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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이민 전문가 "최고의 이민 정책이란 없어"[영상]

사회 일반

    OECD 이민 전문가 "최고의 이민 정책이란 없어"[영상]

    핵심요약

    [인터뷰]'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연사 조나단 샤로프 수석정책분석관
    "이민, 인구감소율 잠시 늦출 순 있지만 저출산·고령화 궁극적 대책 아냐"
    '고숙련 이주노동자' 유독 적은 이유?…"문화적 장벽·자녀 교육문제 등이 커"
    여전히 이민자에 관대하지 않은 韓…"서로의 '차이'보다 공통 가치 주목하자"
    서울시 시범도입할 '외국인 가사관리사' 대해선 "매우 비현실적인 정책" 혹평
    "이주노동자 자녀들 살아갈 생활환경 등 고민한다면…한국 분명 살아남을 것"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글로벌편②]

    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이주부(OECD International Migration Division)에서 일해온 '이민정책 전문가', 조나단 샤로프(Jonathan Chaloff) 수석정책분석관이 20일 CBS·보건복지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공동주최한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기조발제 직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CBS 김세준·권병석·손샛별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이주부(OECD International Migration Division)에서 일해온 '이민정책 전문가', 조나단 샤로프(Jonathan Chaloff) 수석정책분석관이 20일 CBS·보건복지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공동주최한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기조발제 직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CBS 김세준·권병석·손샛별
    ▶ 글 싣는 순서
    ①"출산율 0.78명 한국이 망했다고요? 한국의 출산율 분명 높아집니다"
    ②OECD 이민 전문가 "최고의 이민 정책이란 없어"
    (끝)

    "'최고'의 이민 정책이란 건 없습니다(There is no 'best' migration policy)."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이민정책 분야 수석정책분석관인 조나단 샤로프(Jonathan Chaloff)는 저출산·고령화의 대안으로 '이민'에 눈 돌린 한국 사회에 딱 떨어지는 해답 대신, 인류 공통의 가치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CBS·보건복지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공동주최) 참석을 위해 내한한 그는 OECD 국제이주부(International Migration Division)에서 근무하며 여러 국가의 이민정책을 자문한 자타 공인 '이민 전문가'다.
     
    CBS노컷뉴스는 이날 '이주 계획: OECD 국가의 정책 의도 및 실제 결과'란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샤로프 수석정책분석관을 만나 40여 분간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민정책 비교연구를 수행해온 샤로프 분석관의 주요 관심사는 많은 이들이 낯선 나라로의 이주를 결정하는 이유인 '노동'이다. 지난해 기준 OECD 통계에 따르면 회원국들에서 취업비자 등으로 일시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는 200만에 달한다. 각국에서 영주 자격을 취득한 이민자 약 610만 명 중 절반은 '가족'(29%) 또는 '일(21%)' 때문에 고국을 떠났다.
     
    샤로프 분석관은 이같은 숫자들이 대개 "정책적 결정의 결과(the result of policy decisions)"라고 전제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단순히 이민자, 특히 외국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직면한 '인구 절벽'을 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율을 잠시 늦출 순 있지만, 이것이 곧 인구위기에 대한 궁극적 비책은 아니라는 뜻이다("It's not a magical solution for demographic decline").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이민자를 받아들임으로써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를 '합의'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게 샤로프 분석관의 시각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미 단기적인 노동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사실 이민자들도 한국에 와서 오랜 시간 동안 체류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같은 정책이) 효과적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자국민이 채우지 못한 노동 공백을 메꾸고자 '즉각적 필요'에 초점을 두고 시행된 이민정책들이 이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으로 이어진 선례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주정책 수립 시 의도치 않은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리스크')에 대해 한국의 법무부나 행정당국이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도 봤다.
     
    샤로프 분석관은 특정 국가나 문화권을 '타깃' 삼아 이민 문호를 더 크게 열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두 국가의 이주민들에게 특별한 특권을 줘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의 문화와 한국에 관심이 있는 후보군을 놓고 그 후보들로부터 이주 수용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일하러 오는 이주민의 특성상 '고숙련 노동자(highly skilled worker)'가 적은 원인에 대해서는 △국내기업의 직장문화 등 '문화적 진입장벽' △과열된 입시경쟁 속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을 꼽았다.
     
