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자존심 구긴 한국 야구, 어디서부터 잘못 됐나



야구

    자존심 구긴 한국 야구, 어디서부터 잘못 됐나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희원 앵커
    ■ 패널 : 박세운 기자


    [앵커]
    지금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WBC 대회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8강 진출팀이 하나둘씩 결정되고 있는데요. 우리 야구 대표팀은 오늘 짐을 싸고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 야구,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체육부 박세운 기자와 진단해보겠습니다.

    못 해도 8강은 가겠다던 우리 대표팀이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강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WBC는 과거 한국 야구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던 대회입니다.

    2006년 1회 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고 2009년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야구의 최전성기였고 이는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면 한국 야구는 세계 정상권과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2년 전 도쿄올림픽 노메달의 수모가 첫 번째 신호였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추락하는 한국 야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조기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조기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무엇입니까?

    [기자]
    마운드입니다. 투수들이 문제였습니다. 세계 3대 프로야구에 속한다는 KBO 리그의 간판급 투수들이 졸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한수아래로 여겨진 호주에게 8점을 내줬구요. 한일전에서는 13실점 망신을 당했습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의 인터뷰를 들어보시죠.

    <이강철 감독>
    "당시는 선발과 중간, 확실하게 나갈 수 있는 1선발을 정할 수 있었고  야수보다는 투수 쪽에서 올해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확실한 선발을 정했어야 했는데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걸 정하지 못해서"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예전만큼 경쟁력이 강한 투수가 많지 않았다, 과거에는 투수진이 풍부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거구요.

    두 번째는, 그래도 그 안에서 최적의 마운드 운영을 했어야 했는데 감독인 나 자신이 미흡했다, 운영 실패에 대한 인정이었습니다.

    [앵커]
    예전에는 박찬호나 류현진,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좋은 투수들이 많았잖아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요?

    [기자]
    사실 대회 준비 과정에도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표팀은 지난달에 미국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렸습니다. 일본과는 10시간 이상의 시차가 나거든요?

    훈련을 마치고 귀국해서 며칠 뒤에 일본으로 넘어가 경기를 치렀으니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을 겁니다. 또 애리조나의 이상기후 때문에 날씨가 안 좋아서 훈련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이 같은 운영의 디테일이 조금 아쉬웠구요.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쓸만한 투수가 없다는 겁니다. 아마추어에서부터 투수를 키워내지 못한다는 건데요.

    이번에 세대교체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김광현과 양현종,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을 다시 대표팀에 불러야 했을 정도로 인재 풀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한일전을 보셨겠지만, KBO 리그에서 잘 던진다 평가받는 젊은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서 쩔쩔 매는 모습이 전부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야구인과 야구 팬들이 충격받은 이유는 단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때문만은
    아닙니다. 투수가 없는 한국 야구, 이러다가 도태되는 것은 아닌가, 그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왔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쉬워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김광현. 연합뉴스아쉬워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김광현. 연합뉴스
    [앵커]
    좋은 투수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기자]
    아마추어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아마추어 인재 풀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석이 보석이 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면서 기본기를 쌓게 하고 단계적으로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동안 외면했던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가야 할 때가 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프로야구는 지난 10년 동안 투수들의 평균 직구 구속이 꾸준히 빨라졌습니다. 인체공학 기반의 스포츠 과학을 훈련 방법에 적용해 이른바 속도 혁명을 일으킨 것입니다.

    올해 WBC만 보더라도 우리보다 체구가 작은 일본 투수들은 시속 160km에 가까운 공을 쉽게 던집니다.

    하지만 우리 투수들은 그보다 공이 느린데다 제구마저 제대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KBO 리그도 아마추어에서 갓 올라온 어린 선수를 경쟁력 있는 투수로 키워내는 새로운 접근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앵커]
    다음 WBC 대회는 3년 후에 열리는데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기자]
    도쿄 참패는 KBO 리그의 어린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을 겁니다.

    이정후 선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정후>
    "저희의 기량은 아직 많은 세계의 야구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다음 WBC 때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겠습니다"

    이정후와 강백호, 박세웅 등 여전히 젊은 선수들이 고통 속에서도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보구요.

    선수뿐만 아니라 야구계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은만큼 대표팀 경쟁력 재고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부디 이번에는 스트라이크존 변경과 같은 미봉책에 머물지 않고 3년 뒤 더 나아가 10년 뒤를 바라보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합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