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장과 목사 등이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된 경기도의 한 학원·종교단체 건물. 정성욱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단독]학원서 숙식? '매 맞은' 아이들 "죽고 싶었어요" (계속) |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신도의 자녀들을 상습폭행한 혐의로 학원장과 목사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 아동들에게 부모와의 접촉을 금지시키거나, 부모를 '그 남자', '그 여자'로 부르게 하는 등 관계 단절을 강요한 사실도 확인했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상습학대) 혐의로 '△△학원' 실질적 원장 A씨(경기도교육청 전산시스템에는 A씨의 아들이 설립자로 등록돼 있음)와 '○○교회' 목사 B씨, 학원 교사 등 3명을 최근 송치했다.
A씨 등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신들이 운영하는 종교단체와 학원에서 신앙이나 교육을 명목으로 C양 등 피해아동 4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비누칠 안 했다고 때리고, 말 안 들으면 굶기고…
A씨 등이 활동하는 ○○교회와 △△학원은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 학원은 자습을 하는 공부방 형태이며, 학원생은 주로 ○○교회 신도의 자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원생 대부분은 다니던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A씨 등은 신도들에게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020년 8월쯤 'ㄱ씨' 부부는 두 딸 C양, D양과 함께 과거 알고 지냈던 목사 B씨의 소개로 이곳에 오게 됐다. 신앙과 학습을 함께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학원과 교회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지목되고 있는 A씨는 처음에는 ㄱ씨 부부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2021년 3월쯤 ㄱ씨가 암투병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네 식구를 교회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이어 ㄱ씨가 암 수술을 위해 입원하자, C양과 동생 D양을 학원에서 숙식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A씨의 호의는 오래 가지 않았다. 같은해 10월쯤 D양이 학원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호소에 ㄱ씨가 A씨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자, A씨의 태도는 돌변했다고 한다. A씨는 ㄱ씨에게 "내가 틀렸어도 당신은 나를 믿어야지"라며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이후 2022년 2월 D양을, 4월에는 C양까지 학원에 머물게 하며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고 ㄱ씨는 주장한다. 또 이때부터 A씨는 두 자매를 ㄱ씨 부부와 분리시키고 자신들의 자녀로 데려오려 했다고 한다.
아울러 이후부터 C양 자매에게 상습적인 신체적 정신적 학대도 가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사건 진술조서를 보면, A씨는 2022년 10월쯤 C양의 일기장 내용을 문제 삼으며 C양의 허벅지를 수십차례 때렸다. C양은 당시 학원 교사에게 자신의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말했음에도 교사가 약을 주지 않자 불만을 일기장에 적었는데, A씨가 일기장 내용을 보고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3월쯤에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D양이 학원 교사의 필기구를 사용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린 뒤 수십차례 허벅지를 때려 피멍이 들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듬해 1월에는 비누칠을 하지 않고 샤워를 했다는 이유로 100여차례 때린 것으로도 파악됐다.
아울러 A씨 등은 C양이 잘못을 했다는 이유로 3일간 식사를 주지 않고 굶긴 것으로 조사됐다. C양은 3일간 성경만 읽어야 했다고 한다.
"부모가 너희 버렸다…이름도 부르지 마라" 정서적 학대
이같은 피해상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C양 등이 A씨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정서적 학대를 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C양 자매에게 부모를 '그 남자', '그 여자'로 부르게 했다고 한다. A씨 등은 "부모가 너희를 버렸다. 너희 부모는 거짓말쟁이고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밖에도 틈틈이 "아빠 끊었냐. 엄마 끊었냐" 등 질문을 하며 관계를 확인했다고 한다.
ㄱ씨 부부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 C양 자매를 데려 가려고 했지만 지속된 정서적 학대로 자매들이 돌아가기를 거부했다. ㄱ씨 부부는 "한번은 A씨가 아이와 함께 있는 장소에서 우리 딸을 불러내더니 '이 사람이 너희 엄마라고 생각해?'라고 물어봤고, 딸이 '아니요'라고 답한 적도 있다"며 "이후에도 아이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딸들이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들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후 A씨 등은 ㄱ씨 부부에게 "C양 자매는 하나님의 딸들이다"라고 말하면서 C양과 D양의 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ㄱ씨는 "A씨가 아이들에게 부모가 버렸다는 듯이 말하고,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이 부모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부모와 아이들 사이를 이간질 했다"며 "부모의 신앙심을 이용해 아이들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강조했었다"고 주장했다.
C양 자매는 지난해 8월에서야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부 생활 규율을 어긴 데 대해 화가 난 A씨가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C양의 몸에서 연한 멍 자국을 발견한 ㄱ씨 부부는 이때서야 아이들의 학대 사실을 알게 됐고,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에서 C양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냥 죽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C양 자매를 진료한 의료진은 불안장애 진단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달 A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했다. 이를 넘겨받은 검찰 역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수원지법은 "도주우려가 없고 다퉈볼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질문에…자리 피한 학원장, "할 말 없다"는 목사
연합뉴스
이번 사건에 대해 A씨와 B씨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교회 앞에서 A씨를 만났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 이후 3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도 남겼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이어 재차 찾아간 ○○교회 앞에서 A씨를 다시 만났지만, 그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목사 B씨는 "누구한테 제보를 받아서 왔나. 내가 반론을 할 게 없다. (건물로 들어오면) 경찰을 부르겠다. 기사를 의도적으로 쓰든 말든 알아서 해라"라고 말했다. 이후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만난 ○○교회 한 관계자는 "(A씨 등이) 최근 경찰 조사 등을 받아서 스트레스가 큰 상황이고, 기자든 외부인은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도 억울한 부분이 충분히 많고, 제보라는 게 한쪽 입장만 들으면 왜곡되거나 과장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측으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돼 진행된 사건"이라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송치했다"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 등은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