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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 막을 수 있었던 4번의 기회…모두 날렸다

사건/사고

    잼버리 파행 막을 수 있었던 4번의 기회…모두 날렸다

    작년 10월 국감, 올 6월회의에 폭염 대비 필요성 제기
    최대참여국 영국의 계속된 시설정비 요구에도 미적
    애초 계획의 절반 수준에 그친 샤워장·화장실·급수대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가 태풍에 밀려 사실상 조기 종료하게 됐지만, 초반에 불거진 준비 부족에 의한 파행은 국가적으로 뼈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일년 전에도 폭염 등 대비 등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지적에 '아무 문제 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과적으로 허술한 대응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늘막 없는 허허벌판에서 샤워장.화장실.급수대 등 필수 시설마저 부족한 환경에 놓인 5만명의 국내외 참가자들을 '생존 싸움'에 내몰았다는 비판을 직면했다. 준비과정부터 행사 초반까지 이런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①작년 국감장서 "두고봐라, 나중에 책임 물을 것"
    폭염 등에 대한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새만금을 지역구로 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10월 국감장에서 잼버리 행사의 안전 관리 대책이 부실함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작년 10월 25일 국회 여성가족위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폭염, 폭우, 먼지, 해충 방역, 편의시설 등에 대한 점검을 요구하며 "두고 봐라, 나중에 역사가 장관님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 부안). 이원택 의원실 제공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 부안). 이원택 의원실 제공
    해당 발언에 대해 이 의원은 8일 노컷뉴스와의 전화에서 "여가부가 잼버리 대회 주관 부서인데,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면 제대로 고민하고 준비할까 걱정이 됐다"며 "폭염, 해충 등 문제에 대한 점검과 대책이 부족하다고 느껴 지적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감사 당시 김 장관은 이 의원에게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고 답했으나, 결국 이 의원이 우려했던 대로 사고가 터진 것이다.


    ②두달전 잼버리조직위서도 예비비 놓고 '고성'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두달여 앞둔 6월 16일에도 폭염 예산을 놓고 충돌이 있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잼버리 조직위 공동위원장 등 관계자 약 20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게 정상이고 비상예산 준비가 필요했다"며 "이를 생각하지 못한 여가부가 무책임, 무능했다"고 비판했다.

    폭염 등 예기치 못한 사건들을 대비해 예비비를 편성해달라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수차례 요구했으나, "꼭 필요하냐", "이게 국비인데 왜 함부로 쓰려고 그러냐"는 답변만 돌아왔다. 당시 관계자들은 최소 20억원의 예비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영국 등 일부국가가 철수한 이후 뒤늦게 100여억원을 긴급투입했다.

    일각에선 여가부가 정권 초기부터 폐지 논란에 휩싸이면서 김 장관이 예비비 편성 등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③영국, 수차례 민원 제기했지만 문제 해결 안 돼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단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단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영국 스카우트 측의 반복된 요구 사항이 제때 반영하지 못한 것도 문제를 키웠다.  

    단일 국가 중 가장 많은 약 45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을 파견 한 영국은 지난 5일 스카우트 대원들을 새만금 캠프에서 호텔로 이동시켰으며 7일 철수를 결정했다.

    새만금에서 나오기로 하기까지 수차례의 불만을 제기했지만, 잼버리 조직위가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다.  

    영국 스카우트 연맹 맷 하이드 대표는 7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기 전과 도착 후에도 주최 측에 우려 사항 중 일부를 반복적으로 제기했다"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고 주최 측에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 상황은 햇빛을 피할 그늘 부족, 식이요법이 필요한 참가자들을 위한 음식 부족, 열악한 위생 상태, 충분하지 못한 의료 서비스 등 4가지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대원들의 현장 도착 전인 지난달 31일 대원 부모들에게 "조사 결과 우리가 기대한 만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BBC는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현장에서 영국 측이 부족한 것을 직접 요구했다고 들었다"며 "그런 걸 신속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해줘서 보완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④폭염에도 절반만 설치한 샤워장.급수대…뒤늦게 허둥지둥
    지난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델타구역에 마련된 수도시설. 연합뉴스지난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델타구역에 마련된 수도시설. 연합뉴스
    열악한 환경의 상징인 화장실 샤워장과 급수대가 기존 계획의 절반만을 설치된 것은 파행의 예고편이라고 할수 있다. 이들 시설은 기본적인 생활시설인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목표량을 대폭 낮춰 수정했다.

    2016년 새만금개발청이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영지에는 샤워장 417동, 급수대 278개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제 야영장에는 샤워장 281동, 급수대 120개만이 설치됐다. 기존 계획에서 약 절반만 설치된 것이다.

    샤워기도 초기 계획에선 1동당 12개, 총 약 5천개의 샤워기를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설치된 샤워기는 그보다 훨씬 적은 1650개에 불과하다. 계획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부 운영 계획을 세우며 상황에 맞게 수량을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으로 드러났다.

    온열환자가 속출하자 당정은 뒤늦게 얼음 생수와 쿨링 텐트·버스 등을 제공하겠다며 대책을 내놨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필수시설을 충분히 설치했다면 초기 시행착오를 크게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열고 잼버리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부실 운영 등과 관련한 현안 질의를 할 예정이다. 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2일 이후 주무 장관이자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불러 질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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