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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야구 수장 불러낸 국회…'망신 주기' 이력에 우려가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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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야구 수장 불러낸 국회…'망신 주기' 이력에 우려가 앞섰다

    왼쪽부터 구본능 전 총재, 허구연 총재, 정운찬 전 총재. 연합뉴스왼쪽부터 구본능 전 총재, 허구연 총재, 정운찬 전 총재. 연합뉴스
    "울고 싶었는데 뺨 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구본능 당시 KBO 총재, 2017 국정감사)
    "실력 있는 선수를 뽑아야지 왜 아마추어를 뽑습니까?"(선동렬 당시 야구 대표팀 감독, 2018 국정감사)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국정감사 증인대에 섰다. KBO 총재가 국회에 출석한 건 역대 세 번째다.

    이를  앞두고 이전 KBO 수장들의 국회 참석이 다시 회자됐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정치권과 야구계의 고성 충돌 탓에 걱정이 앞선다는 시선 때문이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 총재는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가 주관하는 문체부와 산하기관 등에 대한 감사에 출석했다. 이달 10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문체위 국정감사에 문화·체육계 관계자가 총 32명 채택됐는데, 그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허 총재를 국회로 불러들인 문체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과 이상헌 의원이다. 유 의원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프로야구 FA 뒷돈 의혹'을 제기한 장본인이다. 유 의원은 이날 KBO가 공시하는 구단-선수 간 FA 계약서와 실제 계약서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 허 총재의 답변을 요구했다.

    허 총재는 "2018년까지 구단이 선수와 계약을 하면 자율적으로 구단과 선수가 그 계약서를 KBO에 제출하고 KBO는 이를 공시하게 돼 있었다"며 "하지만 2019년부터는 통일 계약서를 만들어서, 흔히 말하는 이면 계약도 다 기재를 하게 돼 있다. 기재를 하지 않으면 1년간 드래프트 자격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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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유 의원은 "그 이후 계약서에서도 KBO 발표와 계약 내용이 다른 계약서들이 존재한다. 만약 KBO가 부실하게 검토해 이 부실함을 구단 관계자가 악용해 왔다면 큰 사건"이라며 KBO에 전수조사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같은 당 이 의원은 허 총재에게 프로야구 인공지능(AI) 심판 등과 관련해 질의했다. 허 총재는 "인간과 기계의 편차를 줄여서 양 팀이 똑같은 판정을 받도록 하자는 게 ABS의 주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에 "AI 심판 도입을 저도 적극 찬성한다"며 호응했다.

    구본능 당시 KBO 총재. 연합뉴스구본능 당시 KBO 총재. 연합뉴스
    이날 허 총재의 질의 응답은 다행히도 큰 해프닝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한국 야구 수장이 국회에 등장한다는 소식에 야구계에는 우려 섞인 시선이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전 두 번의 KBO 총재 국회 출석 당시, 사퇴 요구와 망신 주기 등 큰 파장이 일었던 전력 때문이다.

    역대 최초로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KBO 총재는 구본능 총재였다. 2017년 10월 23일 당시 충남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구 총재와 양해영 KBO 사무총장의 비리 연루 의혹을 캐물었다. 손 의원의 요구는 '동반 퇴진'이었다.

    당시 손 의원은 구 총재를 향해 연신 고성을 내뱉으며 이같이 요구했고, 구 총재는 기다렸다는 듯 "그렇지 않아도 울고 싶었는데 뺨을 때려주셔서 감사하다"며 현장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18년 당시 정운찬 KBO 총재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2018년 당시 정운찬 KBO 총재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
    두 번째로 국회 증인대에는 정운찬 총재가 올랐다. 정 총재는 한국 야구의 수장으로서 국정감사장에 들어섰지만, 이와 맞지 않는 모순된 발언을 반복해 야구계에서 신뢰를 잃었다.

    정 총재에 앞서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선동열 감독이 먼저 국회에 출석했다. 선 감독이 이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선발에 청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를 주장한 손 의원은 2018년 10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선 감독에게 "출근도 안 하면서 2억 원을 받느냐", "일본 전임 감독과 비교하면 너무 편한 근무 조건 아니냐", "선동열 감독 때문에 프로야구 관객이 20%나 줄었다"는 등 본질과 동떨어진 질문으로 질타를 받았다.

    2018년 야구대표팀 사령탑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2018년 야구대표팀 사령탑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로부터 약 2주 후, 정 총재가 국회에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정 총재는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 "전임 감독제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선 감독이 TV로 야구를 보고 선수를 뽑은 건 불찰"이라는 등 선 감독을 감싸지는 못할망정, 외려 모든 책임을 선 감독에게 미루는 듯한 발언을 반복했다.

    며칠 뒤 선 감독은 국가대표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이후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에 '전임 감독제'가 폐지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전임 감독제가 폐지된 이후  2019 프리미어12 준비에 큰 차질이 생겼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힘없이 주저앉는 등 한국 야구는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점수를 내준 포수 양의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지난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점수를 내준 포수 양의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입법 기관인 국회가 국가기관의 국정을 감찰하는 '국정감사'는 삼권분립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제도다. 그러나 증인 출석을 요구하기 전에,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넓은 견해 역시 필수다. KBO 총재와 대표팀 사령탑을 국회로 불렀을 당시 일부 정치인들이 휩싸인 '야알못' 논란을 재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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