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국제 대회인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안세영. EPA=연합뉴스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무릎 부상 이후 처음 국제 대회 정상에 오른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난적에 당했던 패배를 화끈하게 설욕했다.
안세영은 지난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타이쯔잉(대만)을 눌렀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4위 타이쯔잉에 2 대 1(10-21 21-10 21-18)에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이후 첫 국제 대회 정상 등극이다. 당시 안세영은 여자 단체전과 단식을 제패하며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2관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후유증이 컸다. 당시 안세영은 '천적' 중국의 천위페이와 단식 결승에서 1세트를 따냈으나 2세트 오른 무릎 부근 힘줄 파열 부상으로 쓰러졌다.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던 안세영은 그러나 3세트를 기적처럼 따내며 감동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만 재활 이후 복귀했지만 지난해 11월 일본 마스터스 준결승에서 천위페이에 졌고, 같은 달 중국 마스터스에서는 16강 탈락으로 2023년 처음으로 입상이 무산됐다.
또 안세영은 지난달 왕중왕전인 BWF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는 타이쯔잉에 1 대 2로 졌다. 특히 3세트 19 대 10 리드에 이어 20 대 16, 매치 포인트에서 대역전패를 안아 아쉬움이 컸다. 당시 안세영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면서 "경기에 져서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다만 타이쯔잉은 "안세영이 평소보다 민첩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전했는데 역시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았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 경기를 치르는 안세영. 신화=연합뉴스그러나 올해 안세영이 시원하게 설욕했다. 안세영은 첫 세트를 타이쯔잉에 10 대 21로 내줬으나 곧바로 2세트를 21 대 10으로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운명의 3세트 안세영은 접전을 이겨내며 왕중왕전 4강전의 아쉬움 털어냈다.
경기 후 안세영은 BWF와 인터뷰에서 왕중왕전 4강전에 대해 "그 경기를 다시 보고 숙제를 했다"면서 "모든 수고와 노력이 결실을 맺어 기쁘다"고 후련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해 첫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좋고, 한해의 좋은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도 100% 컨디션으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8강전에서도 세계 22위 여지아민(싱가포르)에 고전하는 등 지난해 전성기의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배드민턴 대표팀 김학균 감독은 안세영의 몸 상태와 컨디션에 대해 "아직은 70% 정도"면서 "체력적인 부분이 덜 올라왔다"고 밝혔다. 그 정도만 돼도 타이쯔잉을 꺾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김 감독은 "인도 대회 후 메디컬 체크를 한 번 더해서 훈련 스케줄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세영은 17일(현지 시각) BWF 월드 투어 슈퍼 750 인도 오픈 여자 단식 1회전을 치른다.
70%만 돼도 난적을 꺾고 우승하는 안세영. 최종 목표인 오는 7월 파리올림픽을 위해 착착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