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캡처일본 고교 야구 전국 대회(고시엔)에서 무려 '66 대 0'이라는 스코어가 나왔다. 싱겁게 끝난 경기였지만 관중석에서는 이긴 팀과 진 팀 모두에게 엄청난 박수를 보냈다.
지난 7일 하치오지 쓰리본드구장에서 열린 고시엔 서도쿄 지방 대회 1라운드. 히가시무라야마시 고교는 1회부터 11점을 뽑아내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2회에는 6점을 더했고, 3회 21점, 4회 15점, 5회 13점을 추가해 66 대 0이라는 스코어를 만들었다. 결국 5회 콜드 게임으로 경기는 종료됐고 히가시무라니시 고교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세이초 특별 지원 학교 선수들. 야후 재팬 캡처맞대결 상대는 세이초 특별 지원 학교. 도쿄 세타가야시에 위치한 특수 학교로, 장애를 지닌 학생들을 위한 학교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보다 뜨겁다. 작년 대회 당시 야구부원이 부족했던 세이초 특별 지원 학교는 다른 학교들과 연합팀을 꾸려 고시엔에 참가했다.
올해 대회에는 연합 팀을 결성하지 않고도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현지 매체 '데일리 스포츠 야구'는 "올해 봄에 신입생 6명이 야구부에 가입해 총 12명의 팀원이 모였다"며 "이 덕분에 대회 단독 출전이 가능해졌다"고 알렸다.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특별 지원 학교의 단독 출전은 고교 야구 역사상 처음이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 세이초 특별 지원 학교 선수들의 투구 1개, 스윙 1번이 모두 고시엔의 역사로 남았다. 경기 후 세이초 특별 지원 학교 선수들의 눈빛에 실망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던 이유다.
팀의 주장이자 외야수인 3학년 시라코 유키는 "훈련 성과를 오늘 많이 보여줄 수 있었다. 후회는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야구는 내 인생을 바꾼 스포츠다. 계속 선수로 뛰고 싶다"고 다짐했다.
안타를 친 후 기뻐하는 이와모토 다이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대패 속에 안타도 뽑아냈다. 1회 선두 타자로 나선 1학년 내야수 이와모토 다이시가 그 주인공이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야구를 해왔던 이와모토는 상대 투수의 공을 밀어 쳐 1루수 키를 넘기고 우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안타를 기록했다.
이와모토는 "중학교 때 쳤던 안타와는 다르다. 매우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가족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팀을 이끄는 쿠보타 히로시 감독은 "점수 차가 컸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힘을 낸 선수들의 모습이 대견하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이는 역사적인 큰 한 걸음이다. 오늘을 계기로 다른 특별 지원 학교들이 공식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인사하는 세이초 특별 지원 학교 선수. SNS 캡처세이초 특별 지원 학교의 감동 스토리에 팬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의 한 누리꾼은 "결과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것이 틀림없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어 "가을 대회에도, 내년 여름 대회에도 계속 출전해 주면 좋겠다. 큰 문이 열렸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밖에도 "이게 바로 야구의 본질", "이들의 야구가 계속되길 바란다", "66 대 0으로 졌어도 앞만 보고 달렸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상대 팀 히가시무라야마시 고교에게도 큰 박수가 나왔다. 특수 학교를 상대한다 해서 힘을 뺀 플레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가시무라야마시 고교는 상대를 동등하게 여겼고, 끝까지 전력을 다해 플레이했다. 이시다 미키오 감독은 "세이초 특수 지원 학교가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 우리 팀도 전력을 다해야 했다"며 경기에 임했던 마음가짐을 밝혔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히가시무라야마시 고교 선수들. 야후 재팬 캡처
일본 유명 배우 타니하라 쇼스케는 "결과는 5회 콜드 게임 66대 0이었다. 하지만 이긴 팀도 전력으로 경기에 임했고 66득점을 따냈다"고 말했다. 이어 "두 팀 모두 전력으로 부딪혔고,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