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득점. 연합뉴스위기의 순간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진가를 발휘했다. 한국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와 연장 접전 끝 2-1로 승리했다.
전반 41분 황인범(즈베즈다)의 실책 뒤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득점으로 연결해 기사회생했다. 이후 연장 전반 13분 손흥민의 프리킥 득점이 터져 역전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2015년 대회 결승전에서 호주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되갚아줬다.
체력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승리를 거뒀다. 호주는 지난달 29일 16강전을 마치고 나흘 휴식을 취했지만, 지난달 31일 16강전을 치른 한국은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호주가 약 53시간 더 쉬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연장전으로 향했다.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지만,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해 극적인 역전승을 일궜다.
손흥민 질주. 연합뉴스한국은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규성(미트윌란)이 최전방 공격에 나섰고, 손흥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이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황인범과 박용우(알아인)는 중원에 배치됐다.
포백 수비 라인은 설영우, 김영권(이상 울산 HD), 김민재, 김태환(전북 현대)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조현우(울산 HD)가 지켰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호주를 거세게 압박했다. 전반 4분 역습에 나선 손흥민이 황희찬에게 패스한 뒤 문전으로 쇄도했는데, 황희찬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한국은 점차 점유율을 올리기 시작했고, 호주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내려앉아 한국의 공격을 막아섰다.
전반 16분에는 호주가 반격에 나섰다. 역습에 나선 코너 맷카프가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맷카프는 곧바로 다시 공격 기회를 잡았다. 크레이그 굿윈이 문전으로 쇄도한 뒤 슈팅을 시도했고,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 뒤 흐른 공을 맷카프가 재차 슈팅했는데 골문을 빗나갔다.
전반 20분에는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가 있었다. 김영권의 패스를 받고 문전으로 쇄도해 일대일 상황을 맞았으나, 매튜 라이언 골키퍼이 빠른 판단으로 이를 차단했다.
한국은 전반 31분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려 아쉬움을 삼켰다. 왼쪽 측면에서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설영우가 문전으로 볼을 넣었고, 황희찬이 깔끔한 마무리로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앞서 설영우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호주는 곧바로 10분 뒤 선제골을 터뜨렸다. 황인범의 패스 미스를 가로챈 뒤 공격을 전개했고, 굿윈이 나다니엘 앨킨슨의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처리해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페널티킥 동점골 넣은 황희찬. 연합뉴스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추격을 위해 공세를 펼쳤다. 역습에 나선 손흥민이 황희찬에게 패스했는데, 황희찬의 템포가 꺾여 상대 수비에 막혔다. 이후 다시 공격을 전개했지만, 수비가 조규성을 향한 크로스를 빠르게 차단했다.
후반 8분에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마틴 보일이 문전 앞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조현우가 이를 막아낸 뒤에도 재차 슈팅을 했다. 다행히 조현우는 두 차례 슈팅을 모두 막아냈고, 이후 미첼 듀크가 골문을 노렸지만 크게 벗어나며 한숨을 돌렸다.
한국은 계속해서 호주의 골문을 두드렸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통해 수비를 공략했으나, 호주의 장신 수비수들에 모두 막혔다. 후반 14분에는 모처럼 조규성에게 볼이 전달됐지만, 핸드볼 파울이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은 조규성을 빼고 이재성을 투입했다. 조규성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 대신 패스 플레이를 통해 호주의 뒷문을 공략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호주는 이미 대부분의 선수가 수비에 가담한 상태였던 만큼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은 계속해서 골문을 두드렸고, 결국 후반 추가시간 5분 손흥민이 상대 수비의 발에 걸려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득점에 성공해 기사회생했고,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손흥민 역전 골. 연합뉴스
손흥민의 활약은 연장전에도 빛났다. 연장 전반 13분 프리킥 상황에서 정교한 슈팅으로 호주의 골망을 갈라 역전을 이끌었다.
연장 전반 종료 직전에는 황희찬이 에이든 오닐의 깊은 태클에 넘어져 통증을 호소했다.
앞서 후반전 중반에 투입된 오닐은 거친 파울에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고, 황희찬 역시 부상 탓에 오현규(셀틱)과 교체됐다.
오닐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안정적인 운영을 펼쳤다. 경기 종료까지 1점 차 리드를 지켜 승리했다.
4강에 오른 한국은 오는 7일 오전 0시 요르단을 상대한다. 조별리그 E조 2차전(2-2 무)에서 맞붙은 두 팀은 4강전에서 다시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