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의 팬들이 농구장에 건 현수막. WKBL아산 우리은행의 간판 스타 김단비를 응원하는 열혈 팬들은 19일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부산 BNK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린 충남 아산이순신체육관 관중석 1층의 상단 벽에 현수막 하나를 걸었다.
'성우야, 나 지금 너무 신나!'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학폭 피해자 문동은이 복수를 시작하면서 박연진에게 했던 유명한 대사를 패러디한 문구다.
우리은행에는 한 가지 전통이 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시상식을 할 때 선수들이 코트 중앙에 모여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 친 후 바닥에 내동댕이친 다음 발로 밟는 '복수' 세리머니를 한다. 글만 보면 무서울 것 같지만 결코 가학적이지 않다. 선수들은 즐겁고 감독도 웃는다.
위성우 감독이 허락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훈련이 혹독하고 훈련량도 많기로 유명하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예전부터 훈련보다 차라리 경기를 하는 게 편하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다. 우승이라는 한 시즌의 목표를 이룬 다음, 유쾌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 기회를 주는 것이다.
김단비는 이적 첫 시즌에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우리은행의 새로운 간판이다.
인천 신한은행 소속이었던 지난 2012년 통합우승을 경험했지만 이후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지휘 편대를 이룬 우리은행의 왕조가 시작되면서 한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김단비는 지난 비시즌 기간에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평균 17.2득점, 8.8리바운드, 6.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곧바로 팀을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끌었고 데뷔 첫 MVP도 수상했다.
김단비는 오랜만에 다시 우승 기회를 잡았고 아울러 우리은행 특유의 '복수' 세리머니에 동참할 기회도 잡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우승의 타이틀이 필요하다. 김단비가 이끄는 우리은행은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잘 꿰었다.
우리은행은 BNK와 1차전에서 62-56으로 승리해 5전3선승제 시리즈의 기선을 제압했다.
우리은행의 김단비가 BNK 김한별 앞에서 슛을 쏘고 있다. WKBL김단비는 오랜만에 밟은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23득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4쿼터 승부처에서 야투 난조에 빠지면서 팀도 위기를 겪었지만 김단비는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이 벌어진 초반 승부를 지배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박지현은 13득점 13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박혜진은 11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각각 기록했다.
출발은 BNK가 좋았다. 압도적인 1위 우리은행을 상대로 1쿼터 막판 22-16으로 앞서나가며 선전했다. 박정은 감독은 "우리은행은 초반에 차이가 생기면 만회하기 힘든 팀이다. 초반에 빠르게 긴장을 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뜻대로 잘 풀렸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베테랑들은 강했다. 박혜진이 1쿼터 막판 연속 5득점을 퍼부어 분위기를 바꿨고 2쿼터 초반 박지현과 김단비의 릴레이 득점이 터졌다.
우리은행은 연속 13득점으로 스코어를 29-22로 뒤집으며 순식간에 주도권을 가져갔다. 이후 김정은의 3점슛이 3개 연속 꽂히면서 전반 스코어는 42-26으로 벌어졌다.
우리은행은 3쿼터 중반 점수차를 20점으로 벌렸다. BNK의 패기도 만만치 않았다. BNK는 진안과 이소희의 내외곽 득점포를 앞세워 반격했고 4쿼터 초반 스코어를 51-56으로 좁혔다.
우리은행은 종료 4분여 전 박지현의 득점으로 한숨을 돌렸다. 우리은행의 4쿼터 첫 득점이었다. BNK는 한동안 야투 난조에 시달렸지만 우리은행도 실책을 남발했고 종료 1분8초 전 이소희의 3점슛이 터지면서 BNK는 56-59 추격에 성공했다.
기뻐하는 우리은행 선수들. WKBL이후 김정은의 야투가 빗나갔지만 고아라가 공격리바운드로 따낸 기회에서 김단비가 자유투를 얻어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1득점을 추가했다. 고아라는 종료 7.8초 전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승부를 결정했다.
우리은행에 비해 경험이 많지 않은 BNK는 후반 놀라운 저력을 발휘하며 향후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소희가 팀내 최다 18득점을 기록했고 김한별은 15득점 13리바운드를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