    샤로프 분석관은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아마 쉽게 답이 나올 것"이라며 "한국이 과연 (이민자들의) 장기체류에 적합한 나라인가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고용허가제(EPS·Employment Permit System) 하에서 비인간적 처우에도 '이직'(사업장 변경)조차 쉽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 특히 무자격 체류자 문제에 대해서는 "시스템 내 있는 근로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체계상 저숙련 노동자들은 고용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샤로프 분석관은 이어 "적극적 고용정책의 외부에 있는,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불법체류자'(illegally employed foreigner)들은 왜 불법적 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혹시 전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시스템 자체에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등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지자체별 유치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들의 '졸업 이후'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샤로프 분석관은 "이러한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장기적으로 머물게 유도하려면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지는 격차를 조금 좁혀야 할 것"이라며 "일례로 인턴십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에 (길게) 머무르는 체류비율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일종의 저출산 대응 카드로 꺼낸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시범사업에 대해선 "상당히 비현실적(very unrealistic)"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시(市)는 비전문 외국인 체류자격인 E-9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100명을 고용해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 가정 등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값싼' 노동력을 수입해 돌봄공백을 해소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샤로프 분석관은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온다고 해서 (국내) 여성들의 육아행동이나 전반적 출산율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일부 기대효과가 나타난 선례도 있으나 "이들을 부르는 비용을 또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근로환경·처우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경우엔 양쪽 다 얻을 것이 없다고도 내다봤다.
     
    지난 2018년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망명을 신청할 당시 일어난 '반(反)이민 정서'에 대한 해법으로는 "교육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교류하는 일상의 경험으로 이런 선입견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의 '다름'보다는 하나의 인류로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에 주목할 것 또한 주문했다.
     
    이민 관련정책을 총괄하는 독립적 부처(이민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국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한 부처가 몰아서 전담할지 혹은 여러 부처가 분담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열린 답변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샤로프 수석정책분석관과의 인터뷰 전문.
     
    -한국에는 '단군 신화'란 게 있습니다. 국민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한민족, 한핏줄의 역사를 이어왔다는 세계관이자 이데올로기입니다. 현재 이민은 '세계적 트렌드'이자, 저출산·고령화를 겪는 한국 사회에선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줄어들 인구에 대비한 한국의 선택지는 역시 '이민'이어야 할까요? 또 이민이 단순히 현재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한 것인지, (보다 포괄적으로)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어야 할지도 궁금합니다.
     

    "두 가지 측면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가 과연 무엇을 해결하고자 이민정책을 이행해야 하는가'입니다. 이민, 그 자체만으로 무언가를 해결한다기보다 한국이 이민을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현재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한국 정부에서는 이민자를 받아들이면서 이 문제를 해소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민자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감소하는 인구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하락세를 둔화시키는 데엔 기여하겠죠. 하지만 이민자들도 결국 한국에 정착하고,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그는 이날 포럼에서 상당수 이주민이 이주국에 동화됨에 따라, 기대와 달리 '내국인' 이하 출산율을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서 단기적 인력난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과연 이민이 효과적인가를 생각해 봤을 때, 이미 대한민국은 단기적 노동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도 한국에 와서 계속 장기간 체류를 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효과적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실제로 OECD 회원국들의 많은 정책, 특히 단기 노동수요에 집중한 정책들이, 나중에는 장기적인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소 폐쇄적인 부분이 있는 아시아권 문화를 일순에 바꾸긴 어렵습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외국인에 대해 상당히 '관용적'이지 못합니다. 우리는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같은 문화를 변화시키고, 국민들이 보다 이주민을 '포용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말씀하신 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회 흐름이나 현상을 생각해볼 때 사회란 건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주민 문제도 한국 사회가 (지금보다) 더욱 더 신속하게 대응하고 적응해 나갈 것이란 생각입니다. 물론 설문조사 등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민자나 외국인에 대해 약간은 거부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긴 합니다만, 한국이 지난 20~30년간 그래왔듯이 새로운 이주민 트렌드에도 맞춰나갈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 수용국으로서 우리가 이주민들에게 어떻게 적응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이주민들이 이 수용국에 어떻게 적응을 해나가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이들이 처음 수용국에 도착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을 마주하는 겁니다. 이 이주민들이 과연 수용국의 언어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한국 사회가 이 이주 흐름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더 나아가 이주민의 관점에서 어떻게 한국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또 우리가 그걸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이주민을 위한 시민교육' 같은 것들도 구상해 볼 수 있겠죠.
     
