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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연인' 작가 속환史→바함사 유사성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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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연인' 작가 속환史→바함사 유사성에 답하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 집필한 황진영 작가

    "남궁민 집요함과 열정에 경의…안은진 '우리 길채'"
    "조선판 '바함사' 지적 일리 있어…시청자들께 사과"
    "'바함사'와 다르게 확장된 '연인' 서사 봐주시길 기대"
    "속환 여성 이혼시켜야 한다는 조정 논의…안타까웠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 집필한 황진영 작가. MBC 제공MBC 금토드라마 '연인' 집필한 황진영 작가. MBC 제공MBC 금토드라마 '연인'은 짧고 빠른 '숏폼' 콘텐츠가 승리하는 시대에 사극 멜로의 역사를 다시 쓰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전히 시청자들은 강력한 서사의 힘에 반응한다는 '절대불변'의 진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황진영 작가는 누구보다 섬세하게 '연인'의 밑바탕을 그려냈다.

    '연인'은 단순히 남녀의 애절한 로맨스가 아니다. 황 작가는 주인공 장현(남궁민 분)과 길채(안은진 분)의 운명을 병자호란 한가운데 던져 넣었다. 당연히 병자호란 전개를 이해하기 위한 전투, 정치 등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황 작가는 역사의 변두리에 초점을 맞췄다. 바로 병자호란 당시 끌려갔던 수십만 명의 포로, 또 그 중 값을 치르고 조선에 돌아온 여성들에 관해서다.

    이기지 못한 전쟁 그리고 고초를 겪고 돌아 왔으나 조국마저 외면한 조선의 부녀자들. 그 동안 병자호란을 다룬 콘텐츠들은 있었지만 수십만 백성들의 생명력과 아픔 속으로 파고 들어간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패배의 결과인 '속환'은 주변부 이야기로만 머물렀을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도 승리의 역사를 두고, 패배와 치욕 그리고 비극의 역사를 되짚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병기 활'이 병자호란 중 인질로 끌려가는 여동생을 구하려는 조선 최고의 신궁이 청나라군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사극 액션으로 풀어냈다면, '연인'은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수십만 포로들의 이야기를 장현과 길채의 로맨스와 영리하게 엮어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영미 소설 원작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의 유사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다음은 황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MBC 금토드라마 '연인' 집필한 황진영 작가. MBC 제공MBC 금토드라마 '연인' 집필한 황진영 작가. MBC 제공Q '연인'이 시청률 1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뜨거운 인기 끝에 종영했다. 제작 기간 1년을 거쳐 맺은 결실이라 상당히 뿌듯하겠다

    A 먼저 종방연을 마치고 돌아온 날 새벽, 얼굴을 다치는 사고를 당해 서면 인터뷰로 대체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와 오래 함께 했던 '연인'을 보내기가 아쉬웠는데, 이렇게 기사로 다시 돌아보게 되어 아쉬움이 달래지는 기분입니다.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가 버거운 적도 있었지만, 그 순간조차 제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첫 대본 리딩 때, '연인'을 선택한 모든 분들이 뿌듯한 결실을 거두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넘치는 시청자분들의 사랑으로 그 소망이 이루어진 듯 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애절한 로맨스를 완성한 장현 역의 남궁민, 길채 역의 안은진 두 사람과 작업한 소감이 궁금하다. 대본 속에 그린 캐릭터를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궁금한데

    A '연인'의 지독한 순정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남궁민 배우만의 매력에 빚진 바가 큽니다. 길채에 대한 장현의 사랑이 아름답게 전달됐고, 덕분에 애절하면서도 절대적인 사랑이 돋보일 수 있었습니다. 촬영 내내 보여주신 집요함과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안은진 배우의 연기는 '괴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1년 간 이어진 고된 사극 현장에서 집중력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희로애락이 살아있는 길채를 완성시켜 주셨습니다. 그렇게 모두에게 길채는 '우리 길채'가 되었습니다.

    Q 파트1 말미에 등장해 분위기 반전을 일으키고, 로맨스에 긴장감을 줬던 청나라 공주 각화 역의 이청아, 임신한 몸으로 연기 투혼을 보여준 이다인까지 조연들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A 이다인 배우는 모든 순간 진심을 담아 연기해주셨습니다. 길채의 친구로서 길채를 사랑하고 의지하고 염려하는 연기는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해줬습니다. 심지가 굳은 은애 캐릭터를 그만의 아우라로 풀어주셨습니다. 이청아 배우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며 각화 캐릭터를 쌓아주셨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각화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서늘하고 맹렬하게, 때로는 안쓰럽고 애절한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났습니다. 배우의 열정 덕분에 우아하고 강렬한 각화가 완성되었습니다.

    MBC 제공MBC 제공Q 병자호란이라는 난세를 그린 '연인'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까

    A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욕심을 품었습니다. '연인'에서도 장현과 길채, 그리고 두 사람과 얽힌 다양한 인물들이 살아낸 이야기를 통해, 병자호란과 포로들이 다시 생생해지기를 기대했었습니다. 장현의 사랑과, 길채로 대표되는 포로들의 생의 의지가 감동도 주고 재미도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 재미와 감동으로 마음이 포근해졌다면 '연인'의 목적은 넘치게 달성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Q 파트1 방송 당시 영미 소설이 원작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라는 점에서 '연인'의 설정과 유사하긴 하지만 전쟁 속 사랑 이야기는 많은데 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모티브가 됐나

    A 처음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전쟁과 사랑' 이야기를 시도했을 때, 실패한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 근심이 많았습니다. 고민 끝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경쾌한 이미지에서 해법을 찾았습니다. 우리 드라마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변주로 보인다면, 실패한 전쟁 이야기라도 흥미를 가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는 숨기고 싶은 사안이 아니었기에 사전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로 결정했습니다.

