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1개월 된 딸을 굶주림 속에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와 계부가 대법원에서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A씨와 계부 B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의 아동관련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유지됐다.
두 사람은 2021년 10월부터 약 5개월간 딸에게 기본적인 식사와 물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에 놓이게 하는 등 학대·방임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부는 2022년 1월 29일부터 딸이 숨진 다음날인 3월 3일까지 38차례나 두 자녀를 집에 방치했다. 생후 17개월 아들도 딸과 함께 방임해 영양실조·발육장애를 앓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히 그해 3월 2일 먹을 것을 찾던 피해자가 쓰레기 봉지에 있던 도시락 등을 꺼내고 애완견의 배변을 손으로 만지는 등 집을 어지럽힌 데 화가 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럼에도 부부는 차례로 외출했고 이튿날인 3월 3일 저녁 피해자가 쓰러져 숨을 쉬지 않는 상태인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생후 31개월 된 딸의 사인은 영양실조 및 뇌출혈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자주 집에 홀로 방치됐던 딸은 굶주림에 먹을 것을 찾다가 애완견 사료와 배변을 집어 먹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부인 B씨는 이를 사진으로 찍어 친모 A씨에게 송부한 적도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생후 31개월에 불과한 피해자는 부모인 피고인들로부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도 못한 채 굶주림으로 삶을 마감했는데 피해자가 사망 직전까지 느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공포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며 두 사람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원심에서의 자백을 번복하고 남편이 때리는 바람에 피해자가 숨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항소심 법원은 "유기 행위를 지속하면서 상대방의 행위를 제지하지도 않았다"며 두 사람이 공모해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망 및 발견 당시 피해자들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두 명 다 전신에 뼈만 겨우 남아 있고 너무 말라서 피부가 쪼그라들 정도로 참혹한 모습이었다"며 "죄질이 매우 중하고 비난가능성 또한 너무나도 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두 사람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