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나마타병 환자. flickr 캡처수은 오염수 방류로 집단 사망 및 집단 발병의 비극을 겪은 일본의 미나마타병 환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집단 저항하고 있다.
일본 미나마타병 피해 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부터 줄곧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31일에도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이 말하는 실수란 무엇일까?
미나마타병은 구마모토(熊本)현 미나미타시(市)에 있던 신일본 질소비료공장이 1930년대 부터 36년 가까이 바다에 방류한 유기수은 오염수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1950년대부터 집단적으로 걸린 수은 중독증을 말한다.
주민들은 수은을 함유한 오염수에서 자란 조개 및 어류를 먹고 사지와 혀가 마비돼 말을 못하거나, 무기력과 우울증에 빠지는 신경 이상 증상을 보였다.
작은 물건을 잡거나 단추를 잠그지 못하는 사람들, 멀쩡히 걷다가 넘어지거나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1956년 미나마타시가 있는 구마모토대학병원 연구팀이 수은에 중독된 고양이의 이상 행동을 관찰한 동영상 내 한 장면. toxicevolution 캡처동물들도 이상 현상을 보였다.
고양이들이 경련을 일으켜 죽거나 까마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이 반복됐다.
그 때까지만 해도 지역 주민들은 이 증상을 '춤추는 고양이 병'으로 불렀다.
질병의 확산은 미나마타시 외곽 지역으로 확산됐다.
사람과 동물들 사이에 이상 징후가 확대돼 갔지만 당국은 오염수 방류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다 마지못해 지역 의과대학에 조사를 맡겼다.
그러나 당국은 병과 오염수 사이의 인과 관계를 찾아낸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은폐하거나 축소했다. 심지어 원인을 오염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계속되는 반발에 당국은 공장에 오염수를 처리해 배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959년 12월 오염수 처리시설 준공식에서 요시오카 기이치 당시 신일본 질소비료회사 사장은 처리수를 마셔 보이며 오염수가 완벽하게 처리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오염수 처리 시설은 효과가 없었고, 처리수 시음 역시 연출된 것이었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나마타병 사건이 해결된 것으로 인식했다.
따라서 미나마타병 피해단체들이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말은 가해자들 뿐 아니라 잠재적 피해자들에게도 향해있다.
40세부터 20년 넘게 걷지를 못하고 있는 미나마타병 환자인 유지 카네코. 교도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지난 31일 성명에서 "미나마타병의 교훈을 전혀 배우지 못했다"며 오염수 해양 방출은 즉각 중단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방침을 굳힐 때에도 "해양에 방출하는 삼중수소 등을 희석한다 해도 그 총량은 감소하는 것이 아니다"며 "오염수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방류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1932년부터 1968년까지 미나마타시에서 계속된 수은 오염수 방출로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2653명이 수은 중독증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비공식적으로는 100만명이 이 병의 직간접적인 피해에 시달렸으며, 그 가운데 900명이 숨졌다는 추산도 나왔다.
일본 대법원이 미나마타병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일본 정부에 물은 것은 1956년 미나마타병이 처음 확인된지 48년만인 2004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