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그린포스 당구단과 함께 하는 NH농협은행 재능 기부 및 당구 대회에 앞서 전날 프로당구 왕중왕전 준우승, 우승을 차지한 김보미(왼쪽), 조재호가 축하 케이크를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PBA'NH농협은행 그린포스 당구팀과 함께 하는 재능 기부 및 제주당구대회'가 열린 18일 제주도 제주시의 한 당구클럽. 주장 조재호를 비롯해 김현우, 김민아, 마민껌(베트남), 안토니오 몬테스(스페인) 등 NH농협카드 선수들은 박병규 수석 부행장 등 은행 임직원, 우수 고객들과 친선 경기를 펼치고 원 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선수들은 전날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프로당구(PBA) 월드 챔피언십 2024'를 마무리했다. NH농협은행 스포츠단 장한섭 단장은 "지난해 대구에서 재능 기부 행사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면서 "제주도에서 내려올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회를 치르는 김에 행사를 열게 됐다"고 귀띔했다. 남자부에서 조재호가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행사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선수단 막내 김보미도 밝은 표정으로 행사에 임했다. 사실 김보미는 전날 여자부 결승에서 생애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거짓말처럼 역전패를 안았다. '당구 여제' 김가영에 세트 스코어 3 대 1로 앞선 5세트 10 대 6, 매치 포인트에 먼저 도달했지만 어렵지 않은 옆돌리기를 놓치는 등 마지막 1점을 내지 못했다. 그 사이 김가영이 무서운 추격을 펼쳤고, 5~7세트를 내리 따내며 기적의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김보미로서는 통한의 패배였다. PBA 출범 시즌부터 출전한 김보미는 앞서 9번이나 4강에 진출할 만큼 여자부 정상급 기량을 갖췄지만 단 1번 결승 진출에 머물렀다. 상금 랭킹 상위 32명만 나서는 이른바 왕중왕전인 이번 대회에서 10번째 4강 진출과 2번째 결승에 올라 생애 첫 우승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단 1점을 얻지 못해 첫 정상 등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사실 김보미는 지난 시즌 첫 결승 진출이었던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도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와 풀 세트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 김보미는 전날 결승 뒤 인터뷰에서 "너무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이번 시즌 마무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잘했다고 생각하고 대회가 끝나서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프로당구(PBA) 월드 챔피언십 2024' 여자부 결승을 치른 김보미(가운데), 김가영(오른쪽 2번째)이 기념 촬영을 한 모습. PBA하지만 김보미는 "어제 시상식까지도 울지 않았는데 끝나고 아버지께서 '경기에서 진 건 괜찮은데 우리 보미 상심이 클 텐데 어쩌나'고 말씀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고 했다. 김보미의 아버지는 남자부 베테랑 김병호(하나카드)로 만약 딸이 정상에 올랐다면 PBA 최초 부녀 우승이었다.
자고 일어나도 슬픔이 몰려왔다. 김보미는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면서 "팬들로부터도 메시지들이 엄청 많이 왔는데 나만큼 속상해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팬의 댓글이 큰 위로가 됐다. 김보미는 "평소 내 경기 동영상에 냉정하고 아프게 댓글을 달아주시는 팬이 계신다"면서 "그런데 결승 동영상에 너무 인상적인 댓글을 올려주셨다"고 귀띔했다. 이어 "항상 '너는 2%가 부족해서 우승하지 못한다'고 뼈때리는 댓글이었는데 '이번에는 1%가 부족했다. 그래도 1% 업그레이드됐다'는 댓글이더라"면서 "내가 그래도 발전했구나, 위로를 받았고 너무 감사했다"고 감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행사장에서도 특유의 활발한 미소를 지으며 씩씩하게 털어낼 수 있었다. 김보미는 "아마도 트라우마가 1년 정도 갈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어 "아직 어리니까 우승할 기회는 많다"는 주위의 격려에 "더 열심히 해서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김보미가 전날 아쉬움을 털고 다음 시즌을 다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컷뉴스 진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값진 경험을 얻었다. 김보미는 "결승에서 정말 담담하게 경기하면서 마인트 콘트롤을 잘 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마지막 1점을 앞두고 가영 언니의 득점이 무산돼 벤치에서 앉아 있다가 나가려는데 장내 아나운서 분이 '챔피언십 포인트'라고 외칠 때부터 가슴이 막 뛰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해 옆돌리기를 시도할 때 힘이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재호는 "나도 경기에서 떨릴 때가 있다"면서 "그 상황에서 떨지 않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떨리는 가운데서도 득점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긴장된 상황에서 도망치려 하지 말고 정면으로 받아들여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보미는 "이제 집에 가면 또 슬플지 모르겠지만 잘 털어내는 성격이라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7전 8기 끝에 4강을 넘어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던 김보미. 이제 10전 11기 끝에 첫 우승을 이루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