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여자부 통산 다승 공동 1위를 달리는 스롱 피아비. PBA프로당구(PBA) 여자부 최다 우승을 노리는 스롱 피아비(캄보디아∙블루원리조트)가 또 다시 무명에 덜미를 잡혔다. 7차 투어에서 챔피언 출신 강호들을 잇따라 꺾은 임혜원의 돌풍에 막혔다.
임혜원은 27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여자부 8강전에서 스롱을 눌렀다. 끈질긴 추격전을 펼친 끝에 세트 스코어 3 대 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생애 첫 깜짝 4강 진출이다. 21세 때 당구에 입문한 임혜원은 선수 경험이 전혀 없는 동호인 출신이다. 다만 우수한 동호인 대회 성적을 인정받아 2022-23시즌 우선 등록으로 PBA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 32강이 최고 성적이었고 올 시즌도 1, 2회전 탈락을 반복하다 이번 대회에서 일을 냈다.
임혜원은 이미 앞서 강자들을 격침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64강전에서 김보미(NH농협카드), 16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히가시우치 나쓰미(일본∙웰컴저축은행)를 눌렀다. 그러더니 통산 6승에 빛나는 스롱까지 꺾은 것이다.
그것도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임혜원은 1세트 7이닝 동안 무득점에 그친 반면 스롱은 6이닝째 연속 5점을 몰아치는 등 11 대 0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임혜원도 전열을 가다듬어 2세트를 11 대 9로 따냈다. 스롱이 3세트를 10이닝 접전 끝에 11 대 10으로 가져가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임혜원이 4세트 11 대 9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5세트가 압권이었다. 스롱이 4이닝까지 5 대 3으로 앞서 4강행을 바라보는 듯했지만 임혜원이 5이닝째 폭풍 6점을 퍼부으며 경기를 그대로 끝냈다.
지난 시즌 여자부 최우수 선수(MVP) 스롱은 올 시즌 2차 투어인 실크로드 안산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며 기세를 잇는 듯했다. 그러나 3, 4차 투어에서 모두 32강에서 탈락했고, 이후 2회 연속 1회전에서 낙마했다. 특히 이은희, 원은정 등 무명 선수들에 발목을 잡혔다.
그런 스롱은 7차 투어에서 절치부심하며 8강에 진출했다. 2차 투어 이후 5개 투어 만의 16강은 물론 8강 진출을 이루며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4강행 길목에서 다시 무명에 일격을 당하며 통산 다승 단독 1위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올 시즌 프로당구 7차 투어 8강전에서 강적 스롱을 꺾고 생애 첫 4강행을 이룬 임혜원. PBA
스롱을 누른 뒤 임혜원은 "아직 얼떨떨하다. 내가 이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 내내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에 첫 세트를 멍하게 보냈다"면서 "경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지든 이기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자'는 생각으로 그저 열심히 경기했다"고 돌아봤다.
4강전에 대해 임혜원은 "해볼 만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까지 경기했던 모든 선수들이 어려운 상대였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결과에 상관없이 집중력을 찾아 차분히 경기하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른 8강전에서는 김세연(휴온스), 사카이 아야코(일본∙하나카드), 김정미가 승리했다. 김세연은 이미래(하이원리조트)를 세트 스코어 3 대 1로 꺾었고, 김정미도 백민주(크라운해태)와 풀 세트 끝에 3 대 2로 승리했다. 사카이는 '특급 신인' 한지은(에스와이)를 제압했다.
여자부 4강전은 28일 진행된다. 임혜원-김정미, 김세연-사카이의 대진으로 승자는 29일 밤 9시 30분 열리는 결승에서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