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수원병 김영진 후보·국민의힘 수원병 방문규 후보. 연합뉴스윤석열 정부 장관 출신과 '친이재명계' 현역 재선 의원이 맞붙는 수원병은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대변되며 4·10 총선에서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최근 CBS노컷뉴스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후보가 국민의힘 방문규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격전지인 만큼, 취재진이 직접 찾은 현장 민심은 정권 심판론과 민주당 실망론이 팽팽하게 갈렸다. 방 후보는 자신의 경력을 살려 "행정의 달인을 믿어달라"고 강조했고, 김 후보도 자신을 "수원이 키운 일꾼"이라고 강조하며 한표를 호소했다.
당선 가능성, 김영진 53.5% vs 방문규 37.4%
CBS노컷뉴스 의뢰로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3일 수원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자동응답 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 후보(52.1%)가 방 후보(40.1%)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김 후보가 53.5%, 방 후보가 37.4%로 집계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번 총선의 성격에 대해선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43.9%로 가장 높았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9.8%로 뒤를 이었다. '양당 견제를 위해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12.6%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두고는 부정 평가가 56.6%로, 38.3%로 나타난 긍정 평가보다 18.3%P 높았다.
비례정당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야권 강세 기조는 이어졌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29.7%로 1위를 차지했으나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24.7%, 조국혁신당이 22%로 나타났다. 야권 두 당을 합하면 46.7%에 달한다. 그 뒤는 자유통일당(4.7%), 개혁신당(4.4%), 새로운미래(2.6%), 녹색정의당(2.1%) 순으로 집계됐다.
수원병은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내리 5선을 지낸 곳으로 수원에서 보수세가 짙은 곳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 열기가 고조되면서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자 친명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가 여론조사상으론 승기를 잡은 분위기다. '한동훈 영입 1호'인 방 후보는 윤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인용한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4.4%P다. 응답률은 7.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영진 "수원이 키운 일꾼" vs 방문규 "행정의 달인 믿어달라"
두 후보는 승리의 결의를 다지며 막판 유세전에 돌입했다.
지난 2일 김 후보는 오전 화서역·매산동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지동 무료급식 행사, 장기요양기관연합회 추진대회, 산악회 인사를 다녔다. 김 후보의 유세차가 거리를 지나가자 "김영진 파이팅!"이라며 손을 흔드는 사람도 보였다.
지난 2일 지동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후보와 국민의힘 방문규 후보의 유세차가 마주친 모습. 김도균 인턴기자 김 후보는 유세차를 동원하면서도 '걸어서 수원 속으로'라는 표어 아래 주로 도보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집중 유세 외에는 후보가 혼자 이곳저곳 다니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으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세를 돌며 시민들을 만나보면 지금이 IMF나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씀하신다"며 "무능한 윤석열 정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GTX-C 노선 착공, 팔달경찰서·매교초 신설 착공, 화성 성곽 주변 규제 완화 등을 실천하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정치인"이라며 "수원이 키운 큰 일꾼 김영진이 수원을 더 크게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같은 날 오후 2시 지동못골시장에서 유세에 나선 방 후보는 열세를 의식한 듯 "여러분, 한 표가 부족하다. 집집마다 꼭 저를 알려야 이긴다"고 호소했다. 이날 지동못골시장 입구는 장 보는 시민들과 유세를 지켜보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방 후보 유세차 옆으로 김 후보의 유세차가 노래를 튼 채 지나가자 방 후보 측 지지자가 "예의가 없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지난 2일 지동못골시장 입구에서 국민의힘 방문규 후보가 시민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김도균 인턴기자현장에 있던 방 후보 측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밀렸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바닥 민심은 긍정적"이라며 "막판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전했다. 유세를 지켜보던 한 70대 남성은 "영 밀리는 것 같은데 이기려면 지금보다 더 분발해야 한다"며 방 후보의 어깨를 토닥이기도 했다.
방 후보는 CBS노컷뉴스에 "민주당이 수원을 독차지하는 동안 수원이 화성·평택·성남 등 인근 도시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며 "'이젠 좀 바꿔달라'는 수원 시민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어느 정권에서나 중용된 '행정의 달인'이라는 점을 봐주셨으면 한다"며 "기회를 주신다면 말만 하지 않고 수원의 낙후된 구도심과 중앙 경제를 살릴 구원투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 목소리는 엇갈려…'정부 불만' vs '민주당 실망'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 사이에선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엇갈렸다. 후보 개인에 대해서도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매산시장에서 35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해온 김진태(70)씨는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손님들에게 팔기 미안할 정도로 물가가 올랐다"며 "물가는 집권 세력이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 정부와 여당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 2일 지동교에 걸려 있는 국민의힘 방문규 후보 현수막. 김도균 인턴기자수원역 인근에서 만난 50대 여성 이모씨도 "지금 정권이 살리지 못하는 민생 경제나 채 상병·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 후보에 대해선 "윤 정부의 장관으로서 실정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라며 "4개월짜리 장관 경력을 내세우는 것도 조금 반감이 든다"고 평했다.
팔달문에서 마주친 한 40대 남성은 "방 후보의 굵직한 행정 경력은 인정한다"면서도 "요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서 표를 주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번 일을 시작한 사람이 완성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동안 김 후보가 여러 사업을 꾸준히 잘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뽑아주고 싶다"고 귀띔했다.
반면 민주당이 오랜 시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들은 주로 방 후보의 행정 경험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계동에 거주하는 김선미(48)씨는 "민주당이 있던 8년 동안 달라진 걸 못 느끼겠다. 구도심은 여전히 낙후돼 있고 이대로라면 상권은 점차 가라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여당에 표를 주겠다"며 "부처 장관이나 기재부 차관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이 아닌 만큼 방 후보의 능력은 출중할 거라 본다"고 기대했다.
지난 2일 지동교에 걸려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후보 현수막. 김도균 인턴기자지동에서 만난 이우용(68)씨는 "지난 총선 땐 민주당을 뽑았지만 이번에는 정부·여당에 힘을 싣기로 했다"면서 "정부를 견제하며 민생을 챙기라고 민주당에 표를 줬더니 정부 발목만 주구장창 잡으며 2년을 허비했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를 두고는 "4년, 8년 전과 같은 공약도 있어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동 못골시장에서 만난 30대 남성 한모씨도 "지금 정부가 맘에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회초리만 들면 나아질 게 없다"며 "그동안 수원이 전부 민주당 차지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변화 차원에서 국민의힘에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방 후보가 공약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 산업부 장관 출신이라 경제 살리는 데도 능할 거란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