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카드 조재호가 12일 경기도 고양시 JTBC 스튜디오 일산에서 마무리된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3' 남자부 결승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샷을 구사하고 있다. 고양=PBA'슈퍼맨'이 진짜 프로당구(PBA)의 왕자가 됐다. 올 시즌 정규 투어의 왕중왕전에서 챔피언들을 잇따라 꺾으며 진정한 왕좌에 올랐다.
조재호는 12일 경기도 고양시 JTBC 스튜디오 일산에서 끝난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3' 남자부 결승에서 스페인의 강호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를 눌렀다. 4시간 가까운 대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5 대 4(12-15 15-12 7-15 15-8 9-15 15-12 15-7 11-15 15-8) 승리를 거뒀다.
사실상 첫 왕중왕전 출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조재호는 2020-21시즌 중반 PBA에 합류해 랭킹 포인트가 부족해 32강만 진출하는 월드챔피언십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자격은 됐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조재호는 올 시즌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과 마지막인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시즌 랭킹 1위를 달렸다. 그러더니 여세를 몰아 왕중왕전인 월드 챔피언십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조재호는 역대 PBA 챔피언들을 꺾고 정상에 올라 더욱 의미 있는 우승을 이뤘다. 조별 리그에서는 1승 2패로 고전한 끝에 가까스로 16강에 올랐지만 디펜딩 챔피언인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을 3 대 1로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재호는 8강에서 PBA 첫 대회 챔피언인 '그리스 괴인' 필리포스 카스도코스타스(하나카드)를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 상대 역시 PBA 챔피언 출신의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휴온스). 조재호는 조별 리그에서는 팔라존에 졌지만 4강에서 설욕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마르티네스도 PBA 통산 3회 우승에 빛나는 강자. 결승에서도 먼저 1, 3, 5세트를 따내며 리드를 잡았다.
마르티네스(왼쪽)와 조재호가 12일 경기도 고양시 JTBC 스튜디오 일산에서 끝난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3' 남자부 결승을 앞두고 서로 격려하고 있다. 고양=PBA하지만 조재호는 2, 4, 6세트를 잡아내 승부를 번번이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더니 승부처였던 7세트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3이닝째 4점을 몰아친 데 이어 5이닝째 뒤돌리기와 옆돌리기, 빗겨치기 대회전, 2뱅크샷 등 폭풍 8점을 올리며 세트 스코어 4 대 3 역전을 이뤘다. 마르티네스도 8세트 집념의 되돌리기를 성공시켜 15 대 11로 승부를 마지막 9세트로 몰고 갔다.
운명의 9세트. 조재호는 3 대 5로 뒤진 3이닝째 절묘한 되돌리기로 분위기를 바꿨고, 어려운 뒤돌리기와 대회전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옆돌리기가 키스에도 행운의 득점으로 연결돼 7 대 5로 앞서갔다.
마르티네스도 수구가 붙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옆돌리기를 성공시키며 추격했다. 그러나 조재호는 흔들리지 않고 빗겨치기와 정교한 앞돌리기로 고비를 넘었다. 까다로운 짧은 뒤돌리기까지 구사한 조재호는 행운의 옆돌리기까지 성공하며 쐐기를 박았다. 15 대 8로 9세트를 따내며 포효했다.
특히 조재호는 국내 선수 첫 왕중왕에 올랐다. 초대 왕중왕전은 스페인의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가 정상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는 쿠드롱이 월드 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했다. 조재호는 국내 아마추어 최강에 이어 프로에서도 간판임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