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 동민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모든 아동이 출생과 동시에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수년째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제도를 둘러싼 오해로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7.3 CBS노컷뉴스=외국인 부모에게 버려진 중증장애아 '동민이'…출생신고조차 안돼]유엔 아동권리보장원은 2011년 우리나라에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권고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국적 등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이 등록되도록 하는 제도다.
보장원은 2019년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도 출생 미등록 아동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인권위원회, 사회권위원회 등에서도 관련 권고를 한 바 있다.
이같은 권고는 우리나라의 출생신고제가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을 보장하고 있지 못해 관련 법적·제도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출생신고의 근거가 되는 법률인 가족관계등록법은 우리나라에 국적을 둔 아동으로 적용 대상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태어난 직후 불법체류자인 베트남 국적 부모에게서 버려진 '동민이'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채 이름과 국적 없이 '세상에 있지만 없는 아이'로 존재하고 있다. 부산시 등 담당 지자체와 남구소화영아재활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의료비 지원 등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권리 보장은커녕 법적 신분조차 가질 수 없다. 여전히 해당 제도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권인숙, 소병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임기 만료로 결국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누군가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둘러싼 오해와 아동 인권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여러 차례 권고에도 입법 움직임이 지지부진하다고 설명한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가 이뤄지면 국적을 부여하는 것처럼 될까 봐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라면서 "국민을 위한 출생등록부와 외국인 아동을 위한 출생 등록부를 따로 마련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며 공적 체계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면서 "계속해서 관련 문제가 정비되지 않으면 동민이 사례처럼 지자체 등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 그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강미정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출생신고는 기본적으로 아이가 여기에 있다는 걸 공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으로,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국적법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국적 부여와는 관계없다. 외국인 아동의 경우 외국인 등록번호를 부여받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한다 해도 우리나라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사회 서비스를 다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또다른 법률 개정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보편적 출생등록제'마저 도입이 안 되고 있다. 국민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출생통보제'조차 의료계와의 조율이 잘 안 되면서 시행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아동 관련 이슈는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고 외국인 아동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오는 19일부터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서 출생신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강화됐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누락해 미등록 아동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출생을 통보받은 지자체는 한 달 이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
보편적 출생등록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 역시 우리나라 국적 아동으로 적용 대상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은 여전히 법적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