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BL 우승의 주역 오세근. KBL안양 KGC인삼공사는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이다. 서울 SK와 '역대급' 챔피언결정전 7차전을 치른 끝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난 직후 구단은 더 바빠졌다. '역대급'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4회 우승을 달성한 프랜차이즈 스타 오세근과 최근 4년 연속 최우수수비상을 수상한 문성곤이 안양을 떠났다. 두 선수의 이적은 KGC인삼공사의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문성곤은 수원 KT로, 오세근은 서울 SK로 각각 좋은 조건에 계약을 맺고 떠났다.
그렇다고 전력 보강에 대한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다. KGC인삼공사는 2명의 외부 FA를 영입했다. SK에서 뛰었던 가드 최성원에게 첫해 보수 총액 4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19일에는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FA 포워드 정효근과 계약 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5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2명이 떠나고 2명이 새로 들어왔다. 어느 때보다 복잡한 FA 시장 안에서 구단도 나름 전력 보강에 최선을 다했다고 보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팀의 영광을 함께한 선수들을 붙잡지 못한 결과는 팬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긴다.
내부 FA를 잡지 못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GC인삼공사는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2회 우승을 달성했다. 2010년대 들어 KBL 명문 구단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재도, 전성현에 이어 문성곤, 오세근까지 우승의 주역들이 차례로 떠났다. 팬들은 KGC인삼공사의 계약 의지와 협상력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오세근은 1987년생 베테랑이다. 적잖은 나이에도 KBL 최정상급 빅맨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19.1득점, 10.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MVP를 차지했다. 오세근은 '최고'라는 타이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선수다. KGC인삼공사는 이 부분을 채워주지 못했다. 반면, SK는 그 부분을 채워줬다.
문성곤에게도 적극적인 협상이 필요했다. 문성곤은 예전부터 FA 시장이 열렸을 때 인기가 많을 선수로 여겨졌다. KT는 협상에 열성적인 자세였고 첫해 보수 총액 7억8천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던져 문성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양 KGC인삼공사로 이적하는 정효근. KBL시장에서 인기있는 내부 FA를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게 요즘 분위기다. 최근 굵직한 FA들의 이동이 잦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양홍석은 KT를 떠났고 최준용의 이적도 임박한 분위기다.
지난 시즌에는 전주 KCC가 이승현과 허웅 등 굵직한 외부 FA 2명을 영입하면서 FA 시장이 요동쳤다. 올해는 양홍석의 이적을 시작으로 KGC인삼공사의 문성곤과 오세근이 타팀으로 이적하면서 FA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프로농구는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전력 구도로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KGC인삼공사도 불과 몇 주 사이에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변준형도 군 입대로 자리를 비우면서 우승을 이끌었던 베스트5 중 3명이 없는 상황에서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양희종이 은퇴하고 오세근까지 떠나면서 '인삼신기'로 불렸던 2010년대 안양 프랜차이즈의 주역들을 더 이상 안양에서 볼 수 없게 됐다.
KGC인삼공사는 박지훈과 렌즈 아반도 그리고 FA 재계약을 체결한 배병준 등 통합 우승에 기여한 기존 선수들에 정효근, 최성원의 재능을 더해 2023-2024시즌을 준비한다. 시즌 전 예상을 뒤엎고 통합 우승을 달성한 김상식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능력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만만치 않은 전력을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