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서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가 법원의 판결로 자격을 회복한 김택규 현 회장. 윤창원 기자한국 체육 초유의 단체장 선거 후보 박탈 사태가 벌어진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가 결국 연기됐다.
협회는 15일 "16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선거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언제 열리게 될지는 미정이다.
회장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의 치명적인 하자 때문이다. 협회는 "협회 선거운영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해 운영되었으나 규정에 의거 자격이 없는 위원들이 일부 참여하여 제1차~제3차 회의에서 심의 및 의사 결정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에 김택규 후보자 측에서 제기한 2025카합10005 후보자등록무효 결정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서 심의 결과, 법원은 선거운영위원회의 의사 결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이에 기존 의사 결정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내려진 법원 판결에 시간적으로 16일 선거가 열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협회는 "선거운영위원회 결원을 재구성하여 공정하게 회의를 개최하고 재심의할 필요가 제기되었으나 제92차 이사회에서 추천된 위원 후보자에 대한 충원이 불가해 선거일 이전 각종 안건에 대한 재심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또 "선거운영위원회를 재구성하고, 기존 심의 안건에 대해 자격을 갖춘 위원회에서 재심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거 진행 절차 상의 이유로 갑자기 선거 잠정 연기 공지를 드리게 되어 많은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판사 김정민·강석규·김승현)는 15일 "김택규 현 회장에 대하여 한 협회의 제32대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이 제32대 회장 선거에서 회장 후보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일 김 회장이 법원에 청구한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이다. 회장 선거위는 지난 8일 오재길 위원장 명의로 "선거 관련 규정 제15조(후보자 등록) 규정에 따라 김택규 후보의 후보자 결격 사유를 심사한 바 회장 후보 결격자임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공금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입건되었고, 보조금법 위반으로 협회에 환수금 처분을 받게 하고, 문체부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사법적인 처벌 등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 후보 등록 불허는 규정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무 검사 및 해임 건의 결정에 대해서도 협회가 이의 신청을 제기해 의견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대한체육회 실무진도 후보 등록 불허는 선거위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고, 다수의 선거위원들도 반대했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변호사인 자신이 책임지겠다"면서 후보 등록 불허를 밀어붙였다.
오 위원장은 그러나 위원 자격조차 없는 인사였다. 협회 조사 결과 오 위원장은 2011년 12월부터 지난 9일까지 모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확인됐다. 협회장 선거 관리 규정 제4조 2항은 정당의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같은 정당원이 확인된 A 위원까지 협회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2명에 대해 해촉을 통보했다. C 위원도 정당인이 확인됐는데 자진 사퇴서를 냈다. 법원은 "오 위원장과 A, B 위원 등은 선거위가 구성된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정당원이었으므로 선거위원으로 될 수 없는 사람이 포함돼 구성된 하자가 있다"면서 "이같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그(선거위 공고)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선거 일정이 미뤄지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킨 위원들, 특히 후보 등록 불허 공고를 밀어붙인 오 위원장은 물론 이들을 추천한 협회 이사회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협회는 1500만 원을 들여 대형 로펌 변호사들을 고용했는데 패소하면서 소송 비용을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