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 연합뉴스 KT 위즈를 이끄는 이강철 감독은 지난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KBO 리그 SSG 랜더스와 5위 결정전에서 '약속의 8회'를 연출했다.
KT가 1-3으로 뒤진 8회말 무사 1루에서 SSG는 베테랑 좌완투수 김광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때 이강철 감독은 좌타자 오재일을 대타 카드로 냈다. '좌우 놀이'의 테두리를 벗어난 이 작전은 성공을 거뒀다. 오재일은 깨끗한 안타로 1,3루를 만들었고 흔들린 김광현은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역전 3점포를 얻어맞았다.
이강철 감독은 다음날 오전 야구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대타 카드가 성공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맞지만 지나칠 정도로 과감한 작전이 아니었냐는 평가가 적잖았다.
이강철 감독은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김광현은 슬라이더가 있고 (대타 교체된 김민혁의) 상대 전적이 안 좋아서 오재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재일은 제가 3년간 갖고 있는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와 감, 컨디션 그리고 장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썼는데 (오재일이) 못 쳤으면 나 큰일날 뻔 했더라"며 웃었다.
즉흥적으로 꺼낸 대타 카드는 아니었다. 이강철 감독은 "노경은이 등판하면서 김광현이 7회부터 몸을 푸는 걸 봤다. 좌타자 라인에 맞춰 나오려나 보다, 그래서 그때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KT는 사상 최초로 열린 5위 결정전을 이기면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됐다. 이강철 감독은 5위 결정전 승리에 굉장히 큰 의미를 뒀다.
이강철 감독은 5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느낌이 다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어제는 진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오늘은 조금 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왔는데 그게 끊어지면 팀을 다시 또 만들어야 한다. 포스트시즌 연속 출전 기록을 유지해야 팀이 항상 좋은 레벨이 되고 우리는 이런 팀이라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꼭 5위를 해서 어떻게든 포스트시즌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오늘 경기를)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강철 감독은 내심 사상 첫 5위의 반란을 꿈꾼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역사상 5위 팀이 4위 팀에 2연승을 거둬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없다.
이강철 감독은 "5위가 한 번은 가야 하는데 우리는 마법사 팀이라, 우리는 항상 최초 기록을 쓰니까, 좋은 기운을 받아서 가고 싶은 생각이다. 2년 전에 4위로 와일드카드를 해보니까 부담이 되더라. 우리보다 4위가 더 부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