국의 초기 전쟁목표는 러시아의 정권교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밝힌 바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쟁 이후 상실된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으로 수정됐다.
     
    이제는 전쟁 승리가 목표라는 말이 나온다.
     
    전쟁에 대한 미국의 '몫'이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말들이다.
     
    전쟁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만약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미국은 앞으로 비슷한 국제 정세에 비슷하게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500명의 어린이와 4만 명의 민간인, 10만 명의 군인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을 성공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포린어페어스는 지난 20일 우크라이나1주년 특집기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 정책의 승리로 본다면, 그들은 다른 곳에서 비슷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란시스 교황은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고 설파했다.
     
    "전쟁의 위험성은 항상 예상되는 이익보다 클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해결책으로 생각할 수 없다",
     
    "전쟁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는 것이다.
     
    러시아군 포격으로 일부가 무너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살티우카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구조대가 잔해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러시아군 포격으로 일부가 무너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살티우카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구조대가 잔해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원인1. 엇갈린 신호


    러시아의 침공 전 미국은 오락가락했다.
     
    2021년 12월까지만해도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흔들림이 없다며 여러 차례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비밀리에 군사고문까지 파견했다.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호기로운 태도를 보인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운이 짙어질 무렵 미국은 돌연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을 뺐다.
     
    침공 불과 이틀 전인 2월 22일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제재하겠지만 결코 공격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참전 대신 러시아가 이기면 우크라이나에 반군을 무장시키는 방안을 고민했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에서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의 신뢰 손상, 미국 의도의 곡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볼로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신호를 어떻게 해석했을지는 자명하다.
     
    전쟁의 발발은 미국 대외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유럽의 평화 유지를 정책 목표로 삼아왔었다.
     
    포린어페어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확히는 미국의 억지력 실패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난 수 십년간 유럽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 결정의 명백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

    원인2. 내로남불


    미국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를 뒷마당으로 생각하던 러시아는 이 것을 현상(status quo)을 바꾸려는 시도라고 보고 강력한 반대 신호를 수년간 발신했다.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말은 국제 질서를 지켜온 경찰국가 미국의 레퍼토리다.
     
    대만해협 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대만 통일 필요성을 역설할 때 마다 미국은 단호히 반대했다.
     
    "일방적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미 냉전체제가 무너진 유럽에서 진심으로 현상유지를 하려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났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는 "미국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를 옹호한다"고 지적했다.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러시아처럼 국제법을 어긴다고 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한 것처럼 팔레스타인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쪽'에서의 전쟁


    미국은 전쟁 전, 그리고 전쟁 초기 러시아와의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러시아는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 대한 미국의 입장을 듣기를 원했다.
     
    그러나 끝내 미국은 나토의 개방 정책을 러시아와 논의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전쟁 초기에도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러 정상회담에는 거부입장을 밝혔다.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는 푸틴에 양보하는 듯한 모양새로 국민들에게 비춰질까봐 외교협상을 차단했다.
     
    부르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헤런은 "그것은 양보가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미국 국민 수백만 명이 고통받을 상황이었다면 그 때처럼 '모양새'만 생각했을까?
     
    이런 물음은 전쟁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한반도에도 상당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러시아를 북한으로 치환해보자.
     
    북한은 지구상의 어느 국가처럼 안보(안전보장)를 생명으로 여긴다.
     
    북한에게 안보의 핵심은 휴전 상대국인 미국과의 수교다.
     
    안보의 위협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다.
     
    북핵위기가 표면화된 1990년대 초부터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바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전쟁이 일어나는 일이 있어도 깡패국가와의 협상은 안하려 한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므로.
     
    이 같은 미국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말이 있다.
     
    린지 그레이엄 하원의원(공화당)이 2017년 8월 1일 NBC 투데이에 출연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전쟁 시나리오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만약 [김정은]을 막기 위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저쪽에서 벌어질 것입니다. 수천명이 죽어도 저쪽에서 죽을 것입니다. (If there's going to be a war to stop [Kim Jong Un], it will be over there. If thousands die, they're going to die over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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