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벌이는 김민재. 연합뉴스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향한 첫 관문부터 우려했던 중동의 텃세 판정과 마주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다행히 침착한 플레이로 이를 극복하고 첫 승을 신고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바레인을 3 대 1로 제압했다. 황인범(즈베즈다)의 선제골로 앞서간 대표팀은 후반 5분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이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멀티 골이 폭발해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대회 첫 경기부터 중동 특유의 텃세 탓에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심은 바레인의 거친 파울에는 관대함을 보였으나, 한국에는 엄격하게 대하며 불리한 판정을 일삼았다.
대표팀은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치른 이라크와 최종 평가전에서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레드 카드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벌인 이강인이 앞서 받은 경고에 이어 옐로 카드를 받아 퇴장을 당했다.
상대 선수가 먼저 이강인의 얼굴 부위를 가격했고, 이강인이 이에 대응하자 다시 밀치며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이 경고를 받을 만한 행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주심은 2명에게 모두 옐로 카드를 꺼냈고, 이강인은 경고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이강인의 퇴장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좋은 예방 주사가 됐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석연찮은 판정이 쏟아졌으나, 대표팀은 거친 파울에 보다 영리하게 대처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바레인 공격 막는 김민재. 연합뉴스이날 경기의 주심은 중국의 마닝 심판이 맡았고, 부심 2명도 모두 중국의 주페이, 장쳉 심판이었다. VAR(비디오 판독) 주심마저 중국의 푸밍 심판으로 배정됐다.
중국이 비매너 축구로 유명하기에 공정한 판정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주심은 전반에만 한국에 10개의 파울을 선언했고, 옐로 카드는 3장을 꺼냈다. 반면 거친 플레이를 펼친 바레인은 파울 4개, 옐로 카드 2장에 그쳤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경고를 연달아 2장을 받으며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 전반 9분 상대 미드필더와 경합 도중 발을 높게 들어 올린 박용우에게 경고가 주어졌다. 전반 13분에는 상대 공격수와 충돌한 김민재 역시 옐로 카드를 받았다.
전반 26분에는 하지만 바레인의 거친 플레이에는 경고가 주어지지 않았다. 전반 26분 상대 수비수가 이강인을 막기 위해 몸을 들이밀며 위협했으나 파울조차 선언되지 않았다. 반면 곧바로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발을 뻗은 이기제(수원 삼성)는 옐로 카드를 받았다.
중동 특유의 텃세 탓에 바레인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전반 29분 문전에서 이재성(마인츠)의 크로스를 받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은 조규성(미트윌란)마저 공을 허무하게 허공으로 띄웠다
전반 37분 황인범이 답답하던 공격의 혈을 뚫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이재성이 크로스를 올렸고, 손흥민(토트넘)이 흘린 공을 왼발로 처리해 골망을 갈랐다.
이강인 멀티골. 연합뉴스전반을 1 대 0으로 마친 대표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바레인에 일격을 당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이를 받은 압둘라 알 하샤시가 골망을 갈라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A매치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던 한국의 골문이 마침내 열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국에는 '해결사' 이강인이 있었다. 이강인은 후반 10분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려 다시 리드를 안겼다.
후반 16분에는 우려했던 경고가 추가로 나왔다. 전방 압박에 나선 조규성이 상대 수비와 충돌에 옐로 카드를 받았다.
한국은 후반 21분 이강인의 멀티골에 힘입어 2골 차로 앞서갔다. 이강인의 활약에 힘입어 2골 차로 앞서갔다. 이강인은 문전에서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제친 뒤 정교한 슈팅으로 바레인의 골망을 갈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2점 차 리드를 잡은 후반 26분 김민재를 빼고 김영권(울산 HD)을 투입했다. 앞서 경고를 받은 김민재의 카드 관리를 위한 교체였다.
바레인의 거친 플레이과 주심의 편파 판정은 계속 이어졌다. 후반 38분 상대 선수가 손흥민의 얼굴을 가격했음에도 주심은 옐로 카드는커녕 파울조차 선언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손흥민이 문전으로 쇄도하다 상대 수비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하지만 주심은 손흥민에게 시뮬레이션 액션이었다며 옐로 카드를 부여했다. 다소 억울한 판정이었으나, 팀이 2점 차 리드를 잡은 상황인 만큼 손흥민은 항의 없이 지나갔다.
결국 대표팀은 바레인을 3 대 1로 꺾고 아시안컵 정상을 향한 첫 발걸음을 기분 좋게 내디뎠다. 하지만 첫 경기에만 경고를 무려 5장 떠안은 만큼 카드 관리에 대한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