    단적인 예로, 한국에 오는 많은 이주민이 재활용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 마찰을 빚거나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치한 문제일 순 있지만 사실 이러한 크고 작은 적응문제들이 이주민과 현지 한국인들 사이 마찰로 빚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주민이 우리 사회에 동화되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이주민들 입장에서 어떻게 수용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언어를 배울 수 있을지 등 한국 정부의 유도방안 등도 고려사항이 되었으면 합니다."

    조나단 샤로프(Jonathan Chaloff) OECD 수석정책분석관은 "단순히 '이민'만으로 인구감소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며 한국이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BS 김세준·권병석·손샛별조나단 샤로프(Jonathan Chaloff) OECD 수석정책분석관은 "단순히 '이민'만으로 인구감소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며 한국이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BS 김세준·권병석·손샛별
    -혹시 특정 문화권 국가에서 한국으로 더 쉽게 이주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일종의 '선별'을 할 필요도 있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5년 전 한국에서는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나라(예멘)에서 여럿이 망명 신청을 해온 일이 있었는데, 일부 한국여성들은 (젊은 무슬림 남성에 의한) 성범죄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반대했습니다. 이건 '편견(prejudice)'의 문제일까요?
     
    "굳이 어떤 특정 국가나 인종그룹, 특정 국적의 사람들을 한국이 (더) 수용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말씀드리면, 일단 다문화 국가의 경우 이주민 정책을 세울 때 고용주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다문화 국가는 알맞은 인재를 뽑고, 그런 인력을 선별하기 위해 이주정책을 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 국가와 다른 국가 사이 양자협약을 체결해 송출국가에서 수용국가로 이주민을 보내는 경우도 왕왕 있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송출국으로) 특정한 나라를 선정하는 것보다는 대한민국의 문화와 한국에 관심이 있는 여러 후보자들을 놓고 다양한 후보 집단들로부터 이주 수용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몇 년 전에 있었던 이슬람 망명자들의 입국 허용여부와 관련해 많은 여성들이 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하셨습니다. 특정 인종이나 집단에 대한 선입견을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 물어봐 주셨는데,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그나마 괜찮은 솔루션(solution)은 '교육', 그리고 '일상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교류하고 같은 공간에 머물며 어떻게 차이점을 극복하고 그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인류로 공통적인 지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을 잘 하고, 가족을 형성하고, 아이를 낳는 등의 '보편적 가치' 말입니다.
     
    즉, 문화적인 다양성과 다름을 이야기할 때, 그 '차이'에 집중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 가치'를 조명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문화차이도 처음엔 한국에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결국엔 우리가 다른 인종임에도 공통된 가치가 무엇인지, 서로 공유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선입견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요."
     
    -예전 발제문('Recruiting immigrant workers: Korea', 2019)에서 언급하셨듯 우리나라 고용허가제(EPS)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외국인들의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입니다. 최근에는 법무부 공무원들이 무자격 체류자를 폭력적으로 단속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특히 소위 '불법체류자'는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에도 쫓겨날까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합니다.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킬 도구도 없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선 어떤 제도와 지원이 필요할까요?
     
    "네, 두 가지 취약성(vulnerability)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취약성은 적극적 고용정책 안에 내재된 시스템으로 인한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에 이주해오는 많은 노동자 중 저숙련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마주하는 문제가 바로 '고용주에 대한 의존도가 과하게 높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고용주에게 묶여있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쉽게 보고하지 못하거나 신고를 못하고, 혹은 다른 근무지로 이탈할 수 없는, 이직을 할 수 없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업은 특정 근로자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노동자를 받은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전반적으로 근로자는 자신의 소득을 극대화하고 싶어 할 것이고, 반대로 사용자 입장에선 그 근로시간을 어떻게든 늘려서 최고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겠죠.
     
