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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바둑·택견 줄폐과, 예외 法 적용 '의대 증원 판박이'

스포츠일반

    [단독]바둑·택견 줄폐과, 예외 法 적용 '의대 증원 판박이'

    핵심요약

    고등교육법 시행령 예외 사유 규정 근거로' 폐과' 결정
    논란 지속 중인 '의대 정원 증원'과 동일한 경우에 해당
    "예외 규정 적용? 시급한 폐과 추진 반증" 반발 지속
    대학 구성원 "편법, 꼼수 동원된 졸속 학사 행정" 주장
    대학 측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처럼 특수 상황" 반박

    바둑 이미지(사진 왼쪽)와 택견 경기 모습. 자료사진 바둑 이미지(사진 왼쪽)와 택견 경기 모습. 자료사진 
    바둑, 택견 등 세계 유일 체육학과(전공)들이 잇따라 폐과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관련 대학들이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예외 사유 규정을 적용, 폐과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예외 사유 규정을 근거로 입시 계획을 변경한 것은 논란이 지속 중인 의대 정원 증원건과 동일한 경우에 해당한다.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교육부는 현재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예외 사유 규정(대학 구조 개혁)을 근거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의대교수협의회 대표 등은 증원과 대학 구조 개혁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바둑, 택견 학과의 폐과를 결정한 대학들 중 일부는 의대 정원 증원 사례를 제시 하면서 '폐과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예외 사유 규정을 적용해 폐과를 결정한 것은 사실상 구성원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시급한 (폐과) 추진을 반증하는 셈이어서 학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폐과와 관련한 구성원, 외부 관계자들은 '편법, 꼼수가 동원된 졸속 학사 행정'을 주장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12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고등교육법 제34조5 제4항에 따르면 대학의 장은 매 입학연도의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10개월 전까지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입시 계획)을 수립, 공표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 입시 계획의 경우 2023년 4월말까지 공표해야 한다. 또 고등교육법 제34조의5 제6항에 따라 공표한 대학 입학 전형 기본 사항과 입시 계획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법 규정상 명지대는 2023년 4월 공표한 2025학년도 입시 계획을 따라야 하지만 지난달 25일 교무 회의를 열어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하는 등 돌연 바둑학과 폐과를 결정했다. 명지대가 지난해 4월 공표한 2025학년 입시 계획을 보면 바둑학과는 21명(수시 9명·특기생 4명·정시 8명)의 신입생 입학이 명시돼 있다. <아래 사진 참조>
     
    이에 대해 명지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예외 사유 규정을 적용, 폐과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 제3항에서는 입시 계획 변경 불가의 예외 사유로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 등 6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명지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입시 계획을) 시행해야 마땅하지만, 변경 가능한 사유가 있다. (이 사유를 적용해) 이달까지 변경 신고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적용된 사유는 대학 구조 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 이라고 밝혔다.

    "구조 조정 명분으로 학칙 개정해 폐과 단행한 것은 위법 소지 다분"


