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신유빈(오른쪽부터), 전지희가 북한 차수영, 박수경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항저우=황진환 기자한국 여자 탁구 신구 에이스 신유빈(19·대한항공)-전지희(31·미래에셋증권)가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22년 만에 한국 탁구에 복식 금메달을 안겼다. 특히 33년 만에 성사된 아시안게임 탁구 결승 남북 대결에서 승리하며 의미를 더했다.
신유빈-전지희는 2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에서 차수영-박수경(북한)을 게임 스코어 4 대 1(11-6 11-4 10-12 12-10 11-3)로 눌렀다. 이번 대회 탁구 종목의 첫 금메달이다.
한국 탁구의 역사를 여러 개 썼다. 신유빈-전지희는 21년 만에 한국 탁구의 아시안게임 복식 우승을 합작했다. 이전까지는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남자 이철승(삼성생명 감독)-유승민(대한탁구협회장), 여자 석은미(현 여자 대표팀 코치)-이은실의 복식 금메달이 마지막이었다.
여기에 33년 만에 성사된 아시안게임 탁구 결승 남북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 1990년 베이징 대회 당시 남자 단체전 결승 남북전이 유일했는데 2번째 대결에서 신유빈-전지희가 웃었다. 33년 전 당시 유남규(한국거래소 감독), 김택수(탁구협회 부회장), 강희찬(대한항공 감독) 등이 버틴 대표팀도 북한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전지희는 "처음 기자 회견에 와서 긴장된다"면서 "결승에서 솔직히 많이 떨었는데 유빈이가 힘을 실어줘서 좋은 플레이가 나온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신유빈도 "아시안게임 첫 결승에 올라와서 신기했고, 후회 없는 경기하고 싶었는데 언니가 잘 이끌어줘서 감사하고, 금메달 따게 돼서 기쁘다"고 화답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에서 승리한 전지희(왼쪽), 신유빈이 서로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항저우=황진환 기자
이번 결승은 남북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코로나19 이후 국제 대회에 나서지 않았던 북한은 모처럼 아시안게임에 나와 여자 복식 결승까지 오르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뽐냈다.
하지만 여자 복식 세계 랭킹 1위 신유빈-전지희의 벽은 높았다. 결승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1등 한 뒤, 이긴 뒤에 말하갔습니다"고 했던 차수영-박수경은 이날 기자 회견에 불참했다. 다만 경기 전 신유빈-전지희와 악수를 나눴고, 경기 후 시상식에서 함께 세리머니를 펼쳤다.
첫 결승 상대가 북한이었던 신유빈은 어떻게 느꼈을까. 이와 관련한 질문에 신유빈은 "상대가 누구든 똑같이 경기 준비를 했고, 언니와 늘 하던 작전 대로 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고, 세리머니도 다른 생각 없이 했다"고 해맑게 웃었다.
다만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는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중국 허베이성 출신의 청소년 대표 출신 전지희는 김형석 현 화성시청 감독이 눈여겨보고 한국으로 데려와 2011년 귀화했다. 인천과 자카르타-팔렘방 등 아시안게임과 리우데자네이루, 도쿄 등 올림픽을 2번씩 출전했다. 메이저 대회 금메달은 처음이다.
전지희는 "14년째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데 중국에서는 솔직히 수준 낮고 떨어져서 높은 자리에 못 오를 줄 알았다"면서 "한국에서 기회를 주셔서 제2의 탁구 인생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부터 몸이 좋지 않고 태국 대회에서 기권도 하고 유빈이한테 미안했다"면서도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해보자 해서 점점 컨디션도 올라왔는데 어려웠지만 서로 믿고 이겨내서 이런 자리까지 올라와 너무 감사하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