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청구 금액 21만 4410원'
네 살배기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유명을 달리한 40대 여성이 살던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빌라는 적막했다.
9일 정오 무렵 찾은 빌라 입구에선 '계약자 불명'이라고 쓰인 전기요금 고지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빌라치고는 꽤 많은 금액에 고된 생활고에 시달렸던 가정의 요금 연체를 가늠케 했다.
취재 윤리를 지키기 위해 우편함 밖으로 삐져나와 보이는 부분 외에 다른 내용을 들춰보지는 않았다.
우편함 앞에는 '부재중인 관계로 안내해 드린다'는 문구가 적힌 우편물 도착 안내서 스티커도 붙어 있었다.
집배원이 지난 6일 오전 처음 들고 왔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등기 우편은 끝내 주인의 손에 닿지 못한 듯 보였다.
한낮인데도 빌라 주변은 지나는 사람이 많이 없어 한적했다.
인근 음식점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침에 경찰차가 많이 와서 놀랐는데 빌라에 살던 여자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며 "이 근처에 사는 데 그 여자를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문 열린 빌라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모자가 함께했던 집 현관이 나왔다.
현관문에는 수사 관계자 외 출입 금지를 알리는 경찰의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집 전체를 두른 듯 겹겹이 붙어 있었다.
문 앞에는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기저귀 박스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빌라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손사래 치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 주민은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며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 어서 가 달라"고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찰은 숨진 여성이 아이와 반려견을 홀로 키우며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 간 채무가 있는 데다가 최근 집세를 내지 못한 정황 등을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여성이 기초생활수급비를 수령했는지와 병력 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를 통해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숨진 여성은 전날 오전 9시 55분께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가 난다"는 집주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원에 의해 발견했다.
여성의 곁에는 그의 아들(4)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집주인은 시신 발견 닷새 전에 여성이 빌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은 쇠약한 상태였으나 병원에서 치료받고 현재는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시신 부패 상태 등으로 미뤄 아들이 최소 사흘 이상 음식물을 먹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모자의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고 출동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집 안은 제대로 정돈되지 않았으며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곳곳에 쌓여 있어 아이를 키우기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시신에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강력범죄나 극단적 선택이 아닌 내인사(內因死)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주변 배경 등에 대한 조사는 차차 진행할 예정"이라며 "부검 결과가 나오면 여성이 사망한 시기와 그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 신고로 어린아이의 생명을 구하게 돼 다행"이라며 "늦었다면 건강이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