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의 케빈 듀란트. 연합뉴스덴버의 니콜라 요키치. 연합뉴스미국프로농구(NBA) 피닉스 선즈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2021년 NBA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던 피닉스는 2021-2022시즌 정규리그에서 64승(18패)을 거둬 3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2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7차전 접전 끝에 루카 돈치치가 이끄는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90-123으로 크게 졌다.
피닉스와 댈러스의 2라운드는 6차전까지 홈팀이 항상 이겼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는 피닉스의 7차전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일방적인 완패였다.
피닉스는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중반까지 기대만큼 힘을 내지 못했다. 맷 이시비아 구단주가 새로 부임하면서 팀의 분위기가 달려졌다. 지난 2월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국내 팬들로부터 '지구 1옵션'이라 불리는 슈퍼스타 케빈 듀란트를 영입해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서부컨퍼런스 4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피닉스는 1라운드에서 난적 LA 클리퍼스를 4승 1패로 눌렀다. 1차전을 내줬지만 이후 4경기를 모두 잡았다. 클리퍼스가 카와이 레너드의 부상 변수를 극복하기에는 피닉스의 화력이 너무 강했다.
피닉스는 크리스 폴, 데빈 부커, 디안드레 에이튼의 재능에 케빈 듀란트까지 더하면서 압도적인 득점력을 자랑하는 팀이 됐다.
다만 두 가지 변수가 있었다. 첫 번째는 주전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케빈 듀란트와 데빈 부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나란히 평균 출전시간 43분 이상을 기록했다. 1985년생인 베테랑 가드 크리스 폴도 평균 38분 이상 뛰었다. 듀란트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벤치가 약해진 것이다. 하지만 주전의 힘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1라운드 통과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2라운드 상대였다. 서부컨퍼런스 준결승 무대에서 만난 상대는 서부컨퍼런스 전체 1번 시드를 차지한, '농구 도사' 니콜라 요키치가 이끄는 덴버 너겟츠였다.
니콜라 요키치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24.8득점, 11.8리바운드, 9.8어시스트를 기록한 리그 최정상급 센터다. 역대 단일시즌 센터 포지션 선수의 최다 어시스트 관련 기록은 모두 요키치의 몫이다. 두 차례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기에 저말 머레이, 마이클 포터 주니어 등 최근 부상이 잦았던 주축 선수들이 모두 건강을 유지하고 있고 브루스 브라운,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 등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제 몫을 하면서 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케빈 듀란트를 영입해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피닉스에게 요키치와 덴버의 벽은 너무 높았다.
피닉스는 1년 전에 이어 올해도 홈 팬들 앞에서 플레이오프 탈락의 쓴맛을 느꼈다. 올해도 일방적인 완패를 당했다.
덴버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2022-2023시즌 NBA 서부컨퍼런스 2라운드 원정 6차전에서 피닉스를 125-100으로 완파했다.
작년 탈락의 순간이 재현됐다. 두 팀은 이날 경기 전까지 홈팀이 모두 이기는 양상을 보였다. 덴버가 그 벽을 넘어섰다. 피닉스는 다시 한 번 홈 팬들 앞에서 무기력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사실상 1쿼터만에 승부가 갈렸다. 덴버는 1쿼터를 44-26으로 마쳤고 2쿼터에서도 37-25로 우위를 점했다. 전반이 81-51, 30점 차로 끝났다. 작년 댈러스와 7차전 전반전 점수차 역시 30점이었다.
니콜라 요키치는 32득점 12어시스트 10리바운드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덴버의 승리를 이끌었다. 저말 머레이는 26득점을 기록했다. 덴버의 이날 야투(2점슛+3점슛) 성공률은 무려 53.7%였다. 특히 전반의 덴버는 던지면 다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집중력이 좋았다.
주전에 크게 의존한 채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렀던 피닉스는 전반적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케빈 듀란트가 23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팀의 탈락을 막기 부족했다. 데빈 부커는 12득점에 그쳤는데 야투 시도가 13회(4개 성공)밖에 없었다.
피닉스의 강점인 미드레인지 지역을 틀어막고 케빈 듀란트와 데빈 부커에 수비를 집중하는 덴버의 계획에 이미 힘이 떨어진 피닉스는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 크리스 폴에 디안드레 에이튼까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시리즈를 4승 2패로 마무리한 덴버는 통산 다섯 번째로 서부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했다.
덴버는 양대 컨퍼런스를 통틀어 가장 먼저 컨퍼런스 결승에 오른 팀이 됐다.
보스턴 셀틱스는 이날 열린 동부컨퍼런스 2라운드 6차전에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95-86으로 잡고 시리즈 전적을 3승 3패 원점으로 되돌렸다.
13일에는 컨퍼런스 2라운드 2경기가 예정돼 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LA 레이커스 원정을 떠나 서부컨퍼런스 2라운드 6차전을 치른다. 현재 레이커스가 3승 2패로 앞서 있다.
뉴욕 닉스도 반전을 노린다. 현재 2승 3패 열세에 있는 뉴욕은 마이애미 히트와 원정 6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