    드라마 초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시그니처 장면들(레트와 애슐리의 첫 대면, 애슐리에게 구애하는 스칼렛을 몰래 지켜보는 레트, 전쟁 중의 출산 등)을 의도적으로 비슷하게 구성, 전면에 배치해 사전 정보를 모르고 보는 시청자분들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랑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그렇다면 전쟁 이야기라도 볼만하겠는데. 어디를 어떻게 다르게 하는 걸까?"라고 기대감이 들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잔재주 깨나 부렸네"라고 칭찬 듣기를 은밀히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Q 그러나 한편에서는 파트1이 캐릭터 및 관계성, 서사 전개, 중요한 갈등 부분까지 모티브를 넘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국 리메이크 버전 같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비록 원작 저작권은 소멸된 상태이지만 '연인'의 오리지널리티를 두고서 시청자들 사이 다양한 견해가 오갔다

    A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인'의 이야기가 초반을 지나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는 다르게 흐를 예정이었기에, 비슷한 여정을 기대했던 분들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전쟁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선과 청, 인조와 홍타이지, 심양으로 끌려간 조선 포로와 속환 등 '연인'만의 서사가 펼쳐져, 자칫 잘못된 기대로 이들이 묻힐까 하는 근심이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밝히고 다른 점을 기대해 달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합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또 다른 스포일러가 되었을 것이기에 지금 고민해도 역시나 어려운 사안입니다.

    다시 한 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위대한 저작이 '연인'의 원천에 큰 비중이 되었음을 밝힙니다. 또 미진한 표현으로 불편함을 느꼈을 시청자분들께, 이 콘텐츠의 책임자로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라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는 다른 방향으로 확장시킨 '연인'만의 세계와 이야기, 캐릭터와 메시지들을 다시 한번 봐주시길 기대합니다.

    MBC 제공MBC 제공Q 후반으로 갈수록 병자호란 속 애절한 로맨스를 넘어 속환(청에서 송환된 조선인 포로)에 대한 역사를 밀도 높게 다뤘다. 어떤 불편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금껏 드라마들에서 굳이 다루지 않았던 이 역사적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A 그간 많이 다루지 않았기에 시도해 보고 싶었고, 다루지 않은 이유를 알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여러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이런 서사를 선택한 이유는, 병자호란 이후 끌려간 조선 포로에 강력한 이야기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자호란 시기를 다룬 기존 콘텐츠에서 인조의 무능과 소현세자의 죽음, 혹은 김상헌·최명길로 대비되는 정치관의 대립을 설명하면서 수만여 포로들에 대해 다루지 않은 것에 의구심을 느꼈습니다. 사료들을 접할수록 병자호란을 통과하는 장현과 길채의 사랑, 그리고 포로들의 속환 여정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은 더 커져갔습니다.

    Q 아무래도 앞서 다뤘던 역사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보다는 속환된 포로들, 특히 그 중에서도 부녀자들 입장에서 다뤄진 기록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이들은 오히려 전쟁의 피해자인데 정절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혼을 요구받는 등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라마에 담아내기도 했다

    A 기록이 부족하기에 실체를 짐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환향녀(속환부녀)와 포로 시장에 대한 기록, 도망친 포로에 대한 기록, 포로들에 대한 조선 임금과 조정 대신들의 입장을 찾을 수 있었고, 이것을 잘 엮어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빈 곳은 상상력으로 채웠습니다. 속환된 여성들의 이혼 여부를 놓고 조정에서 몇 날 며칠 논의했다는 사실이 몹시 흥미로웠습니다. 이혼시켜야 한다는 쪽의 주장이 어찌나 당당한지, 아무리 시대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드라마에선 연준의 대사를 통해 그들의 논리를 보여주었지만, 실제 기록에서는 더욱 과격한 어조로 그들이 왜 조선의 맑은 물을 흐리는 검은 한 방울인지가 구구절절 나옵니다.

    Q 그렇다면 길채와 장현의 로맨스 사이 속환의 역사를 녹여내기 위해 집필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A 포로 이야기를 주변 인물이 보여줘서는 절대 살아날 수 없기에, 길채가 직접 포로가 되어 끌려가서 고초를 겪고 속환되는 여정을 그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장현 역시 심양의 포로들을 모아 조선에 보내는 구원자의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길채가 심양으로 끌려가는 개연성이 무척 중요했기에 실록과 자료를 참조해 실제 인조가 유시문을 반포했던 상황으로 길채를 휘말려 들어가게 했고, 속환 과정 역시 실제 조선 포로의 속환 과정과 어려움 등의 자료를 참조해 재구성했습니다. 심양의 포로들을 두루뭉술하게 그려서는 와닿지 못할 것이기에 실제 포로들이 심양에서 어떻게 거래되고, 탈주하고, 도망쳤다가 다시 잡혔는지에 대한 자료를 최대한 참조, 빈 곳은 상상력으로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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