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의 한일 정상회담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다. 지난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서울 방문 이후 12년 만에 이뤄지는 일본 총리의 양자 방한으로, 양국 간 '셔틀외교'(상대국을 오가는 정례 정상회담)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안보와 경제, 청년·문화 협력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주요 의제를 협의하고, 환영 만찬 등 각별한 친교 시간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셔틀외교' 12년 만에 본격화…기시다 "尹 결단 보답 위해 답방"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오는 7일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안보와 첨단산업 및 과학기술, 청년 및 문화협력 등 양국 간 주요 관심사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소인수 회담과 확대회담을 잇달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후 양국 정상 부부가 참석하는 만찬도 진행된다.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윤 대통령의 지난 3월 일본 방문에 따른 답방 성격이다. 지난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서울 방문 이후 12년 만에 이뤄지는 일본 총리의 양자 방한이기도 하다.
이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 방한은 셔틀 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의미가 있다"며 "기시다 총리는 앞서 한일 관계의 개선을 주도한 윤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됐다고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전보장국장을 통해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회담 의제 관심…후쿠시마 오염수 등도 거론
밝게 웃는 한일 정상. 연합뉴스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한일 정상회담 의제다.
지난 3월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는 양국 '셔틀 외교' 재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반도체 관련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등이 꼽힌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간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창설도 주요 성과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갖고 '한일 청년 교류를 위한 공동기금 설립' 등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일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정상 간의 협의나 정부 간에 협의가 있을 때는 청년을 위한 미래세대를 위해서 무엇을 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관심사"라며 "그런 흐름에 따라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공동선언이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공동 기자회견이야 하겠지만 거기서 어떤 선언이 나온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협의를 거치고 실제로 정상회담을 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안보 측면에서는 북핵 위협에 대해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공조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한미일' 3각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이후, 중순에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앞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과 한일 안보실장 회담 및 경제안보대화 출범회의를 갖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국제사회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고 공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의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아직 양국 간 의제와 관련된 논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우리 언론인 여러분들, 국민 여러분이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면 그 부분을 현안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내에 설치된 오염수 탱크. 연합뉴스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예민한 사안인 만큼 한일 정상이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과 관련해선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과거사' 부분도 이번 회담에서 중요한 사안 중 하나다.
앞서 윤 대통령의 '결단'인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계기로 한일 정상 간 만남이 급물살을 탔고 양국 관계 개선에 '판'을 바꾼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역내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언급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는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조기에 답방함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과 함께, 성의 있는 조치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흐른다. 다만 한일 간 관계 개선이 이제 막 닻을 올린 만큼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담에 앞서 기시다 총리가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현직 총리가 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은 지난 2011년 10월 방한한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12년 만이다.
양 정상 부부 만찬 및 친교 시간…숯불 불고기, 청주 등 거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황진환 기자양 정상 부부의 '친교 시간'도 주목된다.
앞서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을 마치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총리와 유코 여사는 부부 동반 만찬을 진행하며 친교를 쌓았다. 도쿄 번화가인 긴자의 유명 스키야키 식당 '요시자와'(吉澤)에서 1차 만찬이 진행됐으며, 2차 만찬은 두 정상이 전통 경양식집 '렌카테이'(煉瓦亭)로 이동해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소주와 일본의 맥주가 곁들여진 '화합주'를 나누기도 했다.
이번에 양 정상 부부 동반 만찬은 한남동 관저에서 한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숯불 불고기, 주류는 사케를 선호하는 기시다 총리를 위한 한국식 청주 등이 각각 거론된다. 윤 대통령이 직접 요리해 일부 음식을 선보이며 정상 간 친밀감을 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만찬에 오를 음식에 대해 "결정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결정됐더라도 변경이 있을 수 있어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면서도 "숯불 불고기는 일반론적 차원에서 외국 정상이 오면 한식을 대접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기시다 총리에게는 이례적으로 최고 수준의 경호 조치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총리는 그동안 주요국 정상이 속한 최고 등급의 경호 대상에서 빠져 있었으나, 이번 방한에 맞춰 경호 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이다. 최근 일본 전·현직 총리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 시도가 있었던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이틀째인 8일에는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과 우리 경제인들을 만난 뒤 오후 출국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