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격려 행사에 참석한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 사진=황진환 기자아시안게임과 같은 메이저 스포츠 국제대회가 끝나면 대회 기간 스포츠를 통한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 태극전사들을 다양한 매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회를 마치고 잠시 여유를 즐기며 예능 프로그램이나 광고 출연 등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은 달랐다.
이달 초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에서 무릎 부상을 이겨내고 투혼의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에 미디어의 러브콜이 집중됐다. 그러나 안세영은 휴식과 부상 치료에 집중하겠다며 정중히 거절의 뜻을 내비쳤고 이는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안세영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이번에 잘 마치고 들어오면서 정말 많은 방송 출연, 인터뷰, 광고 등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저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저 평범한 운동선수"라며 "메달 하나로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것도 아니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 안세영이다"라고 적었다.
안세영은 30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격려 행사에 참석해 그렇게 결정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안세영은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인터뷰와 광고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며 "그러나 저에게는 앞으로도 정말 많은 경기가 있고 아직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을 못 이뤘기 때문에 지금 두 가지를 하기에는 조금 많이 벅차다. 죄송하지만 많이 뒤로 미루고 제 몸을 끌어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선수로서 보여드려야 될 게 많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배드민턴에만 집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영이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꿈은 무엇일까.
안세영은 "이제 아시안게임도 우승하고 그랬지만 아직 올림픽은 없기 때문에 올림픽을 향해 더 열심히 달려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올림픽은 없다"는 표현이 다소 어색했지만 뜻은 명확하게 전달됐다. 올림픽 무대에서도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안세영은 "배드민턴은 이제 올림픽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하는 중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부분들을 병행하는 게 힘들더라. 그래서 자제했다. 제가 원하는 꿈을 이룬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파리올림픽은 내년 여름에 개최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년 연기되면서 태극전사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한다.
안세영은 "지금까지도 힘들게 달려왔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게 이제 제 머릿속에 완전히 박힌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올림픽까지도 충분히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발전된 모습으로 잘 준비해서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기간에 무릎 근처 힘줄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2~5주 재활 진단을 받았다. 안세영이 없는 국제대회는 중국 천위페이의 독무대였다. 천위페이는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과 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에 두 차례 패한 바 있다.
안세영은 부상 공백기에 천위페이가 두 차례 우승했다는 이야기에 "조금 아쉽기는 하다"고 웃으며 "그래도 제 몸이 먼저이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조급할 수도 있지만 제가 가는 길이 앞으로도 힘들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한 템포 쉬어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몸 상태가 60% 정도 올라왔다는 안세영은 11월 중순 일본 오픈을 시작으로 대회 출전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