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황선홍 감독,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한국 축구의 전설' 황선홍 감독과 신태용 감독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4강 진출을 두고 다툰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인도네시아와 U-23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앞서 한국은 22일 열린 일본과 조별 리그 B조 3차전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다. 자존심이 걸린 한일전에서 승리하며 조별 리그 3전 전승으로 B조 1위에 올랐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1대0 승)와 1차전, 중국(2대0 승)과 2차전까지 포함해 조별 리그 3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아직 경기력은 아쉽다는 평가가 따르지만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등 해외파 선수들의 차출 불발과 서명관(부천) 등 주전 선수들의 부상 등 잇따른 악재에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 나란히 승점 6으로 8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 가운데 득실차, 다득점 모두 같은 상황에서 만나 조 1위를 다퉜다. B조 1위로 8강에 진출하면 A조 2위 인도네시아와 만나고, B조 2위에 오르면 A조 1위 카타르와 맞붙는 대진이었다. 카타르가 객관적인 전력은 물론 홈 이점을 안고 있는 만큼 인도네시아를 만나는 게 더 나은 시나리오였다.
일단 개최국 카타르는 피했지만, 인도네시아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올해 처음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성공해 조별 리그까지 통과하며 역대 처음으로 8강 무대에 올랐다.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는 석연찮은 판정 속 2명이 퇴장당하는 악재가 덮쳐 0대2로 완패했다. 하지만 이후 2차전에서 호주를 1대0. 3차전에서 요르단을 4대1로 완파하며 상승세를 탔다. 2승1패(승점 6)를 기록하며 A조 2위로 8강행 티켓을 따냈다.
이로써 8강에서 한국인 감독 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특히 한국 축구의 전설들이 4강행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어떤 승부를 펼칠지 기대를 모은다.
2011년 당시 성남을 지휘했던 신태용(왼쪽) 감독과 포항을 이끌었던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지도자 생활을 1968년생으로 신 감독보다 2살 더 많은 황 감독이 먼저 시작했다. 황 감독은 2003년, 신 감독은 2005년부터 코치 생활을 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사령탑 경험은 신 감독이 더 많다. 신 감독은 2014년 대행 신분으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고, 이후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하다가 2017년 A대표팀 정식 감독으로 부임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다.
황 감독은 2021년부터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A대표팀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되면서 임시 사령탑 신분으로 지난달 A매치 2경기를 이끈 바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린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한다. 3위까지 파리행 직행 티켓이 주어지며, 4위 팀은 아프리카 예선 4위 기니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일단 4강에 진출해야 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반면 8강에서 떨어지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다. 8강에서 만난 한국과 인도네시아 중 한 팀은 오는 7월 파리에서 열릴 올림픽을 멀리서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한다.
인도네시아가 4강에 오르면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4위로 조별 리그에서 최약체로 꼽혔음에도 한 수 위인 24위 호주, 71위 요르단을 꺾은 인도네시아가 23위인 한국을 상대로 또 한 번의 이변을 연출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신 감독이 누구보다 한국 축구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인 만큼 황 감독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한국인 감독 간의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누가 웃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