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의 간판 오세근. KBL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고양 캐롯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56점 차 대패를 당했다.
캐롯은 완패에도 오히려 격려를 받았다. 구단의 심각한 재정난으로 급여가 밀려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앞서 열렸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상위 시드인 울산 현대모비스를 5차전 접전 끝에 따돌린 캐롯이다. 4강 상대는 정규리그 챔피언. '감동' 캐롯은 도전만으로도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냥 죽지 않겠다"는 김승기 감독의 다짐처럼 캐롯은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다. 안양 원정 2차전에서 승리해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되돌렸다.
그 기세는 17일 오후 캐롯 구단의 안방인 경기도 고양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치러진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으로 이어졌다.
캐롯은 1쿼터 시작 후 3분만에 3점슛 4방을 퍼부었다. 김진유를 시작으로 이정현과 최현민이 3점포를 터뜨렸고 이정현이 다시 한 번 3점슛을 림에 꽂았다.
그러자 김상식 KGC인삼공사 감독은 극단 처방을 내놓았다. 변준형-배병준-문성곤-오세근-오마리 스펠맨 등 주전 5명을 모두 교체하고 백업 선수들을 투입했다. 그래도 캐롯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간판 슈터 전성현의 3점슛이 터지면서 스코어가 15-0으로 벌어졌다.
KGC인삼공사가 대릴 먼로의 득점으로 어렵게 첫 포문을 연 가운데 캐롯은 최현민의 3점슛 2개로 득점을 쌓아갔다. 성공한 첫 7개의 야투 모두 3점포였다. 캐롯은 23-11로 앞선 채 1쿼터를 마쳐 2경기 연속 이변 연출의 가능성을 알렸다.
하지만 정규리그 챔피언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김상식 감독은 2쿼터 들어 다시 주전 5명을 투입했다. 그리고 전면 압박 수비로 체력전을 시작했다. 4강에 직행한 KGC인삼공사는 상대적으로 얇은 선수층으로 6강 5차전 혈투를 치른 캐롯보다 분명 체력으로 우위에 있었다. 강점을 살리고 상대 불안요소를 파고드는 독한 승부수였다.
변준형이 연속 3점슛을 터뜨렸고 베테랑 빅맨 오세근이 골밑을 장악했다. KGC인삼공사는 2쿼터 막판 스코어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캐롯은 디드릭 로슨의 3점슛으로 44-42로 재역전한 뒤 전반을 마쳤다.
몸을 아끼지 않는 고양 캐롯의 이정현. KBL하지만 KGC인삼공사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KGC인삼공사는 3쿼터 10분 동안 캐롯을 27-16으로 압도해 주도권을 잡았다. 오세근은 노련한 득점력과 패스 센스로 팀 공격을 이끌었고 변준형은 3쿼터에만 12득점을 몰아쳤다.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캐롯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KGC인삼공사 역시 지쳐갔다. 4쿼터 시작 후 8분 동안 3득점에 그쳤다. 캐롯에 72-70으로 추격당했다.
역전을 허용했어도 할 말 없는 득점 빈곤이었다. 문성곤이 팀을 살렸다. 4쿼터에만 무려 공격리바운드 4개를 잡았다. 그 결과 KGC인삼공사는 상대의 공격 횟수를 줄이면서 시간을 흘러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문성곤은 종료 2분 전 직접 스코어를 74-70으로 벌리는 야투를 성공했다.
캐롯은 힘이 빠졌다. 캐롯 돌풍의 주역 이정현과 로슨은 공을 흘리는 실책을 나란히 범했다. 지친 것이다. 로슨은 종료 1분25초 전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오세근은 종료 1분5초 전 변준형의 절묘한 바운드 패스를 받아 골밑슛을 터뜨렸다. KGC인삼공사는 76-70으로 앞서가며 한숨을 돌렸다.
결국 KGC인삼공사는 캐롯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76-72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갔다. 이제 남은 2경기 중 한 경기만 잡아내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게 된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공격을 이끈 해결사 변준형. KBL변준형은 26득점 3어시스트로 활약했고 오세근은 15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발이 다소 느린 오세근은 캐롯의 외곽 공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신 공격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며 매치업 우위를 만들었다. 5득점, 야투 성공률 17%로 부진한 스펠맨의 공백도 채웠다.
변준형은 경기 후 스포티비(SPOTV)와 중계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를 했다. 이겨서 기쁘다"며 "공격 쪽에서 해결책이 없어서 공격을 이끌려고 했다. 스펠맨이 끝나자마자 미안하다고 했고 다음 경기 한 번 열심히 해보자고 얘기했기 때문에 다음 경기 기대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슨은 22득점 11리바운드, 이정현은 17득점 8어시스트를 각각 기록하며 분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