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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언' 정찬성,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코리안 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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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선언' 정찬성,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코리안 좀비'였다

    할로웨이와의 경기 후 눈물을 흘리는 정찬성. 정찬성은 이날 은퇴를 선언했다. UFC 제공할로웨이와의 경기 후 눈물을 흘리는 정찬성. 정찬성은 이날 은퇴를 선언했다. UFC 제공
    "정말 잘했다. 코리안 좀비는 진정한 도전자"(코너 맥그리거)
    "진정한 전설 정찬성, 은퇴 후를 즐겨라"(찰스 올리베이라)
    "코리안 좀비는 100% 레전드"(맥스 할로웨이)

    쓰러지면서도 주먹을 날렸다. 우리가 알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36)의 모습이다. 하지만 더 이상 옥타곤에서 정찬성을 볼 수 없게 됐다.

    정찬성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할로웨이 vs 코리안 좀비' 메인 이벤트 경기에서 할로웨이(32·미국)에 졌다. 3라운드 23초 만에 펀치에 의한 KO패를 당했다.

    정찬성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마이크를 건네받자마자 "그만할게요"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챔피언이 목표인 사람이다. 할로웨이를 진심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후회 없이 준비했다. 챔피언이 되려고 격투기를 하는데, 톱 랭커를 이기지 못하면 냉정하게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UFC 제공UFC 제공
    고별전이 된 할로웨이와의 경기. 정찬성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좀비' 같은 면모를 보여줬다.

    정찬성의 정신력은 특히 2라운드 시작 28초가 지난 시점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찬성은 할로웨이의 오른쪽 스트레이트 펀치를 맞고 휘청이며 쓰러졌다. 할로웨이는 이 틈을 타 파운딩에 이은 초크를 걸어 정찬성을 가뒀다.

    하지만 정찬성은 끈질기게 몸을 돌리며 이를 버텼고, 끝내 초크를 풀어냈다. 정찬성은 비틀거리면서도 연속되는 할로웨이의 펀치를 피했다. 2라운드가 끝난 뒤, 경기장에는 정찬성을 응원하는 소리가 떠나갈 듯 울리기도 했다.

    3라운드에서 할로웨이의 펀치가 정찬성의 왼쪽 얼굴에 꽂혔을 때,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코리안 좀비는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할로웨이 펀치에 쓰러진 정찬성. UFC 인스타그램 캡처할로웨이 펀치에 쓰러진 정찬성. UFC 인스타그램 캡처
    경기가 끝난 후 UFC 전설들도 정찬성을 극찬했다. 코너 맥그리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말 엄청난 펀치와 경기였다. 정찬성과 할로웨이에 경의를 표한다"며 정찬성에겐 "정말 잘했다. 코리안 좀비. 진정한 도전자여"라고 칭찬했다.

    찰스 올리베이라 역시 SNS에 "진정한 전설인 정찬성, 은퇴 후를 즐겨라"라는 글을 남겼다. 대전 상대였던 할로웨이는 경기 후 정찬성의 손을 들어 올리며 "코리안 좀비는 100% 레전드"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UFC 제공UFC 제공
    정찬성의 또 다른 별명은 '업셋 전문가'였다. 정찬성은 수차례 사전 예측을 뒤엎고 반전의 승리를 따내며 팬들을 흥분케 했다. 특히 더스틴 포이리에, 데니스 버뮤데즈, 헤나투 모이카노 등의 강자들과 만났을 당시 예상치 못한 저력을 보여주고 승리를 하며 UFC 정상급 선수가 됐다.

    2007년 6월 24일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전을 치른 정찬성은 이번 할로웨이와 경기까지 총 25번을 싸워 17승 8패를 기록했다. 정찬성은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하게 UFC 타이틀 매치를 두 번이나 치른 선수다.

    정찬성은 앞서 이미 은퇴를 언급한 적 있다. 지난해 4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와 페더급 타이틀 매치에서 완패한 뒤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다"며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내가 더는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은퇴를 시사했다.

    하지만 할러웨이가 정찬성에게 "꼭 싸워보고 싶었던 선수"라고 도전장을 던지며 이번 매치가 성사됐다.

    정찬성 인스타그램 캡처정찬성 인스타그램 캡처
    정찬성의 은퇴를 외신들도 주목했다. 할로웨이와의 경기 후 CBS 스포츠, 스포르팅 뉴스, 야후 스포츠 등 해외 매체들은 이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CBS 스포츠는 "감정에 북받친 정찬성은 마지막으로 케이지를 걸어 나오는 동안 눈물을 훔쳤다"며 "관중들은 정찬성의 입장곡인 'Zombie'를 따라 부르며 옥타곤에서 그를 배웅했다"고 보도했다.

    정찬성은 이날 은퇴를 공식화한 후 글러브를 벗고 팬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쉽게 일어서지 못하던 정찬성은 이내 몸을 일으켜 얼굴을 감싸 쥐고 흐느끼며 눈물을 닦았다. 파란만장했던 코리안 좀비의 파이터 생활에 종지부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케이지와 이별을 고한 후 엎드려 흐느끼는 정찬성. UFC 인스타그램 캡처케이지와 이별을 고한 후 엎드려 흐느끼는 정찬성. UFC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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