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진출 전 마지막 수상?'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상식에서 KBO 수비상 내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키움 2루수 김혜성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이 열린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 이날 키움 내야수 김혜성(25)은 누구보다 뜻깊은 수상자였다. 본인의 말처럼 "당분간은" 어쩌면 오르지 못할 시상대인 까닭이다.
김혜성은 이날 2루수 부문 수비상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수상이다. 투표 점수 75점과 수비 기록 점수 16.07점을 받아 합계 91.07점으로 83.93점의 신민재(LG)를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 뒤 김혜성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한 해외 진출 자격을 얻었다. 키움 선후배 김하성(자유계약선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메이저 리그(MLB) 진출을 노린다. 벌써부터 2루수가 필요한 시애틀이 김혜성을 영입할 후보로 꼽힌다.
김혜성은 "올해 시상식이 어느 해보다 다른 느낌일 것 같다"는 말에 "저는 똑같은 마음이었고, 다행히 올해도 받고 싶었는데 기뻤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요즘에는 운동 열심히 하면서 공익 복무 시간 채우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김혜성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 앞선 오전 키움은 내년에 뛸 외국인 선수 3명과 계약을 발표했다.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 등 타자 2명과 좌완 케니 로젠버그다. 공교롭게도 김하성, 이정후에 이어 김혜성까지 팀의 중심 타자가 떠날 것으로 대비한 듯한 포석이다. 올해 김혜성은 127경기 타율 3할2푼7리 11홈런 75타점 90득점 30도루로 활약했다.
이 소식에 김혜성은 "발표가 났어요? 진짜요?"라고 반문했다. "어차피 팀을 떠나니 관심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농담에 김혜성은 "그건 아니다"면서도 "나와 포지션 안 겹치니 모르는 일"이라고 짐짓 손사래를 쳤다.
다만 "구단에서 김혜성의 공백을 우려해 타자 2명을 뽑은 것 같다"는 말에 김혜성은 "그렇데요? 그럼 저도 (MLB로) 가야죠. 가고 싶죠"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MLB 외에 (일본 등)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혜성이 26일 KBO 시상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MLB 진출 포부를 밝힌 뒤 포즈를 취한 모습. 노컷뉴스벌써부터 영어 삼매경에 빠져 있다. 김혜성은 "일주일에 1~2번씩 개인 과외를 받고 있다"면서 "아직은 기본 회화 정도인데 미국 현지 구단에 내 장점을 말하기 위해 단어와 문법 등을 외우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일본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2018년 MLB 진출 뒤에도 아직 영어 대신 통역을 대동한다는 말에는 "그래도 저는 영어를 잘 해야죠"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아직 행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혜성은 "현지 에이전트와 지금은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MLB 선배들에게 조언을 열심히 구하고 있다. 김혜성은 "최근 하성이 형과 정후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면서 "생활 면에서 많은 얘기를 해줬다"고 귀띔했다. 이어 "하성이 형은 시즌 중 8kg까지 살이 빠져 한식 도시락을 싸갖고 야구장에 간다더라"면서 "정후는 어느 팀을 가도 주전 선수보다 함께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들을 눈여겨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조만간 포스팅 일정이 정해지면 출국할 계획이다. 김혜성은 "에이전트, 어머니와 함께 출국해 현지에서 운동하면서 구단들과 협상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올 시즌 마지막 경기 때 당분간 KBO 리그에 오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면서도 "못 하면 곧바로 돌아와야죠"라며 유쾌하고도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