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전 영등포경찰서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백해룡 경정. 윤창원 기자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용산 심각' 발언의 유무를 놓고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이었던 김찬수 총경과 수사팀장이던 백해룡 경정이 진실공방을 벌였다.
백 경정은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세관마약 수사 외압 청문회에서 지난해 9월 20일 당시 김 총경이 전화로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고, 이후 경찰 지휘부와 관세청 등에서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의 심문에서 "오후 9시 조금 넘어서 전화가 (김 총경으로부터) 왔고, 제가 그 브리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니까 (김 총경이)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고 보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마약 사건은 백해룡 과장의 공이 아니고, 수사팀의 공이다. 그 수사팀을 누가 꾸렸나. 김 총경이 꾸렸다"며 "(수사 성과는) 김 총경과 수사팀과 저의 공이다. 그 공을 배신하려면 어떤 의도가 있어야 될 것 아닌가. 그게 바로 용산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뜬금없이 이 사건을 수사하다가 용산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일반적인 얘기인가. 그것도 밤중에 전화했었다"며 "(김 총경이) 발을 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경정은 '김 총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왜 그런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는 "송구하지만, 본인의 영달을 위해서 동료를 배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같이 브리핑을 하기로 해 여러 가지를 의논했다. 브리핑 끝나고 나서 인천공항 세관을 방문해 현장검증을 하고 직원 명부도 압수하는 등 다 협의했었다"며 "18일 (당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영등포서를) 방문한 후부터 전혀 연락이 없고 소통이 안 돼 '무슨 문제가 있구나'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반면 증인으로 참석한 김 총경은 용산 관련 발언의 유무를 묻는 심문에 "전혀 안 했다",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백 경정이 "본인의 영달을 위해 동료를 배신한 것"이라고 발언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발언 기회를 얻은 뒤 "본인의 영달을 위해서 그랬다? 하…"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수사팀과 함께했다. 이 부분에 있어 만약 진짜로 문제가 있다면, 수사팀 한 분 한 분의 증언을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며 "(백 경정의 주장은)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 총경은 또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의 질의에 "한국 (마약) 총책 검거 시까지 엠바고를 협의했었다. 그런데도 백 경정이 22일 브리핑을 계속하겠다고 해서 보도자료를 받았는데, 당시 마약범들의 일방적 진술만 있는 상황에서 브리핑을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총경은 한때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제 말은 안 믿어주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느냐"면서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김 총경은 해당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에 직접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