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를 날리는 삼성 윤정빈. 연합뉴스승장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도, 패장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도, 수훈 선수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도 모두 하나같이 '윤정빈(삼성)의 타구'를 언급했다.
LG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PO 3차전에서 1 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앞서 대구 원정에서 2연패를 당한 LG는 홈으로 돌아와 귀중한 1승을 챙기면서 한국시리즈를 향한 대반전의 서막을 알렸다.
스코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1점 승부'로 진행됐다. 이날 LG는 선발 임찬규와 불펜 에르난데스까지 투수 2명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삼성 투수들도 호투했다. 선발 황동재가 3이닝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역투를 펼쳤고, 이어 6명의 투수가 연달아 마운드에 오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이 꼽은 이날 승부의 분수령은 6회초 삼성 윤정빈의 타석이었다. LG 에르난데스가 임찬규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뒤 상대한 첫 타자였다.
에르난데스는 직구와 체인지업을 섞어 초반 3구를 승부했다. 이어 던진 4구째 직구, 149km의 빠른 공을 윤정빈이 받아쳤다. 타구는 엄청난 포물선을 그리며 잠실구장을 날았다. 삼성 팬들은 홈런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펜스 바로 앞에서 LG 우익수 홍창기가 공을 잡아냈다. LG로서는 동점을 내줄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삼성 박진만 감독은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이때를 꼽았다. 박 감독은 "윤정빈의 타구가 아쉬웠다. 또 르윈 디아즈의 4회 홈런성 타구가 파울이 됐다"며 "그 이후 기운이 빠졌다. 점수를 못 내서 아쉬웠다"고 곱씹었다.
승리에 환호하는 LG 에르난데스. 연합뉴스
반면 LG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 2차전 합쳐 삼성에 총 8홈런을 얻어맞고 무너졌는데, 홈에서도 홈런을 내줄 뻔했기 때문이다.
LG 염경엽 감독은 "윤정빈의 타구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였으면 넘어가는 공"이라고 돌이켰다. 염 감독은 윤정빈의 타석에서 투수를 교체한 이유에 대해서는 "윤정빈이 임찬규랑 타이밍이 맞고 있었다. 그래서 바꿨다"고 설명했다. 윤정빈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면 투수 교체도 무용지물이 될 뻔했다.
5⅓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임찬규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에르난데스도 그 순간을 유쾌하게 돌이켰다. 이날 에르난데스는 3⅔이닝을 책임지며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에르난데스는 경기가 끝난 뒤 "모든 타석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등판하자마자 나온 윤정빈의 타구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구였으면 홈런이 됐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LG가 1승을 챙기면서 삼성과 LG의 PO 승부는 계속된다. 두 팀은 오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4차전 맞대결을 펼친다. LG는 디트릭 엔스를, 삼성은 데니 레예스를 선발 마운드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