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권이 4일 전북 순창군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23 순창오픈 종합소프트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한국 남자 소프트테니스(정구) 베테랑 서권(33·인천시체육회)이 국내 첫 오픈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서권은 4일 전북 순창군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23 순창오픈 종합소프트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황보은(24·음성군청)을 게임 스코어 4 대 2로 눌렀다. 1, 2게임을 먼저 내주고 내리 4게임을 따내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순창 오픈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3월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회장 정인선)와 순창군(군수 최영일)이 종목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창설했다. 한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총 8개국 200명(국내 135명, 해외 65명) 선수들이 참가했다.
특히 서권은 9살이 많은 체력적 부담을 극복하고 정상에 등극했다. 30살 중반에 접어든 나이지만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할 만큼 엄청난 지구력으로 황보은을 눌렀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서권은 1, 2게임 경이적인 수비를 펼친 황보은에 당황한 듯 기선 제압을 당했다.
하지만 베테랑의 노련함으로 차츰 경기를 만회했다. 서권은 3게임을 듀스 접전 끝에 따냈는데 좌우 코너를 찌르는 스트로크로 상대 체력을 뺐고, 적절하게 쇼트를 구사하는 전술을 썼다.
황보은은 초반 수비에 체력을 소진한 듯 경기 중반 이후 더블 폴트를 범하는 등 집중력이 떨어졌다. 결국 서권이 더욱 예리하게 좌우 코너를 공략하며 황보은의 범실을 유도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서권의 끈기에 밀려 황보은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황보은은 문경시청 소속 황보민(26)의 동생으로 남매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4일 전북 순창군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23 순창오픈 종합소프트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시상식 모습. 협회
우승 뒤 서권은 "사실 앞서 추계 실업연맹전 때 황보은에 졌던 기억이 있다"면서 "오늘도 초반 쇼트를 너무 잘 받아넘겨서 당황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러나 스트로크로 좌우를 흔들어보자는 전략이 주효해 이길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체력 하나는 자신이 있다. 서권은 "인하대 시절 마라톤 대회를 나간 적이 있는데 42.195km를 3시간 30분에 뛰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내가 과연 뛸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뿌듯했다"고 돌아봤다.
소속팀 사령탑이자 국가대표 남자팀 서규재 감독도 칭찬 일색이다. 서 감독은 "정말 훈련밖에 모르는 성실한 선수"라면서 "키는 작아도 국내에서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권은 168cm로 국내 최단신급이다.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서권은 아쉽게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됐다. 선발전에서 1위로 단식 결승에 올랐지만 패자 부활전을 통해 올라온 김태민(수원시청)에 잇따라 패해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쳤다. 다만 서권은 상비군으로 출전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항저우에는 동행한다.
서권은 "아쉽지만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더 많이 배우겠다"면서 "내년 경기도 안성세계선수권대회도 있고 순창 오픈도 2연패를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 감독은 "서권이 미혼인데 나처럼 40살에 늦깎이 결혼하지 않도록 상금도 많이 받아서 빨리 가정을 꾸리면 좋겠다"고 스승의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