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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피카소 수집한 수상한 일당…500억원대 '돈탑'의 정체

부산

    슈퍼카·피카소 수집한 수상한 일당…500억원대 '돈탑'의 정체

    2018~2022년 도박사이트 수익 550억원 세탁
    믿을 수 있는 가족 동원해 부동산·어선 사들여
    '부가티 시론' 몰며 사업가 행세…모두 압수

    검찰이 자금세탁 총책 A씨로부터 압수한 부가티 시론(중앙) 등 고급 스포츠카. 박진홍 기자검찰이 자금세탁 총책 A씨로부터 압수한 부가티 시론(중앙) 등 고급 스포츠카. 박진홍 기자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범죄수익 수백억원을 슈퍼카나 미술품, 부동산 등을 사들이며 세탁한 일당이 붙잡혔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보성 부장)는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 자금세탁 총책 A(42·남)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범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해외에서 도주 중인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B(35·남)씨를 인터폴에 적색 수배해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2018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얻은 수익 550억원 상당을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국내에서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을 세탁한 일당이 보유했던 500억원 상당의 현금 다발 사진. 부산지검 제공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을 세탁한 일당이 보유했던 500억원 상당의 현금 다발 사진. 부산지검 제공
    검찰에 따르면, 총책 B씨는 2017년부터 필리핀에 서버와 사무실을 두고 불법 도박사이트 16개를 운영하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B씨의 지시를 받은 국내 자금관리책들은 매일 현금 6억원을 인출해 A씨 등 국내 자금세탁책들에게 전달했다. 자금관리책들은 추적을 피하려고 대포통장 100개를 이용해 자동입출금기(ATM)에서 1일 인출 한도인 600만원씩 꾸준히 뽑아 세탁책에게 전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렇게 전달된 현금은 다양한 수법을 통해 세탁됐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등 슈퍼카 24대를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83억원을 세탁하는가 하면, 한 타이어 회사를 인수해 범죄수익으로 타이어를 구매하는 수법도 썼다. 또 경기도의 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한 부동산법인 지분을 적법하게 인수한 것처럼 가장한 뒤 매각해 대금을 챙기기도 했다.
     

    가족 동원 대규모 돈세탁…익숙한 생업 악용해


    이들의 대규모 돈세탁에는 조직원들의 가족도 동원됐다. 구속 기소된 한 자금인출·세탁책은 어업사업을 하는 아버지에게 현금 140억원을 전달했고, 아버지는 이 돈으로 어선 3척과 부동산 등을 구입했다. 현직 모 수협 조합장인 아버지 역시 돈세탁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자금세탁 총책 A씨와 아내는 범죄수익금으로 부산 해운대구 고급 아파트를 사고파는 수법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9억원을 주고 산 아파트를 매각한 뒤, 다른 호수 아파트를 18억원을 주고 샀다가 되팔고 또 다른 호수 아파트를 27억원에 사들이는 식이다.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금을 범죄수익으로 갚아나가는 수법을 썼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이 자금세탁 총책 A씨로부터 압수한 국내외 유명작가 미술 작품들. 박진홍 기자검찰이 자금세탁 총책 A씨로부터 압수한 국내외 유명작가 미술 작품들. 박진홍 기자
    이렇게 세탁한 돈으로 B씨의 아버지 명의로 해운대구에 1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들이는가 하면, 범죄수익을 A씨의 배우자와 장모 명의 계좌로 입금해 17억원 상당을 세탁하기도 했다. 돈세탁에 동원된 일당의 가족들 역시 모두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부산지검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범죄수익을 누군가한테 맡겨 자금세탁을 해야 하는데, 만약 일을 맡은 사람이 돈을 갖고 도주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 돈세탁에 가족을 동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돈을 넣었다 뺀 슈퍼카 수입이나 타이어 회사, 어업사업도 마찬가지로 원래 본인들이 하던 사업이었다. 평소 알던 지인을 통해야 현금 출처를 묻지 않는 등 세탁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부가티 몰며 부 과시…검찰에 모조리 압수


     A씨는 서울 강남 신사동 부지를 164억원에 사들여 빌딩을 세우는 등 범죄수익 상당액을 부동산에 투자했다. 40억원이 넘는 부가티 시론 차량을 몰고 다녀 온라인에 '부산 부가티' 목격담이 올라오기도 했고, 3~6억원짜리 리차드밀 시계를 차고 다니며 부를 과시했다.
     
    검찰은 A씨가 차명으로 보유한 신사동 부지와 빌딩을 포함해 해운대 고급아파트 등 부동산 445억원과 금융자산 20억원을 추징보전했다. 또 A씨의 부가티 시론 1대와 페라리 2대 등 50억원 상당의 스포츠카도 압수했다.
     
    22일 부산지검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이 자금세탁 일당의 범행을 브리핑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22일 부산지검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이 자금세탁 일당의 범행을 브리핑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A씨가 집에 보관하던 백남준, 피카소,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무라카미 다카시, 이우환, 하비에르 카예하 등 국내외 유명작가 미술품도 추징보전했다. 미술을 전공한 A씨는 유명 갤러리를 통해 46억원에 이 그림들을 사들였는데, 검찰은 이 역시 자금세탁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리파드밀, 파텍필립 등 고급시계와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가방도 모두 추징보전됐다.
     
    검찰은 이들 일당이 세탁한 자금 550억원 가운데 535억원을 환수할 수 있도록 확보한 상태다. 또 해외 도피 중인 B씨의 소재와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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