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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최초 현직 대통령 구속…'보수 텃밭' TK 민심 어디로?

헌정사 최초 현직 대통령 구속…'보수 텃밭' TK 민심 어디로?

대구 서문시장. 정진원 기자대구 서문시장. 정진원 기자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쏟았던 대구경북.

당시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대구 75.14%, 경북 72.76%에 달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득표율을 받은 곳이며 득표율 70%대를 달성한 유일한 지역이다.

최근 헌정사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자 TK에도 혼란의 바람이 불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TK '민심 1번지'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2일 서문시장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여 분주한 분위기였다.

정치 관련 질문을 하자 대다수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양 손 가득 비닐봉지를 든 70대 남성 A씨는 "신경질이 나서 뉴스를 안 본다. 하도 싸워대니 양 쪽 다 싫다"며 혀를 찼다. A씨는 "다음 대통령도 누가 될 지 모르겠다. 너무 불투명하다"고 걱정했다.

앞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채소 가게에서 만난 B(74)씨는 "이제 더는 대통령을 안 뽑으려고 한다. 친구들도 모두 선거하지 말자고 한다"며 정치 회의감이 극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요구르트 판매상인 70대 C씨도 "속 시끄러워서 TV는 안 본다. 요즘 정치 사건으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실망해서 앞으로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아무도 투표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서문시장. 정진원 기자대구 서문시장. 정진원 기자
보수의 성지 TK답게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렸다.

포목점을 운영하는 70대 D씨는 "야당에서 먼저 발단이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야당을 탓했고, 한약방을 운영하는 80대 E씨도 "윤 대통령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계엄령을 선포 했겠냐"고 두둔했다.

수십년간 서문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했다는 F(77)씨도 "민주당이 너무 후벼파고 (윤 대통령을) 못잡아먹어서 이렇게 됐다. 윤 대통령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부침개를 판매하는 60대 김모씨는 일부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구속에 반대하며 서울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린 사태에 대해 "부술 수도 있지. 법이 법답게 제대로 못하면 국민이 나서서 때려 부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견과류 판매상 정모(43)씨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별개로 구속 수사는 못마땅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씨는 "잘못을 했으면 대통령뿐만 아니라 누구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죄는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구속은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 하는 건데 대통령을 구속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다만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대통령이 구속돼 큰 실망감이 덮친 탓인지 이전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명절 장을 보려고 서문시장을 찾았다는 50대 유모씨는 "계엄을 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대통령 본인이 자초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G씨는 "대통령이라도 국민은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 계엄은 잘못한 거고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견과류를 판매하는 50대 H씨는 "법률을 준수하고 상식적으로 타당하게끔 일을 하겠다 싶어 윤 대통령을 뽑았다. 검찰총장 때 어려움이 많은데도 꿋꿋하게 하고 검사 출신이니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하는 꼬라지 보니 어이가 없다"고 실망한 이유를 설명했다.

차기 보수 진영의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이름이 고루 거론돼 특정 인물이 두드러지게 돋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만 TK답게, 만난 시민들 대부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고 답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C씨는 "이재명은 범죄자다. 정치를 조금 못해서 싫다는 그런 이유가 아니고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재목이 아니다. 대통령은 인성이 밑바탕이 돼야 하는데 그런 인성이 안 된다"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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