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2년 연속 계속된 세수 부족으로 지난해에만 한국은행에서 170조 원 넘는 돈을 빌려썼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년 동안 한은에서 총 173조 원을 일시 차입했다.
지난해 말 누적 대출 규모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으로, 종전 최대치인 전년(2023년)의 117조 6천억 원보다도 47% 급증했다.
연간 누적 대출은 2019년 36조 5072억 원에서 2020년 102조 9130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이후 2021년 7조 6130억 원, 2022년 34조 2천억 원 등으로 줄었다가 2023년 117조 6천억 원으로 다시 급증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에서 필요할 때마다 돈을 빌려쓰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많이 사용할수록 돈을 쓸 곳(세출)에 비해 걷은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자주 임시변통했다는 의미다.
또 정부는 지난해 1~12월 빌린 173조 원 가운데 172조 원을 상환해 1조 원은 아직 갚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10차례에 걸쳐 총 15조 4천억 원을 빌렸고, 지난달 30일과 31일에도 각 2조 5천억 원씩 이틀만에 총 5조 원을 더 빌렸다.
이처럼 연말에 일시 차입을 한 일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그만큼 정부 세수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2092억 원에 달했는데, 역시 2023년 연간 이자액(1506억 원)을 크게 웃돌며 역대 최고치였다.
다만 일시 대출 이자율은 올해 1분기 3.623%에서 2분기 3.563%, 3분기 3.543%, 4분기 3.302% 등으로 점차 하락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차입금이 기조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정부와 논의하고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로도 일시 차입 기조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임 의원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대출 받는 일시 차입이 감세 정책과 경기 둔화로 인해 만성적인 대규모 자금조달 수단으로 실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년간 86조 원의 세수 결손으로 인한 일시 차입 증가가 통화량 증대로 물가를 자극하고 2천억 원이 넘는 이자 부담을 발생시켰다"며 "이를 타개할 재정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