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김민석. 박종민 기자동계올림픽에서 2회 연속 동메달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한 김민석(25)이 끝내 국적을 바꿨다.
헝가리빙상경기연맹은 최근 홈페이지에 김민석과 쇼트트랙 문원준이 귀화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민석은 헝가리연맹을 통해 "한국에서 음주 운전으로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면서 "소속팀도 수입도 없는 상태였다"고 귀화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석은 2018년 평창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500m 동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2022년 7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동료들을 태우고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뒤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자격 정지 1년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5월 재판에서 김민석은 벌금 400만 원 선고를 받아 대한체육회로부터 2년의 국가대표 자격 정지 징계가 더해졌다. 징계는 내년 5월 종료돼 김민석은 10~11월 예정인 2025-2026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 출전 기회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김민석은 귀화를 택했다. 김민석은 "음주 운전 당시 일을 변명하고 싶진 않다. 후회하고 있으며 그 사건 이후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26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3년 동안 훈련을 하지 못하면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석은 성남시청과 계약이 종료된 뒤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헝가리 빙상 대표팀 이철원 코치로부터 귀화 제의를 받고 결심하게 됐다. 지난 2월 문원준과 헝가리로 이동해 훈련하면서 귀화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민석. 박종민 기자
앞서 중국으로 귀화한 쇼트트랙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 달리 김민석은 귀화 뒤 처음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제41조 2항에는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서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 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 김민석은 2022년 2월 18일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1000m가 마지막 공식 국제 대회였다. 린샤오쥔은 2019년 세계쇼트트랙선수권에 출전해 2022년 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다.
문원준은 징계는 없었지만 기회를 위해 귀화한 경우다. 문원준은 "2021년 루체른동계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됐고, 이듬해 대표 자격을 잃었다"며 "이후 헝가리에서 훈련 파트너로 활동할 기회가 있었는데 훈련 방식이 한국과 달라서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선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귀화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빙상은 쇼트트랙 간판으로 뛰던 사오린 샨도르 류, 사오앙 류 형제가 2022년 중국으로 귀화한 상항이다. 때문에 김민석과 문원준을 귀화를 통해 영입했다. 러요시 코셔 헝가리연맹 회장은 "류 형제가 떠났지만 대표팀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김민석과 문원준의 귀화는 두 선수뿐만 아니라 기존 대표팀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