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요키치가 데얀 밀로예비치 코치와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하며 그의 사망에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니콜라 요키치 인스타그램 캡처 세르비아 출신의 센터 니콜라 요키치는 2015년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 데뷔했다.
유럽의 유망주들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NBA 무대를 노크하고 있지만 요키치는 그 당시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2014년 2라운드 전체 41순위(총 60명 지명)로 덴버 너겟츠의 선택을 받았다. 기대치가 낮았고 인지도 역시 낮았다. 요키치의 가족들은 드래프트에서 요키치가 호명되는 순간을 못 봤다. 그 순간 중계 방송에는 타코 벨 TV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210cm가 넘는 큰 키와 120kg 이상의 몸무게를 지닌 요키치는 NBA 구단이 보기에 매력적인 신체 사이즈를 갖춘 센터였다. 이는 NBA 입성의 발판이 됐다. 하지만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는 유형이 아니었기 때문에 NBA 무대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대는 요키치의 편이었다. 2015년 당시 NBA 농구는 변하고 있었다. 3점슛의 시대가 도래했고 스몰 라인업 전술이 각광받았다. '골밑 파이터' 유형의 빅맨보다는 공을 잘 다루고 슛을 잘 쏘는 빅맨이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요키치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재능을 갖춘 빅맨이었다. 그는 NBA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기 전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이를 갈고 닦았다. 이 과정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코치였던 데얀 밀로예비치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세르비아 국적의 밀로예비치는 동유럽권(구 유고슬라비아 연방) 프로농구 무대인 아드리아틱 리그에서 세 차례나 MVP를 차지한 세르비아 농구의 레전드다. 200cm의 신장으로 골밑을 지배했던 선수로 현역 시절 '세르비아의 찰스 바클리'로 불렸다.
밀로예비치는 요키치가 12살이었을 때 처음 만나 약 3년간 그를 지도했다. 요키치를 보자마자 그의 특별한 재능을 발견했다. 요키치는 남들과 달랐다. 그래서 맞춤형 지도 방식을 선택했다.
처음 만난 후 약 한 달 동안 농구공을 잡지 못하게 했다. 그가 선택한 첫 훈련은 체력 증진 그리고 다이어트였다. 그 당시 밀로예비치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요키치는 푸쉬업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리고 너무 뚱뚱했다. 콜라와 같은 탄산 음료를 엄청 좋아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실전에 나섰다가 다칠 것만 같은 몸 상태였다고 했다.
요키치의 몸 상태가 준비되자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평범한 선수들에게 적용하는 훈련법과는 달랐다. 그 당시 농구에 적합한 빅맨을 키우는 게 아니라 요키치의 특별한 재능을 살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밀로예비치는 현역 시절 패스를 나름 잘하는 빅맨이었는데 그는 요키치의 재능을 바로 알아봤다. 장점을 살리는 훈련 방식에 어린 요키치가 코치의 패스 실력을 뛰어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또 밀로예비치는 요키치에게 운동 선수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몸 상태만 요구했을 뿐 과도한 다이어트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요키치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데 좋은 몸 상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먼저다. 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요키치는 보기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통통하고 뚱뚱해서 잘 뛰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덤볐다가는 요키치에게 박살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밀로예비치는 요키치의 강한 힘과 이타적인 플레이 성향을 성장시키는 훈련 방식으로 현 NBA 최고의 빅맨을 만들었다. 요키치의 게임은 일반적인 센터와 다르다. 그는 강한 힘으로 골밑을 지배하지만 그를 빛내는 핵심 요소는 가드의 수준을 뛰어넘는 볼 핸들링 기술, 팀 공격 전체를 살려주는 시야와 패스 능력이다.
요키치는 2020-2021시즌부터 2년 연속 NBA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지난 시즌에는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에게 밀려 MVP를 놓쳤지만 대신 덴버를 NBA 파이널 우승으로 이끌며 파이널 MVP 트로피를 가져갔다.
요키치는 2023-2024시즌 41경기에서 평균 25.5득점, 11.9리바운드, 9.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어시스트 순위에서 정상급 포인트가드들보다 위에 있다. 그가 지난 시즌 기록한 9.8어시스트는 역대 단일시즌 기준 센터 포지션의 선수가 기록한 최다 어시스트 기록이다.
만약 요키치가 밀로예비치 코치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지금의 위치에 서있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요키치의 타고난 재능은 지금 NBA 무대를 주름잡고 있지만 그가 어렸던 시절에는 센터에게 필요한 기술이 아니었다. 밀로예비치는 단점을 채우는 대신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지금의 요키치를 탄생시켰다.
또 밀로예비치의 지도 철학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농구를 직업으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평생 함께할 취미라고 생각해야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열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키치가 그러고 있다. 요키치는 경마(horse racing)에 진심이다. 취미로 NBA에서 MVP 트로피를 수집하는 경마 선수처럼 보일 때가 있다.
18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릴 예정이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유타 재즈의 정규리그 경기 개최가 연기됐다.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워리어스의 코치를 맡고 있는 밀로예비치가 전날 저녁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고 결국 심장마비로 인해 만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NBA 사무국은 즉각 경기 개최를 취소하기로 했고 골든스테이트 구단은 공식 성명을 내고 밀로예비치 코치의 사망을 애도했다. 그는 2021년부터 골든스테이트 코칭스태프에 합류해 2022년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유럽에서 좋은 지도자로 활약했던 밀로예비치의 명성을 듣고 직접 영입을 추진했던 스티브 커 감독도 깊은 상실감을 드러내며 애도를 표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요키치도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는 자신의 SNS에 밀로예비치 코치를 애칭인 "데키"라 부르며 "편히 잠드시길. 가족 분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