    명지대의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일부. 명지대는 지난해 4월 이같은 입시계획을 공표했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는 바둑학과의 정원이 수시 9명, 특기생 4명, 정시 8명 등 21명으로 표기돼 있다. 동규기자명지대의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 계획' 일부. 명지대는 지난해 4월 이같은 입시 계획을 공표했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는 바둑학과의 정원이 수시 9명, 특기생 4명, 정시 8명 등 21명으로 표기돼 있다. 동규 기자
    명지대가 법 시행령의 예외 사유 규정을 적용, 바둑학과 폐과를 결정한 것에 대해 해당 학과 교수, 학생 등은 반발하고 있다.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학교 측의 폐과 결정은 논란이 지속 중인 의대 정원 증원 사례와 판박이다. 예외 규정을 적용한 것은 일종의 편법(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은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해석될 개연성이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둑학과는 세계 유일이기 때문에 폐과를 하면 바둑학과를 지망하며 수년간 준비해 온 학생들이 갈 곳이 없다. 적어도 1년 10개월 전에 공지를 하라는 규정은 고교 2학년 1학기부터는 입시 규정에 맞춰 준비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일 텐데, 지난달 말 폐과를 발표하면서 당장 2025학년도 신입생을 안 뽑겠다고 하는 것은 바둑학과만 바라보고 준비하던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황망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학교 측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교육 기관으로서 학생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학과 출신이 금메달을 2개 획득하는 등 학교의 대외 이미지를 높인 점 등은 무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결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회장은 "학교에서 폐과를 위해 법의 예외 사항을 이용해 학칙을 개정, 2025학년도 입시 요강을 수정하려고 한다. (학생들을) 오갈 데 없게 만든 무자비한 방식이라고 판단한다. 예외 규정이 현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도 의문" 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 진행하는 폐과의 진행 방식에서 위법 사항과 합리적이지 못하게 진행된 사안들이 있는지 조목조목 짚고 넘어갈 계획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고3 수험생들이 안타깝다. 재고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유일의 한국바둑중·고등학교도 위법을 거론하며 명지대의 폐과 결정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길곤 한국바둑중·고 교장은 "70명 고교 재학생 중 1년에 2명 정도가 프로 기사가 된다. 나머지 학생들은 바둑학과 진학에 대한 희망이 강하다. 바둑 진로를 위해 우리 학교로 왔는데 시간적 준비, 대안도 없이 갑자기 학칙을 개정해 폐과를 한다고 하니 충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명지대는) 사학이지만 공교육 기관이다. 경쟁률이 3 대 1이 넘는 학과를 대안도 없이 폐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명지대는 전문대와 통합해 정원을 늘리려는 게 목표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통합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구조 조정이 되지도 않았는데 구조 조정을 명분으로 학칙 개정을 해서 폐과를 단행한 것이기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폐과 결정, 학교 수뇌부와 교수간의 마찰이 주된 요인' 이라는 여론 팽배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한국사립대학교 교수노동조합 용인대학교지회의 성명서 중 일부. 교수 노조는 용인대 입학정원조정안의 경우 전 이사장의 친인척 특혜와 관련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규기자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한국사립대학교 교수노동조합 용인대학교지회의 성명서 중 일부. 교수 노조는 용인대 입학정원조정안의 경우 전 이사장의 친인척 특혜와 관련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규 기자
    최근 택견 전공 폐과를 결정한 용인대도 명지대와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용인대 역시 택견 전공의 폐과 결정 근거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예외 사유 규정을 적용했다. 용인대는 15명 신입생을 모집하던 택견 전공에 대해 지난달 말 2025년 5명, 2026년 0명으로 변경·결정했다.
     
    용인대 대외협력실은 "대학 평가와 관련해 입학 정원을 감축해야 하거나 교육부 정책에 따라 대학입학전형 주요 사항을 수정해야 할 때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이를 승인해 주고 있다. 택견 전공 폐과와 동일한 사례로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건이 있다. 임의대로 입시 계획을 바꾼 게 아니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처럼 특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학교의 결정에 대해 택견 전공 교수진 등은 반박하고 있다. 장경태 택견 전공 교수는 "예외 규정 적용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일종의 꼼수로 판단한다. 구성원들의 의견은 무시됐다. 불도저식 학사 운영은 전 이사장의 친인척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입학정원조정안이 핵심"이라고 폭로했다. <위 성명서 문건 참조>

    입학정원조정이 친인척 특혜와 관련 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용인대 측은 "학령 인구 감소와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대학의 정책은 변경되는 것이며 이에 따라 대학의 많은 학과들이 사라질 수도 있고 신설될 수도 있다"는 해명을 통해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명지대와 용인대는 각각 바둑학과와 택견 전공의 폐과를 지난달 말 결정했다. (CBS노컷뉴스 3월 26일자 보도·용인대 67% 반대에도 '세계 유일 택견 전공 폐과 추진), (CBS노컷뉴스 3월 28일자 보도·'세계 유일 학과인데…' 택견에 바둑까지 줄폐과, 왜?) 현재 바둑학과와 택견 전공의 폐과 결정이 시급히 이뤄진 것을 두고 두 학교 모두 학교 수뇌부와 해당 학과 일부 교수간의 마찰이 주된 요인이라는 여론이 팽배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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