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 연합뉴스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전패의 수모를 당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하지만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은 여전히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대표팀은 지난 6일부터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소집돼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태국 나콘라치시마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 여자 배구 선수권 대회 출전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세자르 감독은 17일 선수촌에서 열린 공개 훈련 전 인터뷰에서 "대회 전까지 진천에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기간은 총 3주"라며 "주 별로 나눠서 목표를 가지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주 차인 지금은 공격 부분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VNL 이후 명단에 변화가 생겼다. 세터진에선 염혜선(KGC인삼공사)가 제외됐고, 리베로는 신연경(IBK기업은행) 대신 김연견(현대건설)이 발탁됐다. 아웃사이드 히터에선 김미연(흥국생명)이 빠졌고, 권민지(GS칼텍스)와 이한비(페퍼저축은행)가 새롭게 합류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는 문지윤(GS칼텍스) 대신 이선우(KGC인삼공사)가 선발됐다.
세자르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 정도나 몸 상태, 체력 등을 고려했다"면서 "팀에 합류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판단해 변화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준비할 시간이 많진 않지만 한 팀으로 뭉쳐서 열심히 해주고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여자 배구 대표팀 훈련. 연합뉴스VNL을 마친 뒤 세자르 감독은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를 관전했다. 아시아 선수권에 출전할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선수들은 KOVO컵을 통해 실전 감각을 한껏 끌어올렸다. 이에 세자르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결승전까지 치른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 선수들의 경우 피로도가 높아서 운동 강도를 조절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약 2주 뒤 열릴 아시아 선수권도 중요하지만, 2024 파리올림픽 예선과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 대회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세자르 감독은 "일단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아시아 선수권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준결승 진출이 목표인데, 대회 결과를 바탕으로 남은 대회들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 VNL에서는 전패를 거뒀지만 세자르 감독은 선수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며 흡족해 했다. 현재 선수촌에서 진행 중인 훈련 성과에 대해서는 "최근 2~3일 동안 훈련에서 선수들의 향상된 모습과 긍정적인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다음주에는 연습 경기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훈련들이 예정돼 있다. 이제는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세자르 감독은 "VNL에서 장점으로 꼽힌 서브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브레이크 포인트 상황에서도 점수를 만들어야 하고, 다양한 공격을 구사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훈련하는 여자 배구 대표팀. 연합뉴스이번 대회에서 경계할 팀으로는 중국, 일본 등을 꼽았다. 세자르 감독은 "태국은 스타팅 멤버가 예상대로 나올 것 같은데, 중국과 일본을 올림픽 예선에 중점을 두고 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서 선수 구성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선수권은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이 출전하는 VNL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게 선수들의 생각이다. 세자르 감독 역시 "아시아 선수권에서는 세계적인 강팀을 만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을 확률은 올라갈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아시아 선수권에서는 40%가 넘는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세자르 감독은 VNL 기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결과적인 부분도 있지만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팀이 지더라도 상대를 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목표를 이룬 거라 생각한다"고 동문서답했다. 이어 "결과보다 과정으로 평가를 해야 하고, 좋은 과정을 만드는 게 내 목표라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역시 결과보단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메달 사냥을 목표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과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훈련한 내용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면 결과도 따를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세자르 감독. 연합뉴스올림픽 본선 진출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아시안게임에 대한 자신감은 분명 느껴졌다. 세자르 감독은 "올림픽 예선은 수준이 높은 대회인 만큼 어려울 거라 예상된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선수권과 환경이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이 아시안게임에도 이어질 거라 본다"고 짚었다.
배구 팬들은 이미 대표팀이 VNL에서 전패를 당한 데 큰 실망감을 느꼈다. 이에 세자르 감독은 "한 팀의 수장으로서 결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슬프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아시아 선수권은 VNL과 수준이 다른 만큼 더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팬들의 마음을 직접 돌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 팀이 하는 모습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팬들의 응원에 감사함을 전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세자르 감독은 "팬들이 항상 지지해주신다는 걸 너무 잘 느끼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면서 "공이 땅에 떨어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끝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