    직장내 괴롭힘 문제의 경우, 사실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이 피해자가 된다면 이직이 가능하도록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내 필요'에 의해 이주노동자를 채용했는데 왜 이들이 다시 근무지를 옮기려 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조치는 이러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 EPS 시스템 안에 있는 근로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취약성은 그 적극적 고용정책의 외부에 있는, 정책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무자격 체류자에 관련된 취약성입니다. 이들이 왜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혹시 이들이 전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불법적 일의 피해자는 아니었는지 등을 고민해 봐야 합니다. 또한 EPS 시스템 자체가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실제로 이주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 게 맞는지 혹은 사용자들이 제대로 (정책 지침을) 따르고 있는지, 혹시나 정책을 악용해 이주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히진 않았는지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알맞은 해결책을 정부가 도출해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적극적 고용정책 안팎에 있는 이주근로자의 취약성을 정부가 (모두) 보호하고 이들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포럼 발제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은 숙련된 노동자의 이주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전문인력 취업비자는 전체 외국인 인구의 3%에 불과합니다. 고숙련 노동자의 이주가 적은 이유와 해결방안을 듣고 싶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직장 내 문화적 장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많은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의 직장을 지원하고 입사하기를 꺼려하는 이유가 그런 문화적 장애물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런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언어장벽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원하는 다양한 기대나 전문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 세계 고숙련 이주노동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거나 찾는 것도 상당히 큰 어려움이 될 수 있겠고요.
     
    또 한국 사회에 내재된 구조적인 문제도 하나의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숙련 노동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 그들의 자녀를 과연 어느 국제학교에 보낼 것인지, 국제학교에 보낼 수는 있는지, 또 그들의 자녀가 과열된 한국의 입시경쟁·교육환경에서 살아남고 적응할 수 있는지…이런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아마 답이 쉽게 나올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과연 장기체류에 적합한 나라인가'도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실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가족을 꾸리는 경우가 많이는 없습니다. 또 한국에 오는 고숙련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남성인데요. 그 이유가 아마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의 기업문화를 일부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선 어쨌든 남편이 '가장'이고, (생활비를) 벌어와야 한다는 (전통적) 신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이유가 배경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 대학 등에 유학 온 외국인 졸업생이 한국에 체류하는 비중도 낮습니다. 지방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이 한국에 남아 자리를 잡으려면 어떤 지원이 요구될까요?
     
    "네, 실제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대학가에서도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볼 수 있죠. 그런데 이들이 졸업 후에도 한국에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게 유도하려면, 우선 졸업에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격차를 조금 좁혀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한 가지 예로, 인턴십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 한국에 머무르는 비율이 좀 더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얻기까지 그 과정에서 정부가 적당한 '가교' 역할을 하면서 그 격차를 좁힐 대책을 생각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학생 개인적으로도, 또 그러한 국제학생들을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함께 생각해야 되는 문제겠죠.
     
    추가적으로,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바로 취직을 하기보다는 (취업준비 등) 약간의 '텀(term)'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국제학생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개 졸업하자바자 취업하길 원하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면 이들이 졸업 후 취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경로를 어떻게 잘 구성할 수 있을지를 한국 사회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그 기간을 잘 단축시킬 수 있다면 더 많은 국제학생들이 한국에 장기적으로 머물 거라고 봅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 가칭 '이민청'(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이같은 부처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민정책을 관리한 컨트롤타워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한국의 이민청은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할지요?
     
    "많은 OECD 국가에서 이민청이나 이주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청(廳)이나 이주 전담 기구를 설립할 때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 무엇인가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이민 혹은 이주 관련업무를 다양한 부처에서 (나눠) 담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안보 측면에서 이주민들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를 봐야 되니 국방부와 협업을 할 수 있겠고, 고용 측면에서의 수용도 고려가 필요하니 고용부가 이주민 정책을 일부 맡을 수도 있겠죠.
     
