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고우석,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연합뉴스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개막전에 일본도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9)가 LA 다저스로 이적한 후 치르는 첫 리그 데뷔전이라는 점과 '괴물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5·LA 다저스), 마쓰이 유키(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빅 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현지에선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한국 불펜 투수 고우석(25)도 조명하고 있다. 오타니의 만남이 성사될 수도 있다며 두 선수의 맞대결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현지 매체 '히가시 스포웹'은 지난달 26일 두 선수의 맞대결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3월 20일과 21일 한국 서울에서 열리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MLB 개막전에서 두 선수의 대결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고우석. 황진환 기자매체가 고우석과 오타니의 대결을 조명한 이유는 이렇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작년 2월,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고우석은 '오타니를 어떻게 대결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면 승부 하고 싶다. 가운데로 던지면 홈런을 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다. 막상 마운드에서 정말 던질 곳이 없으면 안 아픈데를 맞혀서 내보내고 다음 타자와 승부하겠다"고 답했다.
해당 발언은 당시 일본에서 큰 논란이 됐다. 오타니는 일본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으로, 특히 야구계에선 성역과도 같은 존재로 일컬어진다. 일본 매체들은 당시 "고우석이 고의사구 파문을 일으켰다"고 일제히 보도했고, 일본 야구팬들은 해당 인터뷰에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고우석이 대회 전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둘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매체는 "고우석이 오릭스와 친선 경기에서 목에 부상을 당해 불과 12구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갔다"며 "오타니와 대결은커녕, 귀국 후에도 치료가 길어져 리그 출전도 늦춰졌다"고 알렸다.
빅 리그 진출을 추진하던 지난 겨울에도 일본 매체들은 고우석에 큰 관심을 가졌다. 고우석의 미국행이 임박하자 데일리 스포츠, 주니치 스포츠 등 다수 현지 매체들은 "고우석은 지난해 3월 열린 WBC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했는데, 1라운드 일본전을 앞두고 오타니에게 고의사구를 던지겠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고 당시 얘기를 다시 끄집어냈다.
연합뉴스해당 발언 이후 약 1년이 지났다. 고우석은 2023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빅 리그에 진출했다. 오타니는 작년 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됐고, 미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10년 총액 7억 달러)을 맺으며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소속팀인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개막전부터 맞붙게 됐다. 게다가 장소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이다. 야구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MLB 사무국은 2024년 정규 시즌, 이벤트 경기 등을 '미국 외 국가'에서 치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서울 시리즈' 동행은 물론, 개막전 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지난달 29일 "한국 출신 김하성과 고우석은 모두 한국으로 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엔 김하성, 고우석과 함께 다루빗슈 유, 마쓰이까지 4명의 아시아 선수가 있다"며 "샌디에이고 구단 역사상 3명 이상의 아시아 태생 선수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새 둥지를 튼 오타니 역시 당연히 서울 시리즈에 참여할 예정이다. 오타니는 지난 4일 "개막전 출전을 확신한다"며 "지금 재활 일정을 잘 소화하고 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지만 개막전에 맞추는 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캡처다만 고우석이 경기에 출전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팀에 합류한 고우석은 한동안 실전 무대에 서지 못하는 등 팀 내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가시 스포웹은 "샌디에이고의 유력한 마무리 투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시범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마쓰이가 부상을 당했다"며 "고우석은 팀 내 훈련을 거치며 시즌을 준비 중"이라고 전달했다. 그러면서 "마무리 투수로서 고우석의 경기력이 나아지면 오타니와 대결에 주목이 모인다"고 첨언했다.
다만 고우석은 당시 발언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거듭 해명해 왔다. 일부러 맞히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우석은 시간이 한참 지난 2023시즌 한국 시리즈 우승 이후에도 다시 한번 인터뷰를 통해 해당 논란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