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각 시·도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탄핵정국 휘몰아친 충청…지역 정치 변곡점 맞이하나 ②민주당 지역 국회의원들, 탄핵정국서 역할 해내야 ③신년사에 담긴 '집권여당' 세 단체장의 속내는 (끝) |
국민의힘 소속인 대전과 세종, 충남의 광역단체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 기로에 놓였다.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잃을 수 있는 정치상황과 지자체 살림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올 한 해 정치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 담은 사자성어를 보면 앞으로의 정치행보를 일부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응변창신' 김태흠 지사가 개척할 길은
김태흠 충남지사가 송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시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2025년 새해에는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로 도정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도정 운영과 관련한 비유였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김 지사의 정치적 행보와도 무관치 않은 표현으로 보고 있다.
'SNS 정치'로 일컬어질 정도로 김 지사는 취임 이후 중앙정부와 여당을 향한 쓴소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거침없이 풀어내왔다.
몸은 지역에 있지만 중앙정치에서의 존재감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행보들이었다.
그런 행보가 탄핵정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났다. 연일 여당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준수해 사회 질서유지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는 입장을 냈고 송년 기자회견에서는 비상계엄령 선포를 두고 "비상식적, 비이성적 판단이었다"며 윤 대통령을 재차 직접 비판했다.
김 지사는 당에 대해서도 "당 간판을 내리고 재창당을 해야 한다"며 당의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적지 않게 흘러나왔지만 김 지사는 송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꿈을 꾸는 사람치고 되는 사람 못 봤다. 난 그런 꿈을 꾼 적 없다"고 밝혀둔 상태다.
다만 "충청은 늘 영남과 호남 사이에서 곁다리 같은 역할을 해, 충청 기반의 정치 선배들은 늘 충청 정치권력을 강하게 만들고 영호남 권력 구조를 깨려고 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처작주' 이장우 시장, 충청은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이장우 대전시장. 대전시 제공이장우 대전시장은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뜻이 담긴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신년사에 담았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이 지난해 던진 지역정당을 떠올린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이 시장이 화두로 던진 지역정당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동안 지역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당 대표나 최고위원 후보가 대전에 오면 충청권 배려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지 지켜보겠다"며 "1, 2년 안에 충청권 정치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를 지켜본 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충청 기반의 지역정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를 두고 같은 당 김태흠 지사, 지역 중도·보수 인사들과의 연대로 이어질지 관심과 함께 한편에서는 시대에 맞지 않은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충청권 배려', 다음 지방선거 시기와 맞물리는 '1, 2년 안에' 라는 표현들은 실제 충청 정당 창당보다는 현 소속 당내에서 충청권의 실리를 얻고 다음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염두에 둔 발언에 가까운 것이라는 해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후 탄핵정국 속에서는 말을 아껴온 이장우 시장은 '충청 주인론'과 관련해선 최근까지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시장은 계엄 해제 직후에도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다 12월 4일 오전 9시 40분쯤 "국정 혼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수십 년간 성숙돼온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행정권력도, 입법권력도 절대로 남용돼서는 안 되고 제한적으로 절제돼 사용돼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도 헌법을 준수하며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챙기는 데 전력해 달라"고 촉구했는데, 이를 두고 국정 혼란 '주체'에 대한 명확한 표현이 빠진 데다 혼란을 일으킨 이들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겨있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최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 출범식에서는 김태흠 지사를 향해 "충청권을 대표해 대권에 출마해야 할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며 또 한 번 '충청 주인론'에 불을 지피는 모습을 보였다.
'본립도생' 흔들림 많았던 최민호 시장, 올해는
최민호 세종시장. 세종시 제공최민호 세종시장은 '본립도생(本立道生)',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 흔들림 없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비교적 차분한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행정가 출신의 최 시장의 성향과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만, '흔들림 많았던' 지난해를 떠오르게 하는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부터 석 달 동안 최 시장의 핵심 정책인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 논쟁을 벌이며 야당과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 단식농성을 벌이며 추진했지만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2026년 가을 개최가 끝내 무산됐다.
종합체육시설도 네 차례 유찰 끝에 2027년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 전 완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과 관련된 일정도 지연을 거듭하며 해를 넘겼다.
중대 기로에 놓인 여러 사업들이 복잡한 여건 속에서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다만 지난해 막바지까지도 이어진 야당과의 갈등,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탄핵정국, 기로에 선 소속 정당 등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 최 시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또한 관심이다.
여소야대 지형 속 집권여당 프리미엄까지 잃을 수 있게 된데다 지역 보수의 재편 또한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은 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쏟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단체장들이 내민 사자성어 아래에는 그만큼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