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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정치' 등장…與 분열 전조? 차기권력 급부상?

국회/정당

    '배신의 정치' 등장…與 분열 전조? 차기권력 급부상?

    元‧羅‧尹 '배신의 정치' 공세…韓 "공포마케팅, 협박의 정치"
    노림수는 당원들의 '朴탄핵 트라우마'…효과 있을진 불투명
    "박근혜 때와 대통령 위상 차이 나 단순 비교 불가" 목소리도

    왼쪽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나경원 후보, 한동훈 후보, 원희룡 후보, 윤상현 후보. 연합뉴스왼쪽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나경원 후보, 한동훈 후보, 원희룡 후보, 윤상현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레이스가 한창인 가운데,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에 대항하는 경쟁 주자들이 일제히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꺼내들고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한 후보가 '채 상병 특검'을 수용, 본인을 정치 무대로 이끌어준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주장이다.

    '배신의 정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했던 발언이다. 당 핵심 지지층에겐 '탄핵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처리 이후 유 원내대표가 탈당했기 때문에 '보수 분열'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동훈 당 대표=보수 분열'을 전제로 윤 대통령 탄핵 우려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박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조기 대선 정국에서 분열됐던 당시 여권은 정권을 내준 바 있다.

    박근혜·윤석열 정부의 '배신자' 표현은 공교롭게도 '집권 3년차'라는 비슷한 시점에 등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사뭇 다르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윤 대통령의 위상이 박 전 대통령 당시보다 못하다며 '배신의 정치'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오히려 한 후보가 '반윤'(反윤석열) 기조를 통해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취해 차기 권력으로 급부상하려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元‧羅‧尹 '배신의 정치' 공세…韓 "공포마케팅, 협박의 정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원희룡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 30분간 한 후보를 향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당원들을 배신하고, 당정관계를 충돌하면서 어떤 신뢰를 얘기할 수 있다는 건가"라며 "2017년의 자중지란, 당정충돌, 당과 대통령의 충돌로 우리가 대통령을 코너로 몰고 우리가 대통령을 먼저 공격함으로써 공멸했던 그 경험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은 2015년 나온 반면, 탄핵에 이은 정권 교체는 그로부터 2년 뒤인 2017년에 이뤄졌다. 원 후보의 지적은 결국 박근혜 정부 실패의 상황을 소환한 발언이다.

    원 후보는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2년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차기 (대권)를 향한 섣부르고 때 이른 차별화를 해선 안 된다"며 "소통과 신뢰가 없으면 출발은 배신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를 공멸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후보도 "절윤(絶尹)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 캠프에서도 이날 논평을 통해 "당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내쳤던 장면을 잊지 못했다. 보수는 갈라지고 분열됐다"며 "채 해병 특검의 칼끝은 명백히 대통령을 향해 있다. 특검의 칼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특검 수용을 주장한다면, 사익을 위해 정의에 눈 감은 정치꾼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한 후보를 저격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접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접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자 한 후보 역시 즉각 반격에 나섰다. '친한' 핵심이자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 한 후보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뛰고 있는 장동혁 후보는 "지금 드러난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있나. 한 후보나 저, 박정훈 후보, 진종오 후보 그 누구도 탄핵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며 "'공포 마케팅'을 하기 위해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있는데, 탄핵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런 일은 누구보다 저희 넷이 나서서 막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동훈 후보 또한 이날 직접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총선에서) 나경원, 원희룡 후보는 전국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윤상현 후보는 인천선대위원장으로 저와 함께 선거 지휘를 맡았다"며 "저도 진심을 다해 이 세 분 당선을 위해 뛰었었다. 이번 당 대표 선거가 인신공격과 마타도어(흑색선전)가 아니라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 그것을 당원동지들과 국민들께서 바라신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노림수는 당원들의 '朴탄핵 트라우마'…효과 있을진 불투명


    '배신의 정치'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하면서 등장했던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국무회의에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이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유 전 의원이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 공약으로 박 대통령을 향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펼쳐진 정국에서 정반대로 흘러가게 된 것을 겨냥한 말이었다. 당시 유 전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평소 지론을 밝혔고,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부딪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박근혜 청와대에서 강력히 반대했던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서 둘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결국 유 전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당시의 당정 갈등이 '보수 분열'의 전조였고,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한 후보에게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씌워 당원들에게 당시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한 후보의 '채 상병 특검 찬성'은 공격하기 좋은 포인트인 셈이다.

    실제 효과는 '미지수'…보수 분열 vs 차기 권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해당 전략이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기준 시점에서 두 대통령의 위상이 크게 다르다. '배신의 정치'를 꺼냈던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50%에 육박했다. 반면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약 25%에 불과하다. 대통령과의 관계가 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더군다나 박 전 대통령 당시엔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회법 개정안', '증세·복지 논쟁' 등 정책적 노선이 갈려 촉발한 갈등이었던 데 반해, 한 후보의 경우엔 단순 사적 친분 관계 이외에 윤 대통령에 대해 무엇을 배신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 모두 당 외부에서 갑자기 들어온 인물들로 '정치적 동지'와 같은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박근혜-유승민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시만 해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윤 대통령은 그 정도의 기반이 없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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