    또 한편으로 어떤 국가는 단일한 부처가 이주 문제를 모두 담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예시가 캐나다인데요. 캐나다는 아예 이주민을 위한 정부부처가 설립돼 있습니다. 이 부처는 연간 수백만의 이주민을 받고, 대상을 선정하고, 이들의 고용을 위해 알맞은 제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부처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이민청 설립)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에 따라서 이주민 정책을 한 부처에 모두 몰아서 담당케 할 것인지, 혹은 여러 부처가 분담할 것인지가 결정될 거라고 봅니다. 이주민 문제는 다양한 유형의 이민자들이 서로 얽혀 생겨나는 것이니까요. 일시적으로 한국에 머무는 이주민,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이주민도 있을 것이고, 가족 문제나 고용·취업 때문에 한국에 오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이런 다양한 수요와 니즈(needs)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생각해본다면 복잡다단한 문제를 한 부처에서 담당하고 해결하는 게 이상적이겠죠. 그러나 동시에 여러 부처가 분담해 이주민 문제를 맡을 때도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고 긍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부처와 분야마다 이해관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요구와 정책이 조금 더 다변화돼 수립될 수도 있겠습니다."

    조나단 샤로프(Jonathan Chaloff) OECD 수석정책분석관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는 이미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의 자녀들이 살게 될 한국의 생활환경이 과연 적합한지 등을 고민해본다면 저출산과 이민 문제의 실마리도 풀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CBS 김세준·권병석·손샛별조나단 샤로프(Jonathan Chaloff) OECD 수석정책분석관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는 이미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의 자녀들이 살게 될 한국의 생활환경이 과연 적합한지 등을 고민해본다면 저출산과 이민 문제의 실마리도 풀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CBS 김세준·권병석·손샛별
     -한국의 수도인 서울시는 '0.59명'이란 전국 최저 합계출산율을 기록 중인데, 다음 달부터 출산율 제고를 위해 가사·육아를 돕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시범도입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낮은 비용으로 이주노동자를 '착취'할 거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 제도의 정책적 효과, 또 관련한 윤리적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가사도우미)를 들여 출산율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인데, '상당히 비현실적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온다고 해서 (한국)여성들의 육아행동이나 전반적 출산율이 올라가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저가에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불러들여 출산율이 소폭 증가한 사례는 과거에 몇 번 있어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일부 고학력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이 더 올라간다는 데이터도 있었고요. 그러나 이들을 부르는 비용에 대해서도 우리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근무를 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이들의 노동환경이나 처우 문제가 대두되겠죠. 그럼 이들에게 적합한 급여·근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번질 것이고, 결국에는 가사근로자 본인에게도, 한국 사회에도 그리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못할 겁니다.
     
    만약 '이들을 고용하는 비용을 높이면 어떻게 될까'라고 가정을 해보면요. 부를 축적하고 있는 일부 상류층만 이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겠죠. 그럼 본래 (도입)취지인 출산율 증가 목적을 완전히 벗어나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고용으로 출산율 개선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다'입니다.
     
     각 근로감독자들이 (서비스 이용대상인) 집들을 돌면서 가사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일일이 전담해 확인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들에게 올바른 처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허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노력을 하나하나 다 기울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 방법이 (역시) 상당히 비현실적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실 10년 내에 한국이 '합계출산율 0.78명'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는 성공적인 이민정책 등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요?
     
    "네, 한국 사회는 분명히 살아남을 겁니다(Clearly 'Yes'. Korean society will survive).
     
    이미 한국에서 목도되고 있는 현상이지만 한국은 이주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주민이 증가하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주민 문제, 한국으로 진입하는 이주민들의 숫자는 어느 한순간에 스위치가 꺼지는 것처럼 혹은 목욕탕에서 물을 빼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처럼 (갑자기) 한국 밖으로 벗어나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국에 입국하는 이주민들이 살아가는 근로환경과 이들이 살아갈 생활환경의 문제입니다.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봤을 때 대한민국의 이주민이 얼마만큼 늘어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이 증가할 거란 것입니다.
     
    이주민 정책을 펼칠 때, 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이 이들에게 이롭게 조성돼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 한국의 출산율은 물론 하락하고 있지만 이주민들이 한국에 와서 아이들을 낳을 것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향후 10년, 20년, 30년간 살아가며 마주할 다양한 장애물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올바른 공공정책이나 서비스·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지,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이들이 한국의 아이들이 살아온 환경에 잘 적응하고 맞춰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본다면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미래에 대한 답변이 제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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