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술을 마시고 바둑 두는 과정에서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중형을 받았다. 이 남성은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5년간 보호관찰 받을 것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8일 밤 서귀포시 보목동 한 주택에서 50대 남성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자신의 집에 있던 흉기를 범행에 사용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A씨와 B씨는 해당 주택 월세방에 함께 사는 이웃 관계로 이날 처음 술을 마셨다.
검찰은 사건 당일 A씨가 자신의 방에서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며 바둑을 두는 과정에서 다투다 홧김에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목과 가슴 등이 9차례 찔렸다.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던 A씨는 잠에서 깨보니 B씨가 피를 흘린 채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집주인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집주인은 다음날 오전 경찰에 "사람이 죽은 거 같다"며 신고했다.
재판에서 A씨는 "술 깨보니 B씨가 죽어있었다"며 자신이 저지른 게 아니라고 했다.
A씨 측 변호인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보면 피해자 사망 시각이 특정되지 않았다. 제3자 출입 가능성도 있다. 살해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고상현 기자하지만 재판부는 "직접증거가 없지만 간접증거만으로 충분히 유죄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해 사건 당시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유일한 사람이다. 사건 전후로 제3자가 출입했다는 CCTV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로 옆방에 사는 사람의 진술을 보면 피고인이 '너 죽을래' '너 못 죽일 것 같냐'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소름 끼쳐서 그날 방문을 잠그고 잤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범행 도구인 흉기에 다른 사람이 아닌 피고인과 피해자 DNA만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극도로 만취한 피해자를 흉기로 서서히 찌르고 빼는 방법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죽었다. 피해 회복 노력도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